명예와 무관하게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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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와 무관하게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
  • 최원영
  • 승인 2016.08.28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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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유명하다’ vs. ‘훌륭하다’




풍경 #15. ‘유명하다’ vs. ‘훌륭하다’

 

유명한 사람과 훌륭한 사람은 같은 사람을 말할 때도 있지만, 별개의 경우도 있을 겁니다. ‘유명하다’는 것은 자신의 재능이 탁월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경우입니다. 그러나 ‘훌륭하다’는 것은 자신의 재능을 힘들고 지친 사람들을 위해 대가없이 주는 사람입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우연히 고구려의 을지문덕 장군에 관한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장군이 살수대첩에서 수나라의 백만 대군을 물리치고 평양으로 돌아올 때, 영양왕은 친히 성 밖 멀리까지 나가 장군을 맞이했습니다. 그리고 온갖 금은보화를 하사했습니다. 얼마나 영광이었을까요.

그러나 장군은 무릎을 꿇고 울면서 이렇게 용서를 구했다고 합니다.


“마마의 귀한 백성이고, 백성들의 귀한 아들들이고, 또한 백성들의 지아비이기도 한 고구려의 수많은 청년들을 전장에서 전사시키고 얻은 승리를 저 한 사람의 공으로만 돌릴 수는 없습니다. 이 나라의 진정한 영웅은 살아 돌아온 제가 아니라, 어딘지 모르는 산과 들에 쓰러져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병사들입니다.”

이렇게 말한 장군은 고향으로 내려가 베옷을 입고 여생을 근신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저는 오늘의 우리를 떠올려봅니다. ‘진정한 영웅은 지금 어디 있을까’라고 말입니다.

 

 

풍경 #16. 누가 가장 뛰어난 의사인가?

 

전국시대에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편작이라는 유명한 의사가 있었습니다. 편작의 두 형님들도 의사였는데,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느 날, 위나라 왕이 편작에게 물었습니다.

“그대들 삼형제 중에 누가 가장 뛰어난 의사인가?”

그러자 편작은 거침없이 “큰 형님이 가장 뛰어나고, 그 다음은 둘째 형님이고, 제가 가장 아래입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왕은 의아했습니다. 왜냐하면 소문에 의하면 형들보다 편작이 가장 유명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왕이 그 이유를 묻자 편작은 이렇게 답을 했습니다.

“저는 환자의 병이 심해져서 고통으로 신음할 때에야 비로소 환자의 병을 알아냅니다. 환자는 심한 고통을 겪고 있기 때문에 다 나은 다음에는 제가 병을 고쳐주었다는 것을 압니다. 이게 바로 제가 명의 소리를 듣고 있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제 둘째 형님은 환자의 병세가 그리 심하지 않고 미미할 때조차도 환자의 병을 알아내고 치료해줍니다. 그래서 환자는 형님이 자신의 병을 미리 낫게 해주었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그런데 제 큰형님은 환자가 아픔을 느끼기도 전에, 그러니까 환자가 전혀 아프지 않을 때조차도 환자의 얼굴빛만 보고서도 장차 이 사람이 어떤 병이 날 것인지를 미리 압니다. 그래서 환자가 멀쩡하게 보여도 병이 날 것을 미리 알고 병의 원인을 제거해줍니다. 그러기 때문에 환자는 자신이 앞으로 겪게 될 고통을 제 형님이 미리 없애주었다는 것을 모릅니다. 그래서 큰형님이 명의로 알려지지 않은 이유입니다.”

 

이렇게 ‘유명하다’라는 명예와 무관하게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면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진정한 명의’들 때문에 이 사회는 조금이라도 더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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