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미디어에 의한, 미디어를 위한 신명나는 판굿 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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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미디어에 의한, 미디어를 위한 신명나는 판굿 한마당
  • 문계봉
  • 승인 2016.08.30 09: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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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미디어 판굿 <인천은 요지경―집 나간 남구를 찾아라>를 보고 - 문계봉 / 시인, 인천작가회의 회장



2016주안미디어문화축제의 주제는 ‘나는 미디어다’이더군요. 준비 주체들이 그런 의도를 갖고 이 문장을 조어(造語)한 것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저는 이 표현이 빠르게 비상하고 있는(나는, flying) 미디어의 발전 속도를 함축하는 동시에 ‘내가 곧 미디어 자체다’라고 선언함으로써 개인 하나하나가 미디어 콘텐츠의 창조와 향유의 주체라는 당당한 선언의 의미 또한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그런 의미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 무척이나 적절하고 센스 있는 조어(造語)가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 몇 년 간 주안미디어축제를 관심 있게 지켜봐 온 제 판단으로는 특히 2016년 축제가 그 이전에 비해 콘텐츠 면에서나 참여인원 면에서나 비약적으로 성장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구(區) 차원의 행사로 치러지는 것이지만 양과 질 모든 면에서 명실상부한 인천시민 모두의 축제처럼 느껴진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입니다. 이렇듯 미디어를 특화시켜 하나의 축제를 만들어내고 거기서 파생되는 여러 부가가치들을 통하여 지역의 사회 경제적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기란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드라마 ‘태양의 후예’ 송중기의 말투를 빌려보자면) ‘그 어려운 것을 또 남구가 해내고 있는’ 거지요. 미디어문화축제를 만날 때마다 이런 축제를 가지고 있는 남구 주민들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습니다. 올해 역시 성실한 감상자 모드가 되어 축제의 이모저모를 꼼꼼하게 살펴볼 생각입니다.

 

일단 개막축하공연인 미디어판굿 얘기부터 해야겠습니다. ‘인천은 요지경―집 나간 남구를 찾아라’라는 제목부터가 무척 인상적이더군요. 게다가 공연의 형식이 미디어판굿이라는 거예요. 현대 과학의 총화인 ‘미디어’라는 말과 ‘판굿’이라는 전통적 단어가 도대체 무엇을 매개로, 어떻게 연결되었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기대감을 가지고 조금 일찍 공연장에 도착했는데, 로비를 가득 메운 시민들을 보면서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마도 최근 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된 여러 공연 중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참석한 공연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만큼 남구 주민들을 비롯한 인천 시민들의 관심이 컸다는 반증이겠지요. 주최 측의 홍보와 동원 스킬만으로는 결코 실현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연은 예정된 시간보다 약 10여분 늦게 시작되었습니다. 객석의 조명이 커지고 핀 조명이 무대를 비추자 그 빛 속으로 이번 판굿을 연출한 류이 총감독이 등장해 축제와 공연의 배경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습니다. 마당극으로 따지면 말뚝이 같은 역할을 수행한 것이라 할 수 있지요. 그리고 곧바로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오케스트라나 시립합창단 등 수준 높은 공연을 담보하던 대공연장의 성능 좋은 스피커에서 울려나오는 음향부터 관객들을 압도했습니다.

 

사실 판굿은 마당극처럼 여러 면에서 열린 형식의 놀이이자 공연입니다. 공연의 주인공과 청중의 구분도 열려있는 구조이고, 무대와 객석의 구분도 없는 공연이란 말이지요. 그런데 그러한 판굿을 실내공연장에 열게 되었다니 ‘과연 어떤 모습일까, 판소리처럼 소리꾼 개인이 풀어가는 공연이 아닌 다음에야 결코 쉽지 않을 텐데, 아니 그것이 가능하긴 할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공연을 직접 관람하고 나니까 자연스럽게 그 의문이 풀리더군요. 이번 판굿에서는 실내공간이라는 폐쇄성을 백스크린의 영상과 미디어를 활용하여 극복함으로써 개방성과 굿판의 현장성을 확보한 것이었습니다. 연출자의 센스가 돋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대 측면에 설치한 지미집(zimizib) 카메라가 잡은 객석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스크린에 보여줌으로써 무대는 열린마당으로 전환될 수 있었던 것이지요. 즉 객석의 관객들은 스크린 속 영상에 담김으로써 자연스럽게 공연의 또 다른 주체가 될 수 있었던 겁니다.
 



여섯 개의 무대로 꾸며진 이번 판굿의 스토리라인은 비교적 명료했습니다. 미추댁(인천의 옛 이름인 미추홀에서 착안한 작명)으로 분한 소리꾼이 집 나간 남편인 남구 씨를 찾아 동분서주 하다가 결국 다시 만나 아이를 낳고 단란한 가족을 복원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미 많은 자식(7개의 동을 의미)을 낳았지만 미추댁은 또 다시 임신 중이었는데, 그녀가 이번에 낳게 될 아이는 바로 ‘i-미디어시티’라는 이름의 자식이 되는 겁니다. 남구가 이번 축제를 통해서 무엇을 지향하는가를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가출한 남구 씨는 점차 슬럼화 되고 있는 남구를 떠나 타 지역으로 이주하고 있는 구민들을 상징하는 것이겠지요. 실제로 현재 남구의 여러 가지 현안과 마을이미지들은 빠른 카메라워킹으로 촬영된 영상으로 스크린에 펼쳐집니다. 노령인구밀집지역, 노후건물이 가장 많이 위치한 지역, 범죄가 빈번한 지역 등등 꼭 남구만의 문제가 아닐 텐데도 기존의 미디어에서 비춰지는 남구의 이미지는 부정적인 것 투성이라는 걸 관객들에게 시청각적으로 각인시키고 있는 것이지요.

 

특히 미추댁이 남구의 여러 동명(洞名)으로 명명된 자식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를 때 객석 곳곳에서 탈을 쓴 7명의 자식들이 차례로 대답을 하며 나타나는 장면이나 객석에서 졸지에 미추 댁의 남편인 ‘남구 씨’로 선택된 관객이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기며 미추 댁의 출산을 돕게 되는 장면은 바로 판굿의 개방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여 관객 스스로 관극(觀劇)의 차원을 넘어 극중에서 하나의 역할을 부여받게 되는 거지요.

 

그리고 이번 판굿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이자 공연의 주제를 구현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한 것은 바로 대형스크린 위에 펼쳐진 샌드아트였습니다. 작가의 섬세한 손놀림을 통해 그려지는 이미지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인 동시에 관객들에게는 공연의 주제를 납득시키는 설명 기제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하겠습니다. 특히 관객들 중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노인들과 어린이들에게는 매우 아름답고도 적절한 볼거리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미디어영상과 마당예술이 조화를 이루고, 판소리, 샌드아트, 비보이그룹의 미디어 퍼포먼스 등 공연과 영상이 어우러진 이번 판굿을 보면서 이제 남구는 더 이상 부정적 이미지로 채색된 낙후된 도시가 아니라 미디어영상시대를 선도할 미디어시티로서 새롭게 거듭남으로써 이후 인천의 지역경제 및 문화에 강력한 시너지를 발생시키는, 명실상부한 미디어 도시로서의 자긍심을 확보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나름 성실한 관람객의 한 명으로서 가져보는 바람은 아무쪼록 주안미디어문화축제가 눈앞의 가시적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앞으로 더욱 더 많은 미디어 콘텐츠를 개발하는 동시에 민관이 협력하여 살기 좋은 남구, 더 나아가 인천시민의 문화적 자존심을 제고(提高)하는 그런 명품 축제로 계속 발전해 나갔으면 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문화 예술의 창조적 주체들입니다. 서로서로가 구체적 삶 속에서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삶의 향기들이 다양한 미디어를 매개로 상호 소통되고 통섭되다 보면 마침내 그것들이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믿습니다. 그 믿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게 해 준 축제를 준비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연대의 인사를 드립니다. 애쓰셨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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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숙 2016-08-30 17:02:31
미디어 판굿 중 '집나간 남구씨를 찾아라'편에 저도 출연했답니다. ㅎㅎㅎ

후기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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