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야행(夜行), 인천의 역사를 품고 밤을 누비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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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야행(夜行), 인천의 역사를 품고 밤을 누비길 기대하며
  • 황은수
  • 승인 2016.09.0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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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황은수 / 남구청 문화예술과 전문위원

올 여름 무더위는 최악의 폭염이라고 일컫는 1994년의 기록에 버금갈 정도로 연일 최고기온을 갱신하며 이어졌고, 열대야에 모두들 괴로워했다. 때문에 늦은 저녁에도 대형마트나 쇼핑센터, 극장 등에는 더위를 피하려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피서지를 방불케 했다.


 
< 문화재 야행, 전국 10선 안내도(출처 : 문화재청)>


그 와중에 전국 도처에서는 문화재가 집약되어 있는 공간을 거점으로 다양한 역사?문화자원을 접목한 야간형 문화향유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한여름 밤 색다른 추억을 선사하였다. 올해 첫 선을 보인 문화재청의 ‘밤에 여러 문화재를 거닌다는 의미’의 ‘문화재 야행(夜行)’ 사업이 서울 중구를 비롯한 전국 10개 시?군?구에서 펼쳐진 것이다.
 사업의 수행 요건은 지역의 역사성을 간직한 문화유산을 핵심으로 주변의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활용하여 야간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기획 및 구성해야 하는데, 전략적으로 “7夜”를 내세운 것이 상당히 돋보인다.
 
① 야경(夜景) : 밤에 비춰보는 문화재
③ 야사(夜史) : 밤에 듣는 역사이야기
⑤ 야설(夜設) : 밤에 감상하는 공연
⑦ 야숙(夜宿) : 문화재에서의 하룻밤
② 야로(夜路) : 밤에 걷는 거리
④ 야화(夜畵) : 밤에 보는 그림
⑥ 야식(夜食) : 밤에 즐기는 음식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거리 및 경관, 조명, 박물관?미술관, 공연장, 체험장’ 등의 문화시설뿐만 아니라 먹거리와 숙박체험, 미디어파사드 등까지, 별개로 난립하던 콘텐츠들을 하나로 묶어 차별화된 체류형 문화 향유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관광위주의 축제성 행사와는 정말 그 격이 다르며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이제 문화재청의 ‘경복궁 야간개방, 창덕궁 달빛기행’ 등 궁궐 야간 개방 프로그램을 위해 서울을 찾지 않아도 지역에서 보다 흥미롭고 다채로운 야간 문화재 관람이 가능해진 것이다.
 
서울을 벗어나 지역의 문화재를 활용한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은 2008년 생생문화재 사업이 총 1억 원의 예산으로 전국 4개의 지자체를 지원하며 시작됐다. 이후 문화재청의 노력과 지자체들의 호응에 힘입어 2016년에는 약 21억 원의 예산으로 전국 88개의 지자체를 지원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특히, 2014년에는 ‘향교, 서원’ 문화재만을 별도로 뽑아낸 ‘향교?서원 문화재 활용사업’이 시작되어 2016년 전국 77개 지자체에 약 22억 원의 국비가 지원되었다(지방비 매칭 50~60%). 두 사업은 매년 창의적인 사업 발굴을 위해 지자체 공모방식으로 추진되고, 지역의 역사 및 문화재에 내재된 가치와 의미를 프로그램으로 끌어내어 유익한 현장 체험교육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천 남구에서는 문학산성을 활용한 ‘비류, 문학산에 내일을 품다’와 인천향교를 활용한 ‘인천향교 삼색감동 체험’ 사업을 4년째 진행하며 문화재 활용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인천향교 달빛공감 음악회 포스터>
※ 올 해 마지막 향교 음악회가 9월 2일(금) 저녁 7시 인천향교에서 열린다.

 
올 해 문화재청의 문화재보수정비 예산이 3,050억인데 비해 문화재 활용 예산은 72억 정도로 아직 절대적인 예산이 문화재 보수정비를 위해 사용되고 있지만, 점차 정책 방향이 보존 중심에서 ‘문화재 활용이 문화재 보존의 근본방도’로 변화해 나가고, 전국의 지자체가 그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따라서 문화재 활용 사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그 연장선에서 새롭게 문화재 야행 사업을 선보인 것이다.
 
한편, 인천은 선사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가치가 높고 지역의 특색을 드러내는 수많은 문화유산을 품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관광개발을 명분으로 역사왜곡은 물론 이질적인 경관을 만들어내고 있다. 짝퉁 거리 조성 논란에 휩싸였던 ‘개항 각국 거리 사업, 러시아 특화거리 사업’ 그리고 반복되는 테마거리 조성사업 등이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역사문화 중심도시’를 부르짖지만 정작 역사문화자원은 뒷전이고, 국적불명?정체불명의 볼거리와 상품소비만을 위한 ‘관광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제 하드웨어적인 문화?관광 개발은 멈출 때이다. 기왕의 문화?경관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하고, 문화유산과 스토리를 중심으로 주변의 콘텐츠들을 유기적으로 묶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하다. 그러한 면에서 문화재 야행 사업에 대한 감응이 남다르다. 아무쪼록 내년 여름 역시 무더울지라도 ‘역사문화 중심도시’에서 인천의 역사를 품고 밤을 누비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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