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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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가
  • 장현정
  • 승인 2016.09.06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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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장현정 / 공감미술치료센터 상담팀장

 <인천in>이 6월28일부터 공감미술치료센터 은옥주 소장과 미술치료의 길을 함께 걷고있는 딸(장현정)과 아들(장재영)과 [미술치료사 가족의 세상살이]를 격주 연재합니다. 은 소장은 지난 2000년 남동구 구월동에 ‘미술심리연구소’를 개소하면서 불모지였던 미술치료에 투신, 새 길을 개척해왔습니다. 현재는 송도국제도시에 공감미술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술치료의 길을 걸으며 그동안 많은 후학을 양성하였고, 결국 자녀들도 미술치료 분야에 깊이 빠져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가족 모두가 미술치료 분야에서 활동하는 경우는 매우 드믑니다. 그만큼 한 가족으로서 미술치료에 관한 지식도 풍부하고, 이해의 폭도 넓습니다. 또한 모·녀·자 세 사람 모두 미술치료의 전문가로서의 삶을 충실하고 즐겁게 살아감으로 세상을 더 밝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 또한 골치 아프고 복잡한 일을 만나면 종종 뒤로 미루게 된다. 학위 논문을 쓰는데 꽤 시간이 걸렸는데 이 또한 미루고 미루던 습관의 결과였다. 당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며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지냈지만 정작 중요한 논문은 한참동안 손도 대지 못하였다. 중요한 일보다 급한 일을 처리하느라 시간을 보낸 것인데, 어떤 책에서 이러한 우선순위의 문제도 ‘게으름’의 일종이라고도 설명한 것을 본 적이 있다. 시험 기간이 되면 이상하게 TV에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하고, 평소에 안하던 책상정리나 청소가 하고 싶어 지는 것도 같은 문제일 것이다.
 
이렇고 미루고 미루는 문제를 인지행동 심리학으로 살펴보면 당위적 사고와 관련이 있다. ‘해야한다, 해야만 한다, 하지 않으면 끝이다’와 같은 자신을 압박하는 사고들로 인하여 오히려 더 두려워지고 불안해지고 결국 피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 때 당위적 사고를 조금만 더 유연하게 ‘그럴 수도 있지, 조금 시간이 걸리지만 할 수 있어’ 정도로 바꾸기만 해도 상황을 보는 시각은 훨씬 더 편안하고 상황을 마주하기 쉬워진다. 물론, 이러한 생각을 알아차리고 발견하고 생각을 다르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많은 갈등들도 이러한 당위적 사고로 인하여 많이 발생하는데, 나에게는 당연한 것들이 상대방에게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 가지 생각나는 일이 있다. 이전에 자동차는 차키를 꽂아야 시동을 걸고 주행이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자동차들이 스마트키로 바뀌어 차키를 소지하기만 해도 시동을 걸 수 있게 되었다. 때문에 주행 중에 차키가 차량 내부에 없더라도 시동을 끄지 않는 이상 주행은 가능하다. 동생에게 자동차를 빌려주기로 하고 운전을 맡긴 뒤 먼저 내리느라 스마트키를 깜빡 전해주지 않았다. 동생은 목적지에 주차한 뒤 볼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려던 찰나, 시동을 킬 수 없게 되자 난감해졌다. 우리는 서로를 탓하며 다투었다.
 
“나는 스마트키를 써본 적이 없어서 몰랐잖아. 당연히 누나가 챙겨줬어야 하는 것 아니야?”
“차가 필요한 사람은 너잖아. 당연히 니가 먼저 차키를 챙겼어야 하는 것 아니야?”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내 말도, 동생의 말도 일리가 있다. 우리는 살면서 우리 뜻대로 어찌할 수 없는 많은 상황 중의 하나에 놓여있었으나 상대방에게 책임을 돌리기 위해 자신의 당위적 사고를 사용한 것이다.
 
문득 어렸을 때 초등학교를 다닐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어느날 엄마가 문 앞의 발판을 신발로 밟지 말라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들었지만 동생은 다른 놀이를 하느라 듣지 못하였고 다음날 하교하는 동생은 어김없이 큰 소리로 야단을 맞아야 했다.
 
“밟지 말라고 몇 번이나 얘기 했잖니”
“몰랐단 말이야...”
“니 나이가 몇 살이야. 이 정도는 알아야지”
 
어린 나에게도 그 때 상황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 같다. 엄마에게 당연한 것이 나와 동생에게 당연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 말이다. 내 당위적 사고를 다른 사람들에게 요구하고 맞추도록 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폭이 좁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는 요금을 내야하는 무인 톨게이트나 터널을 지날 때 강박적으로 빨리 지나가려고 한다. 톨게이트가 보이자마자 먼 곳에서도 미리 카드를 꺼내고 준비를 한다. 가끔 어떤 차들 때문에 시간이 소요되면 굉장히 화가 난다.
‘무인 요금소를 지나려면 미리 준비를 해야지. 왜 저러는 거야?’
 
그러던 어느 날, 요금소 바로 앞에서 카드를 찍기 직전에 그만 놓쳐버렸다. 좌석 아래로 떨어졌는데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퇴근 시간이라 뒷 차들이 기다리고 있고 마음은 점점 조급해지고 식은땀이 났다. 그리고 그때 생각했다. ‘이럴 수도 있구나’
그 뒤로 요금소 앞에서 조금 뮝기적 거리는 차를 보아도 화가 나지 않았다.
‘저 사람도 나처럼 카드를 놓쳤나 보지 뭐, 껄껄껄’
 
‘당연히’에서 조금 벗어나자 마음이 훨씬 편안해 지고 화가 나지 않았다. 살아가며 만나는 여러 상황들에서 나 자신을, 타인을 ‘당연히, 반드시, 틀림없이’ 속에 가두면 시야가 좁아질 수 있다. 이러한 생각들을 발견하고 상황을 다르게 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마음, 감정, 행동이 보다 자연스럽고 편안해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네이버 포스트 리얼디베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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