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려서야 명절 때나 되야 떡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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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려서야 명절 때나 되야 떡도 하고..."
  • 김인자
  • 승인 2016.09.20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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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추석에 떡을 하냐고?

"송편은 사 키로 사고 인절미는 만 원 어치만 사."
"송편 사 키로라고 해봤자 두어 번 집어먹음 읍다."
"떡을 산다고? 아고 시상 편하게들 산다. 죽으믄 썪을 몸팅이 고래 아껴서 뭐에 쓰게? 떡이란 것은 떡쌀을 불려서 해야 제맛이지. 그래도 명색이 명절인데."
"7층 할메 말이 맞다. 사먹는 떡은 양이 너무 적어 집어먹을게 없다. 냉동실에 잡아넣고 두고 먹을게 읍서." 손이 크신 손큰할머니, 양말할머니 말씀이시다.
"아무리 못해도 살거믄 송편 오 키로는 사야 되지 않아?
내 이눔의 허리만 안 아프믄 그걸 사먹간? 익반죽해서 송편 빚을건데 허리가 아주 고장이 났다."
"허기사 사먹는건 얄궂지. 값만 비싸고 집어먹어볼게 너무 없어." 이건 요즘 허리병이 도져서 고생하시는 쩍벌려 할머니 말씀이시다.

"우리 어려서야 먹을게 워낙 귀해서 명절 때나 되야 떡도 하고 괴기도 끊고 했지. 요즘에야 돈만 주믄 뜨끈뜨끈한 떡이 바로 나오는 세상인데 뭣허러 힘들게 떡을 하나.떡살 불리는 것도 일이고. 많이 해놔 받자 먹는 사람도 없고. 먹지 않아 딱딱하게 굳어서 굴러다니는 것도 볼쌍 사납고 그러니 조금 사먹고 마는게 나아."
"아고 역시 똑소리나는 2층 할메 말이 맞다. 힘들게 해서 냉동실에 쳐박아 놓을 일 있어? 편한 세상에 쉽게 살어 쉽게."
매사에 논리정연 하신 붕붕카할머니 말씀
"2층 할메 말이 맞다. 요즘 누가 그렇게 떡을 많이 하나.미련하게."
"그럼~그럼 편히 살어 편히. 몸팅이 막 굴리지말고. 늙으믄 우리처럼 고생한다. 지몸 지가 애껴야지 아프믄 나만 서럽다."

떡하나에 이리 하실 말씀이 많으신 울 할무니들
<떡보 먹보 호랑이>그림책 겉표지를 보시며 쩍벌려할무니, 보라돌이 할무니, 붕붕카할머니가 주거니 받거니 하시는 말씀이다.
추석에 송편을 빚어야하나 어찌해야하나 여쭙는 내게 할무니들이 이구동성 입을 모아 하시는 말씀 결론은 절대로 미련한 짓 하지말라신다.
나보고 만 원어치만 사다가 먹음 추석 실컷 샌다고 떡한다고 절대로 애쓰지 말라신다.

할무니들이 송편에 대해 이 말 저 말을 하시는 동안 유모차할아버지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씀도 없으시다.
"하부지, 주무세여?"
"아녀~~안~자."
"아닌데~ 하부지 주무시는거 맞는데."
"아녀, 진짜로다 안잤어."
"진짜로여?"
"그러엄."
"아닌데~하부지 그러면 딴 생각하시죠? 지금"
"아녀어~나 죄다 들었어.할마씨들이 떡 하지말고 사라잖어. 이쁜 선상님 특히 명심햐."
"우와, 진짜 다 들으셨네.울 할아부지"
"나는 귀가 머리에도 달렸다니께에~고개 숙이고 있어도 다 들었다니까아."

"우와, 신기하다 할아부지, 그럼 제가 조금 전에 책읽으면서 뭐라고 했어여오?"
"팥고물을 두꺼비한테 던졌대잖여."
"누가 던졌대여어?"
"호랑이가~"
"아유 울 할부지 안 듣고 계신줄 알았더만 빠짐없이 죄다 듣고 계셨네에."
"그라암. 내 다 듣고 있었지. 울 이쁜 선상님 얘기하는데 딴짓거리하믄 쓰간?"
"그런데 할아부지 제가 책읽을 때는 왜 한번도 저 안 쳐다보세요?"
"그것은 ?부끄라바서 그라지이~"

헤~ 그르시구나아.
부끄럼쟁이 유모차할아부지랑 보라돌이할무니랑 붕붕카할머니랑 쩍벌려할무니랑 꽃지팽이 할무니랑 그리고 지각대장 양말 할머니랑 오늘 조물조물 맛있게 읽은 그림책은<떡보먹보 호랑이>





"선상님이 떡그림책 읽어주니께 나 갑자기 떡이 먹고싶다."
"그래요?하부지?떡 잡숫고 싶으세요?"
"응, 말랑말랑한 떡이 먹구시프네."
"그럼 제가 추석 쇠고 떡해갖고 오까요? 할아부지?"
"진짜?"
"그럼요. 지는 그짓뿌렁 안해여~~"
"아이구 좋아라~"
"좋으세요, 할아부지?"
"응, 좋아. 하늘을 날 것처럼 기분이 아주 좋아."
"할아부지?"
"응? 왜 선상님"
"우리도 내기해서 한 사람이 떡 몽창 몰아먹기 하까여?~"
"좋지~"
"그럼 할아부지가 무슨 내기를 할지 생각해오기 콜?"
"콜~"
"우와, 하부지 콜 아세요?"
"그럼~~알지.
알겠다~~~이런 뜻이잖에."
ㅎ 센슈쟁이 울하부지 넘 좋아랑~
콜할아부지 이야기보따리 할무니들 추석 건강하게 잘 쇠시고 떡 먹기 내기하러 그림책벤치에서 건강하게 다시 만나여~아라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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