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래 세 시부터 맨날 요기 앉아있어. 세 시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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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래 세 시부터 맨날 요기 앉아있어. 세 시간 동안"
  • 김인자
  • 승인 2016.09.23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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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눈 치료도 하는 그림책벤치


"할무니, 들어가세요.~"
"응, 선상님도 어여 들어가."
큰소리로 인사하는 내게 쩍벌려할무니가 뒤도 안 돌아보고 손을 들어 빠이빠이를 하신다.

"선상님 늙으이헌테 책읽어주느라 오늘도 욕봤다. 어서 들어가. 할무니 기다리시겠다. 나도 이제 들어가봐야겠다."
"들어가시게요? 할무니.
근데 할무니, 오늘은 왜 이렇게 빨리 들어가세요?"
"응, 왜냐할거 같으면  내가 원래 여섯 시까지 있어야 되는데 오줌이 마려워서 들어가는거야."
"여섯 시 까지요?"
"응, 내가 원래 세 시부터 여섯 시까정 맨날 요기 앉아있어. 세 시간 동안"
"우와, 세 시간 동안이나요? 왜요 할머니? 왜 세 시간 동안이나 앉아 있어요?"
"눈이 아파서 자연바람 쐴라고."
쩍벌려할머니가 안경태를 치켜올리며 말씀하신다.

다른 할머니들이 들어가시고  벤치에 혼자 앉아계신 쩍벌려 할머니가 늘 마음에 걸렸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작정하고 쩍벌려할머니한테만 책을 또 한번 읽어드렸다.
붕붕카할머니, 꽃지팡이 할머니, 보라돌이할머니, 예쁘니할무니가 춥다고 들어가시고 벤치에 남아계신 쩍벌려할머니에게 두번째 읽어드린 오늘의 그림책은 <굴개굴개 청개구리>
쩍벌려할무니는 큰아파트에 짝꿍인 할아부지와 두 분이서만 사신다. 일주일에 한번 씩 며느리가 반찬을 해오고 딸이 고기와 생선반찬을 해온단다. 그래도 쩍벌려할무니는 행복한 할무니시다. 일주일에 한번 씩 자손들의 반찬 사랑을 저리 받으시니까.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그리우신 쩍벌려할머니...





"뻐꾸기가 요 며칠 안뵈네."
그림책벤치앞에 서있는 나무위를 쳐다보시며 쩍벌려할무니가 하시는 말씀이다.
"선상님, 이거 아나?"
"어떤거요,할머니?"
"뻐꾸기는 배로 운다."
"배로 운다구요? 입으로 우는게 아니고 배로 울어여 할머니?"
" 응, 뻐꾸기는 배로 울어. 입은 꾹 다물고 배로 울어. 그것도 아주 구슬프게 울지. 오늘은 비가 올거 같은데  청개구리도 울겠네. 진짜로 굴개굴개하고 우나? 내 꼭 한 번 들어봐야하는데..."
"ㅎ 그니까요, 할무니 굴개굴개 ~~"
낮에는 햇볕이 뜨거워도 추분까지 지난 마당에 그늘가에 앉아있으면 찬바람이 선듯선듯한데 쩍벌려할무니 감기드실까 걱정이 된다.
"할무니 끝까지 남으셔서  제가 그림책읽는거 들어주셔서 진짜 진짜 고맙습니다."
"내가 좋아 그런건데 뭐 ? 근데 바쁘신 울선상님 나한테만 책을 또 읽어줘서 울 선상님 힘들겄네. 내가 괜히 남아가지고."
"아녜여,할무니 저는 할무니에게 또 읽어드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아여. 고맙습니다, 어여 들어가세요."
"그랴~낼 봐. 오줌보 터지겄다. 선상님도 언능 들어가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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