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웽웽 거리는 빙원차 소리만 들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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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불 웽웽 거리는 빙원차 소리만 들어도..."
  • 김인자
  • 승인 2016.09.27 0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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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119에 실려가신 심계옥엄니



붕붕카할머니가 빠마를 하셨다. 3만 원 주고.
"우와, 할무니 이뿌다아~~"
그러자 쩍벌려할무니 껌을 짝짝 씹으시며 "만오천 원만 줘도 이뿌게한다." 하시니 붕붕카할무니 "약이 같나? 자르는 것도 다르고. 비싸믄 비싼 값을 하는 것이지.맨날 싸구려만 좋아해가지구." 하신다.
아이궁, 귀여우신 울 할무니들.

꽃지팽이 할무니 두 시 부터 나와 앉아계셔서 기운이 없으시단다. 얼릉 읽어드려야지 하는데 꽃할머니 오시고 이제 읽어드리려하니
"아고, 저기 우리 이쁜 도토리들이 오네." 하고 꽃할무니가 손짓을 하신다.
"도토리요, 할무니? 왜 도토리에요 할무니?"하고 물으니 꽃할머니
"응, 도토리처럼 이쁘잖에. 젊고 어리고. 울 아우들이야."하신다.
이쁜 도토리 두 아즈메가 오시고 이제 읽어볼까하는데 긴다리 할머니가 요양사선생님과 함께 휠체어를 타고 오신다.





쩍벌려할무니 ,붕붕카할무니 꽃지팽이할머니, 꽃할머니, 긴다리할머니, 키작은 도토리 아줌마 그리고 얼굴이 땡글땡글한 도토리아줌마와 함께 읽은 오늘의 그림책은 <종이에 싼 당나귀>
오늘은 울 할머니들이 읽는 내내 집중하시며 재미있게 들어주셨다.

"어무니는 좀 어떠시나?"
"네, 괜찮아지셨어요."
"다행이네. 어즈께 울선상님 을메나 놀랬나 그래? 나는 빨간불 웽웽 거리는 빙원차 소리만 들어도 가심이 발랑발랑한다."
보라돌이할머니랑 양말할머니가 걱정스런 얼굴로 물으신다. 꾹꾹 참으며 쎈 척 했는데 울할무니들이
심계옥엄니 어떠냐고 묻는 말씀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보라돌이 할머니랑 양말할머니가 어제 심계옥엄니가 119에 실려가시는걸 보셨다. 깜짝 놀란 눈으로 보라돌이 할무니 내손을 꼭 잡으며 "우짜쓰까나. 암 걱정마라. 어무니 금방 정신 돌아오실기다." "암만 그렇고말고. 울 선상님 정성이 어떤 정성인데" 하셨던 울 할무니들.
할무니들도 내 걱정에 심계옥엄니 걱정에  밤새 못 주무셨다고 했다.

"경황도 없을껀데 우리한테 책읽어주니라 울선상님 욕봤다. 오늘같은 날은 건너띠도 되는데...
언능 들어가 좀 자라. 눈알이 시뻘겋다."
그리고보니 벌써 어제가 되었네. 울 심계옥엄니 어제 저녁밥드시다 쓰러지신 것이?
"늙으니까 목구멍이 좁아지나?" 식사를 하실 때 마다 자주 목에 걸려  고생하시는 울 심계옥엄니. 병원에서는 뇌경색으로 쓰러지신 분들은 음식물 드실 때 목에 자주 걸린다시는데?
항시 "천천히 드셔라, 꼭꼭 씹어드셔라." 조심하게 하는데 어제처럼 갑자기 일어나는 돌발상황에는 매번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119가 우리집을 기억할 정도로 자주 있는 일. 이러저러한 이유로 자주 119에 실려가시는 울 심계옥엄니.
이제는 딱지가 안고 탄력성이 생길 때도 됐는데 나는 여전히 울 심계옥엄니가 쓰러지시면 머리가 하애진다.

"선상님, 낼은 좀 쉬어라. 얼굴이 말이 아니다. 알겠나?"
"나는 울 할무니들 얼굴보는게 쉬는건데?"
"에고 저눔의 고집. 이래 얘기하는 시간도 아깝다. 언능 들어가 좀 쉬거라."
"네, 할머니 고맙습니다. 내일 뵐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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