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하고 있는 것들... 때로는 의구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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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하고 있는 것들... 때로는 의구심을
  • 최원영
  • 승인 2016.10.03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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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마지노선이 주는 교훈




풍경 #21. 마지노선이 주는 교훈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프랑스는 인접해 있는 독일이 또 전쟁을 일으킬까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프랑스의 육군장관이던 앙드레 마지노가 ‘프랑스와 독일 국경 사이에 거대한 시멘트 방벽을 세우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렇게 방벽을 세우면 독일이 쉽게 침공해오지 못할 테니까요. 독일과의 국경선의 길이는 무려 750km이나 되었습니다. 서울과 부산까지의 거리가 대략 400km인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긴 길이인지 짐작이 갑니다.
 

프랑스는 ‘마지노선’이란 이름을 붙인 이 방벽을 무려 10년이나 걸려서 완성을 했습니다. 이 방벽 속에 중, 장거리 대포도 설치해두었습니다. 모든 게 완벽해보였습니다. 국민들은 이젠 독일 따위는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안도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독일의 나치정권이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국민들은 마지노선을 믿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쟁이 나면 정규군이 아니라 예비군으로도 막을 수 있다고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독일은 벨기에를 침공하고, 바로 벨기에와 맞닿은 프랑스를 급습했습니다. 프랑스는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전략들이 마지노선을 중심으로 짜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확신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때로는 의구심을 품어볼 필요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그것입니다. ‘원전은 안전할거야’, ‘전쟁은 나지 않을 거야’, ‘대형 지진은 발생하지 않을 거야’라는 믿음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원전의 안전을 위해서 더 나은 방안을 모색하게 되고, 전쟁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들을 더 고민하게 되고, 대형지진이 왔을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풍경 #22. 겨울나무의 지혜


가을이 되면 아무리 큰 나무라고 해도 자신의 잎사귀를 모두 떨어뜨리지 않으면 겨울 동안 내리는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할 겁니다. 비록 일 년 동안 애를 써서 키워온 자신의 소중한 일부라고 해도 그것을 버려야만 살 수 있다는 것이지요. 자신의 일부이기 때문에 버리는 것이 아까워서 쥐고 있으면 있을수록, 그 잎사귀에 쌓인 눈으로 인해 가지와 줄기는 부서져버릴 겁니다. 이렇게 겨울나무는 우리들에게 ‘버려라’라는 가르침을 줍니다.
 

그러나 버리면 다시 채워지겠지요. 그것도 새로운 것들로 말입니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어느 분의 글에 보면, 우리의 피부나 뼈, 위, 심장, 폐, 뇌까지도 끊임없이 소멸되고 대신 새로운 세포로 대체가 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피부는 한 달 만에 새로운 피부로 바뀌고, 위의 점막은 5일마다, 간은 6주마다, 뼈는 3개월마다 새 것으로 바뀐다고 말입니다. 몸의 이런 변화는 1년 동안 무려 98%가 새 것으로 변화된다고 합니다. 참 놀랍습니다. 신비롭기까지 하네요.


그래요, 내가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조차도 때로는 내려놓는 것이 지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월의 첫 주를 맞이하면서 도종환 선생님의 <단풍 드는 날>이라는 시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정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단풍드는 날>,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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