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할무니 아니라니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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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할무니 아니라니까아"
  • 김인자
  • 승인 2016.10.0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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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순분할머니의 웃옷

"아니, 왜 이제 와아?"
쩍벌려할무니가 헐레벌떡 뛰어오는 내게 하시는 말씀.
"아쿵 제가 늦었어요,할무니?"
"안늦었어. 넘어진다.뭐하러 뛰어와."
붕붕카할머니가 얼른 의자에 앉으라고 내손을 잡아끄신다.
"이그 괜시리 울 선상님 신경쓰이게 늦었네, 안 늦었네 부담을 주고 그르까" 양말할무니가 말씀하시며 내 볼을 천천히 쓰다듬으신다.
"괜히 또 신경쓸거 읍다. 이 할마씨가 선상님을 세 시부터 기다려서 그랴."
"기다려 주셔서 고맙습니다,할무니."

"저기 순분이 오네."
"할무니, 어서 오세요~" 반갑게 인사하는 내게 꽃할머니 순분할머니가 이쁘게 눈을 흘기신다.
"나 할무니 아니라니까아. 언니라고 불러~"
"맞아 맞아. 순분인 아직 할무니 아녀."
(꽃할무니 순분할무니는 올해 연세가 일흔 여섯이고 초등학교, 중학교 다니는 손주가 둘이나 있으신데 할무니라고 부르면 아주 질색팔색을 하신다.)
"순분이는 할마씨 아니다. 옷입은거 좀 봐라. 속이 훤히 비친다. 저딴건 어디서 사입나?" 쩍벌려할무니가 손가락을 위아래로 흔드시며 쯧쯧쯧 혀를 차신다.
"아고 자다가 깜짝 놀라 뛰어왔네. 늦는줄 알고 식겁을 했다. 아직 시작 안했지?"
"그럼요~울 순분 할무니 아니 순분언니 오시기만 기다렸지여. 근데 울 순분언니 오늘 왜 렇게 섹쉬하실까아?"
"ㅎㅎㅎ 나 진짜로 섹시해?"
"네~애덜말로다가 겁나 섹시해요. 근데 언니 이 속이 비치는 시스루는 요만큼 내려 입어야 더 섹시한건데."
하며 꽃할머니 가슴께를 살짝 내리자 순분할머니옷을 쳐다보시던  할머니들이 약속이나 한 듯 모두 다같이 옷을 끌어내리셨다.
"아고 울할무니들 오늘 단체로 왜들 이러신다여?"
"왜 우리도 섹시 좀 하려는데 뭐 잘못됐냐?" 쩍벌려할무니가 툴툴거리며 하시는 말씀.
"하하 할무니 그것은 속살이 쪼까 비치는 옷을 입었을 때만 살짝 내리는 것이지 그렇게 막 옷을 내림 안되여."
"아~그런겨?~~~"
"네에~그런겨어~. 울 할무니들처럼 이렇게 이쁜 여성들이 아무데서 막 그렇게 속살 봬주고 그럼 안되는 거예여어."

그때 경비아저씨가 리어카를 끌고 지나 가신다.
"나 저거 한번 타보믄 안되까?"
보라돌이 할무니말에 경비아저씨 쑥스러워하시며 더 빨리 지나가신다.
"할무니,리어카타고 시퍼여?내가 태워주까여?"
"아녀."
"왜 아녀?"
"아,것도 몰라?
남정네가 태워주는거 타고 싶다는 것이지 누가 선상님보고 태워달랴?"
양말할머니 그것도 모르냐며 내 어깨를 툭 치신다.
"아, 그런겨?~~"
"아, 그런겨어~"





살랑살랑 콧바람 부는 울 할머니들과 읽은 오늘의 그림책은
<달이네 추석맞이 >
"잘 차려놨네."
그림책속 차례상을 보며 할머니들 지난 추석이야기를 하시고 오늘 새로 오신 89세 토끼띠 할머니랑 딸네집에 놀러오신 안동할머니가 책을 다 읽어 드리고 나자
"이야기도 참 잘 하네." 하시며 양손바닥을 붙여 두손을 가슴께에 곱게 모으신다. 그 모습을 본 쩍벌려할무니
"절에 다니시나?" 하시니
"아니 너무도 감사해서 그러지.
내 평생 누가 나헌테 책을 읽어준게 첨있는 일이라?" 하신다.

"고마워서 그러는건데 내 한번 우리 선상님 안아봐도 되갔소?"
"네,그럼요, 할무니."
안동할머니 한번 꼬옥 안아드리고
토끼할머니도 한번 꼬옥 안아드리고
그리고 그냥 오려니 맘에 걸려서
붕붕카할무니도 한 번, 꽃할머니도 한 번, 쩍벌려할무니도 한 번, 양말할머니도 한 번, 보라돌이할무니도 한 번, 꽃지팽이할머니도 한 번, 울할무니들 모두 모두 한 번 씩 꼬옥 안아드렸다. 그랬더니 할머니들 얼굴에 빨간 감이 열렸다.
"할무니 좋아여?"
"응, 좋아. 누가 이케 늙은이들을 안아주나?"
"저도 좋아여 할무니."
나는야 안아주기대장
우리 할머니들은 안기기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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