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이 노래를 부르시는데 갑자기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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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이 노래를 부르시는데 갑자기 눈물이...
  • 김인자
  • 승인 2016.10.18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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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안산 초지복지관 할머니들과 독서나들이

오늘은 참 행복하다.
내 생애 처음으로 글을 써본다.
옛날 철없던 시절엔 글도 써본다고 글인지 낙서인지 모르게 적어본 적은 있었지만 펜을 놓은지 벌써 반 백 년이란 세월이 지나?

글을 써본다.
말이 되진 않지만 글을 써본다는게 정말 행복하다.
선생님 글을 듣고 사진을 보고 쓸 것도 같았지만 막상 쓰려니 막히는 부분이 많아지네.
잘 연구해보고 노력하면 잘 써지려나.
선생님처럼 좋은 글 쓰고 좋은 사진  찍고 싶다.
                        -67세 초지복지관 조경순할머니


"선생님 사랑해요~~"
"저도 사랑해요 할무니..."

정보소외계층 독서 문화프로그램으로 안산시에 있는 감골도서관에서 초지복지관에 다니시는 할머니들과 독서 나들이라는 이름의 저자만남 행사를 했다.
외곽순환도로가 너무 밀리는데다 아침 출근시간을 피하려고 새벽 6시30분에 집을 나섰더니 강연시간인 9시30분 보다 한 시간 반이나 일찍 도서관에 도착했다. 감골도서관은 다른 도서관과는 달리 주차장이 여유가 있어 차를 여유있게 주차시키고 도서관 주변을 천천히 구경했다. 2층 사무실에 올라가 도서프로그램 담당선생님을 만나 미리 인사드리고 강연장인 지하강당에서 여유있게 울 할무니들이 오시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열 시가 조금 넘어 도서관 담당 선생님이 모시러 간 봉고차로 할무니들이 도서관에 도착하셔서 먼저 자료실을 둘러본다는 전화를 받았다.
내가 좋아하는 할무니들을 만난다는 설레임으로 가슴이 콩당콩당 뛰었다.
오늘 '김인자작가와 함께 하는 독서 나들이 프로그램'에 참석하시는 할머니들은 초지복지관에 다니시는 할머니들이라고 하셨다. 한글도 다 아시고 노래도 잘 부르시고 여유가 있으신 할무니들이라 하셨다. 
자료실을 둘러보신 할무니들이 들어오시고 도서관 안내영상을 보신 후에 할머니들과의 본격적인 만남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그림책작가 김인자입니다"하고 인사를 드리니 환하게 웃어주시는 초지복지관 할무니들. 모두들 이쁘게 꽃단장을 하고 오셨다.
땡땡이 시스루를 입으신 할머니를 앞에 모시니 귀걸이까지 진주로 깔맞춤을 하셨다. "울할무니 너무 예쁘시다." "패셔니스타다" 칭찬을 해드리니 깔맞춤 우리할머니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공수를 하신다. 복지관서 인사하는 법도 배우셨단다. 그러더니 
공수를 하신 할머니께서 배를 살살 문지르며 멧돌체조 노래를 선창하셨다. 그러자 할머니들 모두 공수를 하시며 멧돌체조 노래를 모두 다 함께 부르셨다.

돌려라~ 돌려라~ 멧돌을 돌려라~
중심을 잡고서 멧돌을 돌려라~

돌려라~ 돌려라~ 멧돌을 돌려라~
청춘을 돌려라아~~

장이 약한 내가 어릴적 배가 아파 떼굴떼굴 구를 때 우리 외할머니가 배를 쓰다듬으며 불러주셨던 노래가 저랬을까?
할머니들이 노래를 부르시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선생님, 우리 노인들 꼬시기 대장이라고 하셨지요?
3분이 아니라 일 초네~일 초.
우리 이뿌신 선생님 일 초 만에 우리 모두를 꼼짝 못하게 홀딱 반하게 해버리시는구만여."
80세 허호순할머니 말씀이시다.

"말씀이 예뻐요. 선생님 닮고 싶어요.
내 일생에 오늘이 젤로 행복했던거 같아요." 멧돌체조노래가 다시 듣고 싶어 저녁에 이정숙할무니께 전화를 드렸더니 정숙할머니가 하시는 말씀이시다. 

"이뿌신 선생님, 이게 무슨 뜻인줄 알아요?"
82세 안숙향 할머니가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드시며 물으신다.
짐짓 모르는 척 "몰라여~ 할무니 그게 뭐예요?"하고 물으니
"아이고, 이뿌신 우리 선생님이 모르시는게 다 있네." 하시며 창을 하시는 박기옥할무니가 소상히 알려주신다.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드시며)
이건 신세대 사랑표시~

(가슴에 두 손으로 하트모양을 만드시며)
이건 구세대 사랑표시~

"우와 재밌어요 할무니"
"재밌어여?
그럼 노인들 사랑표시는 어떻게 하게요?" 
87세 김낙선 할무니께서 웃으며 물으셨다.
"글쎄요,할무니~"
"아 노인들 사랑표시는 바로 이거지~" 하시며 김낙선할머니 머리 위로 두 손을 모아 하트표시를 하신다.
"선생님 우리는 신세대야~ 우리의 사랑표시를 받아요~"
하시며 울 할머니들 모두 엄지와 검지로 하트를 만들어 하트를 뿅뿅 날리신다.
 "사랑해요 선생님~~~~"

"저도 사랑해요, 할무니...
오래 오래 건강하셔야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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