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합니다~ 사랑합니다 고백하기 딱 좋은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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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합니다~ 사랑합니다 고백하기 딱 좋은 계절
  • 김인자
  • 승인 2016.10.2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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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고양이엄마, 보라돌이할머니


매주 수요일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 9시 까지는 우리 아파트 재활용수거일이다.
오늘도 우리 아파트 경비 할아버지들은 엄청난 양의 쓰레기들을 일사불란하게 정리를 하신다. 신문은 신문대로,박스는 박스대로, 플라스틱은 플라스틱대로, 캔은 캔대로, 스치로폼은 스치로폼대로, 병은 병대로.

가을이라 그런가 여름날 무더위 때보다도 경비할아버지들 일하시는 모습이 힘겨워보이고 왠지 짠하다. 따뜻한 커피를 사다드릴까 하다가 포도즙 여섯 개랑 껍질 자를 가위를 들고 나가 떡가게에 가서 콩인절미(저번에 사다드렸는데 팥인절미는 별로 안 좋아하신다)한 팩, 술떡 한 팩, 시루떡 한 팩, 바람떡 한 팩, 절편 한 팩 그리고 약식 한 팩 모두 합해 떡 여섯 팩을 사서 경비할아버지들께 드렸다. 가위로 자른 포도즙에 빨대 하나씩 꽂아서 드리니 경비할아버지들 마른 얼굴에 따뜻한 웃음이 번지신다.

"거기서 뭐하냐?"
돌아보니 보라돌이 할머니시다.
"아직 안 들어가셨어요?"
"그러는 선생님은 거서 뭐하나?"
"어여 들어가세요, 할무니. 바람이 바뀌었어요, 할무니"
"집에 일찍 들어가 뭐해. 밥때 되려면 아직도 먼걸. 벤치에 할마씨들 고대로 앉아있다."
"아직도요? 오늘 일교차 심한데. 요맘때 울 할무니들 감기 조심 하셔야해요."

보라돌이할머니 손을 잡고 그림책벤치에 가보니 고양이엄마도 와있다. 고양이 밥주고 한 바퀴 휘휘 도는 중이었단다.
고양이에게 몰래 몰래 밥을 주면서 아파트주민들 눈치보랴, 할무니들 눈치보랴 늘 걱정대장인 고양이엄마.
고양이 밥주는거 봐달라고 어떤(나는 아는) 할머니가 파는 비싼 보정 속옷도 사주고 남해에 사시는 친정엄마가 보내준 귀한 액젓도 나눠드리고 청소하는 할머니에게 빵도 사다드리는 퍼주기대장 고양이엄마.
나는 할머니들에게 인사 잘하고 붙임성있게 잘 하는 고양이엄마가 항상 고맙고 감사했다.





"언니야, 어디 갔다 오나?"
"조기~"
"조기 어디?"
"경비들한테 떡 사멕이고 있드라."
보라돌이 할머니말씀에 
"아이고, 지나 먹지. 뭣 좀 먹었어? 
밥은 먹고 다니는가, 김선생?" 쩍벌려할머니가 걱정스런 얼굴로 물으신다.
"언니, 또 밥 안 먹었어?"
"먹었다."
"진짜 먹었어?"
"그래, 진짜 먹었다."
"먹기는 개뿔. 둘다 똑같애 가지고 지들 입에 들어가는거나 챙기지. 한 놈은 고양이 밥준다고 미쳐 돌아다니고 한 놈은 늙은이들헌테 미쳐 돌아다니고. 니 둘이 똑같다. 똑같애."

쩍벌려할머니가 내 손을 꼭 틀어 잡으신다.
"할무니들 왜 안들어가세요? 감기들면 우짤라고오~ 언능 드가세여."
"그니까.. 춥다, 이제 들어가자."
보라돌이 할머니 말씀에도 울 할무니들 꼼짝도 안하신다.
"딱 오 분만 더 있자.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죄다 모였는데. 이런 날이 오기가 쉽나?"
"어르신,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이에여?
누구를 좋아하시는데요?
저요?
우와, 할무니 저 싫어하는거 아니셨습니까?"
쉬지않고 다다다 말하는 고양이 엄마에게 쩍벌려할무니가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신다.
"내가 은제?"
"저 고양이 밥준다고 헛짓거리하고 돌아댕긴다고 맨날 뭐라 하셨잖아여."
"그건 맞아. 밤중에 고양이새끼 냥냥거리고 우는 소리도 싫고. 아파트단지에 고양이가  떼로 설치고 돌아다니는 것도 아주 싫어."
"그런데도 좋아하는 사람에 저도 끼워주시는겁니까?"
"아직은 아냐. 우리 김선생이랑 언니 동생하는거 같아서 봐주는거지.
여하튼지 나는 고양이가 이세상에서 젤로다 싫어."
"아고, 어르신 고맙습니다."
"잘해. 고양이만 챙기지말고. 저 선상언니도 잘 걷어 멕이고."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까지도 이뻐하시는  우리 할머니들의 속깊은 사랑.

"언니야, 저 할머니 무서운데 우째 꼬셨노?"
"꼬시기는 뭘 ...
말씀만 저렇게 하시지 속정 깊은 할무니셔. 우리 잘하자."
"아 눼눼 교과서 언니~~~~"

고맙고 감사한 이 가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합니다~ 사랑합니다하고 고백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이가을은.

할무니 사랑합니다.
경비할아버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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