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의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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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의 도발
  • 이혜정
  • 승인 2016.10.25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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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이혜정/ 청소년창의문화공동체 '미루' 대표

꿈을 꾸는 청년들에 대한 도발, ‘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원망해’

 

대한민국 이슈의 중심에 현직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오르내리는 최순실 씨의 딸, 20살 정유라 씨가 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돈도 실력이야,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SNS에 올린 정씨의 글을 보며 분노를 넘어 측은함이 든다. 정유라 씨는 자신의 가능성을 향해 땀 흘리는 청년들에게 도발했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의연하다. 이제 정씨의 삶은 실력이 아니라 편법과 특혜와 불의에 의존해 온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은 선명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정씨가 이대에 입학하고 학점을 받아온 것을 보면 기적의 연속이었다. 정씨가 입학을 하게 될 2015년부터 체육특기생 전형 대상 종목이 11개에서 23개로 확대되며 승마 종목이 포함되었다. 또한 이화여대의 수시 전형 자격 기준이 ‘접수마감일 이전 3년 이내 국제 또는 전국 규모의 대회에서 개인종목 3위 이내로 입상자’로 제한됐으나 정씨는 원서접수 마감(9월16일) 나흘 뒤인 20일에 획득한 아시아경기대회 승마 단체전 금메달이 평가에 반영됐다.

 

그의 학점 취득과정은 상식의 눈으로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2학년 1학기 학사경고의 위기 상황에서 학교에 찾아온 최순실 씨는 지도교수를 향해 고성을 질렀고 그날 바로 지도교수는 교체됐다. 그 후 우연치고는 너무나 석연찮게 학칙이 개정되었다. ‘국제대회나 연수, 훈련, 교육실습 등에 참가한 경우 공문서를 제출하면 출석으로 인정해주라’는 내용이었고 3월부터 소급 적용이 되었다. 정씨는 이 학칙 개정으로 혜택을 보았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공문서는 제출되지 않았다. 또한 작년 체육과학부 실기우수자에게 대회 실적이나 과제물을 참고해 최소 B학점을 주라는 내규가 신설돼 학점은 자동 상승했다. 그의 리포트는 맞춤법이 엉망이었고 심지어는 비속어까지 난무했다. 이화여대의 시계는 오직 정유라 씨를 위해 돌아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정씨가 말한 돈의 출처가 과연 어디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정유라 씨와 어머니 최순실 씨가 실질 주주인 비덱, 더블루K, 독일 현지법인인 The Blue K가 미르· K스포츠재단의 자금을 끌어들인 것으로 확인되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비덱은 독일의 한 3성급 호텔과 주택 여러 채를 인수하였으며 비덱과 The Blue K의 거래내역이 담긴 독일의 은행계좌도 확인되고 있다. 두 기업의 자금 출처가 모호한 가운데 이들 자산의 구입시기가 우연히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건립 바로 직후였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과히 모든 면에서 주목되는 재단이다. 두 재단은 굴지의 대한민국 재벌로부터 기금을 출연 받았는데 미르재단은 이틀 만에 486억 원을 모았고, K스포츠재단은 6일 만에 380억 원을 모았다. 과히 기네스북에 오를 만하다. 나아가 허가에서 승인까지 최소 일주일 많게는 수 십일씩 걸리는 재단 허가, 승인이 두 재단 모두 단 하루 만에 이루어졌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허가를 해주는 문체부가 알아서 세종시에서 서울로 출장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국감에서 밝혀졌다.

 

그런데 속속 드러나는 정황은 두 재단이 공적인 목적으로 운영됐다기보다 실상은 대기업 돈을 끌어 모아 최순실 씨 가족 사업을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 실례로 올해 1월 말 비덱은 2020년 도쿄올림픽 비인기 종목 유망주를 육성하겠다며 대기업에 80억 원 규모의 후원금을 요청했고 이를 K스포츠재단에 내면 에이전트 계약을 맺어 자신들이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비덱코리아는 K스포츠 재단의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로 사업을 따내 자금을 따내고 실질적으로 정씨의 승마 유학과 훈련에 지원해왔다는 의혹을 뒷받침 하는 정황이다. K스포츠 재단과 더블루K 직원들은 겸직을 하고 있었으며 상당수의 K스포츠 재단 관계자들이 실질적으로는 더블루K로 출근해 업무를 봤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정유라 씨에 대한 재벌의 지원도 각별해 보인다. 정유라 씨가 지난해부터 훈련해온 독일 예거호프 승마장의 대표는 정씨 측이 삼성이 2000만 유로(200억원)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고 전했다. 또한 삼성그룹은 정씨를 위해 10억 원대의 명마를 매입하고 거래사인 모나미가 독일의 경마장을 인수하도록 하는 등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제승마연맹 프로필에는 정유라 씨의 소속팀이 삼성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정유라 씨에게 부여된 특혜는 끊임이 없다. 대회 승부와 국가 대표 선출에서 대학 입학에 이르기 까지 자신의 능력으로 이룬 것을 찾기 힘들다. 게다가 그녀가 누린 그 모든 것이 부모의 부로부터 나왔다고도 할 수 없다. 어떤 배경인지 알 수 없으나 재벌과 권력이 그들 앞에서 알아서 낮은 포복을 했으며 그 끝에는 국민이 낸 혈세가 보인다.

 

무엇이 실력인가? 정씨는 편법과 특혜와 불의와 불법으로 얼룩진 자신의 삶을 진정으로 실력이라 생각하는가? 그 부정한 과정이 누구의 능력(권력)으로부터 비롯되었는지 명백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하나 더, 그 권력의 시녀로 교육자의 양심을 판 이화여대 관련자들은 학생과 국민들 앞에 읍소로 반성하며 모든 직위를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이 땅의 청년들이 이 땅에서 버티고 살아나갈 근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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