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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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 김인자
  • 승인 2016.10.2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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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금산 버스정류장의 할무니들

"아구야, 내는 아가씬줄 알았다."
읍에 있는 병원에 다녀가신다는 초록할무니는 띠가 범띠되시겠다. 낭랑 91세.
"우와, 할무니 구 십 하나여?칠 십도 안돼보이시는데여."
"에이, 무신 쪼글쪼글 쪼그랑 밤탱이다."

금산 기적의 도서관 강연을 끝나고 밥먹을 곳을 찾다가 시내버스정류장에서 나는 심~봤다아~
세상에나, 버스정거장에 내가 좋아하는 할무니들이 뭉태기로 앉아계신거다.
앗싸~ 나는 밥 안 먹어도 배부르다.





"이렇게 이쁜 옷을 입고 도회지 샥시가 이 촌구석까지 뭐하러 왔노?"
"하하, 제가 뭣땜시 왔을까여어? 그것은 바로 울 이쁜 할메들 보러 왔지이~"
"아이고, 이쁜거이 조 말하는 것 좀 봐라. 참 이쁘게도 말허네~"
"이왕 말 나온김에 울 할무니들 연세가 우찌 되셨을까아 함 말씀들 해보실까여어?" 하는 내말에 할무니들 줄줄이 나이를 대신다.
"나는 범띠여 ~구십 하나."
"우와 구십 하나여? 절대로 그리 안 보이세요.
할무니는요?"
"나는 토끼띠. 구 십."
"나는 ??띠야. 팔 십 여덟."
"햐~~~요동네는 물이 좋은가봐여. 울 할무니들 척 보기에 죄다 육학년 같은데."
"육학년이 뭐여?"
"아~육학년이 뭐냐면 연세가 육 십이 될까 말까? 그렇다고요."
"아이고 벨소리를 다한다. 내 그 나이만 됐어도 걱정이 없갔다."
"할무니는 몇 살이여?
"내는 개띠. 팔십 서히~~~"
"팔십 서히? 자네 나이를 고거뿌이 안묵었나? 아이고 얼라구나 얼라."
구 십 하나 잡순 할무니가 얼라인 팔십 셋 먹은 할머니에게 하시는 말씀.

"그나저나 아가? 니 결혼 했나? 안했으믄 내 손주며느리하자."
"네?"
"내 손주며느리 하자꼬. 니 참 곱다. 귀허게 생겼다~
근데 ?
우리 손주가 나이가 좀 많다. 그래도 괜찮겄나?"
"하하, 할무니 손주가 나이가 많아요? 얼마나 많은데여?"
"서른 둘~~~"
"으아~~~~할무니~^^

10분 동안 차를 타고 가려고
두 시간 반을 버스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는 우리 할무니들.
두시간 반 차를 기다리느니 10분을 걷는게 낫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그 십 분도 다리가 아파 못 걸으시는 우리 할머니들.
오래 오래 건강하셔요

"할무니, 빠빠이~~"
"오야.우리 이쁜이도 조심해서 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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