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회수한 갤럭시노트7 430만대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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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회수한 갤럭시노트7 430만대를 구하라"
  • 김연식
  • 승인 2016.11.13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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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 기로에선 삼성, 휴대전화 재활용
 
# 스마트폰! 너는 너무 허약해!

처음 휴대전화를 갖게 된 건 17년 전인 1999년 여름이었다. 텔레비전 광고에서처럼 “잘자~ 내 꿈꿔~”하는 유명 여가수의 목소리가 들릴 것만 같은 은색 플립 전화기였다. 전화기를 개통한 날 밤 이불속에서 사용 안내 책자의 앞뒤를 넘나들며 몇 되지도 않는 기능을 꼼꼼히 익혔다. 문자를 주고받는 새롭고 놀라운 기능 탓에 친구들 사이에서 휴대전화가 없는 것은 치명적 약점이 되었고, 학생들은 너도나도 신문물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느덧 17년이 지났다. 휴대전화를 쓴지 무려 17년이다. 그간 전화기를 몇 대나 쓰고 버렸는지 모르겠다. 화면이 커지더니, 반으로 접히는 녀석이 나와 주머니에 쏙 들어갔고, 컬러화면이 등장해 우리를 놀라게 하더니, 카메라가 달려 나와 전 국민 셀카 시대를 열었다. 화면이 가로로 돌아가는 놈, 위아래로 미는 놈, 첫 스마트폰인 아이폰, 그 후 국산 스마트폰 두 대. 중간에 잃어버린 두 대와 떨어뜨리거나 깔고 앉은 불쌍한 두 대까지. 군 복무기간 이태를 빼면 지난 15년간 나는 전화기 열한 대를 소모한 셈이다. 잃어버린 걸 빼도 15년간 아홉 대. 한 대당 평균 사용기간 1.7년. 처참한 숫자다.

나는 퍽 검소한 편이다. 요즘에도 몽당연필에 펜대를 끼워 쓰고, 밥상에서 밥알 하나 남기지 않으며, 이면지를 잘 모으고, 빈 공간은 찢어 모아 다시 쓴다. 그럼에도 휴대전화는 두 해를 못 쓰는 건 왜일까. 텔레비전과 냉장고, 세탁기는 10년이나 쓰는데, 이 비싼 휴대전화는 고작 이태냐 말이다. 자주 쓴다는 점과 이리저리 떨어뜨리는 걸 감안해도 이건 너무하다.
 
내 탓만은 아니다. 그린피스가 지난 4일 공개한 '혁신을 위한 선순환: IT 산업과 순환경제' 보고서를 보면 영국과 독일, 일본, 미국 등의 평균 휴대전화 사용 기간은 2.72년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국 사용자의 스마트폰 교체주기는 평균 2.2년에 불과했다. 스마트폰 자체가 수리가 어렵거나 비용이 많이 들게 제작됐기 때문이다. 배터리가 분리되지 않는 일체형은 배터리 수명이 다하면 전화기를 버려야 한다. 배터리 교체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종종 제조사가 업데이트 서비스를 중단하면 기계에 문제가 없어도 계속 쓸 수 없다.

그린피스가 지난 8월 설문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응답자의 75%는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신제품을 너무 많이 출시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91%는 스마트폰을 새로 살 때 쉽게 수리할 수 있는 요인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린피스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스마트폰 재활용률을 높여야 하며, 그러려면 생산 초기 단계에서부터 수리가 쉽고 재사용 할 수 있게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갤럭시를 구하라.

그나저나 지난 17년간 나를 거친 휴대전화기 열한 대는 어찌되었을까. 휴대전화기에는 금, 코발트, 텅스텐 등 희귀광물이 들어있다. 그럼에도 전자제품 제조사들은 수명이 다한 제품을 수거해 재활용하는데 관심이 없다. 수거했다 하더라도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대부분 폐기한다.
그린피스의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폐 휴대폰의 수거 및 재활용률은 16.8%에 불과한데, 한국의 경우 4%에도 미치지 않는다. 2015년 한 해 전 세계에 판매된 스마트폰은 15억 대에 육박했다. 이 기기들이 수명을 다해 버려지면 폐기물이 24만 톤이나 발생할 것으로 그린피스는 추산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삼성전자가 발화사고를 유발한 신제품 갤럭시노트7를 회수하기로 했다. 430만여 대, 730톤에 달하는 양이다. 삼성전자는 폭발 원인과 회수된 제품 처리 방안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 대변인은 “갤럭시노트7을 수리, 리퍼비시, 또는 재판매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전량 폐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독일의 환경 영향성 조사기관인 외코인스티투트(OEKO Institute)의 조사결과 갤럭시노트7 430만 대에는 금 100킬로그램(kg), 은 1천kg, 코발트가 2만kg, 팔라듐 20~60kg, 텅스텐 1천kg 등 상당한 양의 귀금속 및 희소금속 등이 사용되었다. 코발트 2만kg은 1천 톤 이상의 암석과 광석, 화석연료를 채굴해야 얻을 수 있는 양이다. 콩고민주공화국의 광부들이 쉬지 않고 20년을 일해야 채취할 수 있다.
 
위기는 기회의 다른 이름이다. 전 세계가 삼성의 리콜을 지켜보고 있다. 삼성은 이 사태를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갤노트7에 사용된 소중한 자원을 재사용하는 새로운 기술을 보여줘야 한다.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폐기기의 처리 등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각국의 규제에 서둘러 대비하는 기업만이 다가오는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다. 갤노트7이 위기이자 기회인 까닭이다. 더 근본적으로 삼성은 자원의 순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부품 교환, 수리, 재활용이 쉽도록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숙고해야 한다.
 
그린피스는 ‘갤럭시를 구하라’ 캠페인을 벌여 삼성전자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현명한 자원 활용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전 세계 시민들의 서명(greenpeace.org/korea/savethegalaxy)을 받아 삼성전자에 전달할 예정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10일(목)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사태를 후진적 생산 방식이 초래한 결과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며, 판매 일변도의 사업 행태를 개선하고 자원 순환을 촉진하는 지속 가능한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갤럭시노트7 430만 대에는 금 100킬로그램(kg), 은 1천kg, 코발트가 2만kg, 팔라듐 20~60kg, 텅스텐 1천kg 등이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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