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왜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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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왜 그래요?
  • 이수석
  • 승인 2016.11.16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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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아이들과 대통령 / 이수석(석남중 교사)
 
“사회 쌤! 쌤은 100만 명분의 1이셨나요?”
아침 등교길에, 비밀스런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툭 치는 문○○ 과 김○○의 인사말이다.
“나도 대한민국 국민이거든.”
그런 우리(?)들 모습을 지켜보는 오○○선생님이 거든다.
“…너희들도? …선생님도 계셨어요?”
“옳은 것을 옳다고 하고 틀린 것을 틀리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정의고 진리라고 제 선친께 배웠어요.”
“저희는, 선생님께 배웠어요.”

학생들은 언제나 새롭다. 그리고 놀랍다. 난 오히려 이들 학생에게 배운다. 선생은 먼저 태어나 사는 사람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학문과 기술, 그리고 예술 등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띤 사람 모두를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다시금 묻고 확인하며 실천하는 이런 작은(?) 사람도 선생이라 할 수 있다. 난 오늘도 이 작은 선생들에게서 배우고 느낀다.
 
박근혜 대통령님! 이 글을 쓰는 지금부터 나는 당신을 대통령이라 부르지 않을 것입니다. 5.16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당신의 아버지는 정권유지를 위해 대한민국을 동과 서로, 경상도와 전라도, 충청도로 나누어 지역감정을 일으켰고 국민들을 이간질 시켰습니다.
그런데 지금, 당신 덕분(?)에 대한민국은 국론이 통일되었습니다. 국민 모두가 당신의 ‘하야(下野)’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해방 이후 이 땅에 나타난 그 모든 주의와 사상을 한 목소리로 통일 시켰습니다. 이제 ‘하야’ 하십시오. 그러면 마음 착한 이 땅의 국민들은 그나마 당신을 이해하려 할 것이고 불쌍하다며 용서할 것입니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고 하더군요. 완전범죄는 성립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당신이 알고 최순실이 알고,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늘 아침, 등교하는 꼬마 선생(?)들이 “선생님도 백만분의 1이셨나요?” 라고 나에게 확인하는 질문을 하더군요. 당황스러웠습니다. 당신에게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할 수 있게 해주어 ‘고맙습니다’. 제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생이 될 수 있었음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1979년 10월 26일. 중학교 2학년 때까지, 당신의 아버지에게 세뇌 교육 당했던 그 어린(?) 학생이 진심어린 애정으로 부탁드립니다.
“하야 하십시오! 그것만이 당신이 살 길입니다.”
 
당신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민 앞에 2번이나 사과했어요. 당신이 ‘악어의 눈물’로 흘리던 그 사과, 영혼과 진정성 없는 사과를 받아줄 국민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당신의 영혼 없는 사과, 진정성 없는, 그 사과를 받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난 오늘도 광화문과 시청을 오가며 당신의 ‘하야’를 외치는 겁니다.
개는 주인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돼지는 오지도 않은 내일을 준비한다고 목구멍까지 쳐 먹지도 않습니다. 오직 사람의 탈을 쓴 개돼지만도 못한 것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친구의 뺨을 때립니다. 영원히 살 것처럼, 영원히 누릴 것처럼 남의 것을 빼앗고 군림하려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누리며 까불지요. 그러다가 때와 세력이 불리하면 주인(?)을 물어뜯고(?), 주인이 쉴 곳에 똥(?)을 싸지요. 정말 개돼지만도 못한 것들이죠.
하염없이 부끄럽고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에 광화문에서 시청으로 촛불을 들고 행진하였습니다. 그리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이 글을 씁니다. 그런데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너무나 많았나 봅니다.
 
중학교 학생들이 말합니다.
“어른들은 왜 그래요? 대통령 그만하면 되잖아요? 이런 일 하려고 대통령 한 게 아니잖아요. 이런 일 하라고 대통령 뽑아준 게 아니잖아요? 왜 그렇게 쪽팔리면서까지 하야하지 않는 거예요?”




이순신장군 동상과 세월호 노란 리본이 더욱 밝게 빛나는 이 밤에, 당신에게 요청합니다. 아니 후세대에게 올곧게 살라고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명령합니다.
좋은 말로 말할 때 하야 하십시오. 국민들의 말을 들으십시오. 그것만이 당신이 살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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