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갑자기 눈이 안보여서 병원에 갔잖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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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갑자기 눈이 안보여서 병원에 갔잖여"
  • 김인자
  • 승인 2016.11.18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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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실명위기 부른 황막변성
 
오늘은 심계옥엄니가 다니시는 치매센터인 사랑터에서 보호자모임이 있는 날.
오늘은 특별히 치매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위한 인지재활프로그램중 문학체험을 보호자들이 직접 해보는 날이다. 그리고 치매센터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드시는 간식도 직접 먹어보는 귀한 시간.
여러가지 체험 프로그램 중 나는 학기초에 문학프로그램 참여를 신청했었다.
 
센터에 와보니 정춘회할아버지가 와 계셨다. 강연다니느라 그동안 보호자모임에 오랜만에 나온터라 오랜만에 뵙는 정춘회할아버지가 많이 반가웠다.
단정한 코트에 멋스러운 모자에 깔끔한 목도리에 울 정춘회할아버지 멋진 모습이셨다.
얼굴도 티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이시고 건강해보이셔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그동안 할아버지 또 넘어지셔서 허리가 많이 아프시다고 하셨다. 걸으실 때 마다 허리에 손을 짚고 걸으신다.
"할아버지 복대라도 하시면 좋은데?"
"집에선 하는데 밥먹을때 소화도 안되고 자꾸만 얹혀서 허기가 싫어."
"그러시구나"
 
골다공증도 심하셔서 건강이 늘 걱정이 되었던 정춘회할아버지.
몇 달 전에 황막변성으로 한쪽 눈이 실명되실뻔 하셨단다.
한 대에 백만 원 하는 주사를 세 번 맞으셨다는 정춘회할아버지.
"내가 갑자기 눈이 안보여서 병원에 갔잖여. 그랬더니 조금만 늦었어도 실명될 뻔 했다고 하드만. 눈이 쪼끔만 이상허다 싶으믄 김선생도 빨리 병원에 가야혀, 내볼때 김선생도 지몸 아낄줄 몰라. 내가 특별히 하는 소리야."
"지금은 괜찮으세요?할아버지?"
"응, 지금은 괜찮은데. 두 달 동안 주사 안맞고 지켜보다가?"
"그러다가여?"
"안 나으면 열 네 번까지 주사를 맞아야한대."
"열 네번이! 나여?"
"응, 열 네 번."
"열 네 번 주사 맞으면 완전히 싹 낫는대요?"
"그건 모르지. 열 네 번까지 맞고 그담부터는 보험이 안되서 한 대에 백만 원씩 내야한대."
"주사값이 그렇게 비싸여?"
"응"
"그럼 지금은 얼만데요?"
"한 대에 십만 원."
"아 ..세 번 맞고 괜찮으시니 할아부지 이제 싹 나으셨을거예요."
"그래야하는데 ?"

맘이 짠해서 말을 돌려야지 싶던 차에 할아버지 얼굴이 뽀야니 예뿌셨다.
"근데 할아부지?"
"응, 왜?"
"얼굴이 왜케 이뻐지셨어요?"
"이뻐졌어?"
"네,이뻐지셨어요."
"화장품을 바꿔서 그릉가?"
"아, 화장품을 바꾸셨구나.
뭐 좋은거로 바꾸셨어요?"
"응, 울 연임씨가 바르는 화장물 같이 발랐더니만 피부가 뽀해지네.
남자스킨 발랐을 때는 좋은거 모르겠더니 ! 우리 연임씨꺼 바르니까 다들 피부가 좋아졌다고 허네."
"그니까여 할아부지,
편찮으셔서 고생하셨는데 피부가 참 고우시고 이뻐지셨어요."
"ㅎ 머라도 좋아졌다니까 좋구만."
생쥐신랑 옛이야기그림책을 재미나게 읽어주고 정춘회할아버지와 이연임할머니에게 왕관을 씌어드렸다.
'나는 행복합니다' 노래에 맞춰 춤도 추고.
 
옆에 앉으신 정춘회할아버지 짝꿍 이연임할머니에게 귓속말로 살짝 여쭈었다.
"할머니?"
"응"
"할아부지 좋아여?"
"응, 좋아."
"머가 좋아요?"
"다 좋아."
"다좋으세요? 그중에 젤로 좋은거는 머예요?"
"응, 마음씨가 매우 좋아."
마음씨가 매우 좋은 우리 정춘회할아버지 아픈허리도 싹 나으시고 눈도 이제는 싹 나으셔서 눈물도 흘리지않으시기를.
그리고 오랜만에 나온 치매센터 사랑터 할무니 할아부지들도 날로 날로 건강해지셨으면 .
비나이다, 비나이다.
두손 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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