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의 권한, 민주주의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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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의 권한, 민주주의의 시작이다
  • 이혜경
  • 승인 2016.11.2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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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이혜경 / 인천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장

나라가 심상치 않다. 시민들이 나라의 향방을 걱정하고 제대로 된 나라를 자식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광장에 나서고 있다. 매주 거리에서,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만나고 즐기고 경험하고 있다. 평범한 시민들이 거리와 광장에서 만나 한 나라의 국민, 시민으로서 소속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국민들은 한국사회가 소득양극화와 사회적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되어가고 더 이상 출구가 없음을 일상에서 체감하고 있다. 국민 개개인이 국가의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고 개별화, 익명화 되어 어느 곳에도 소속되어 있지 못한 느낌, 더군다나 국민의 뜻에 따라 운영되어야 할 국정마저도 비선라인에서 운영되는 나라의 창피스러운 민낯을 시민들은 보게 된 것이다. 다수의 평범한 시민들이 나라에 원했던 것은 국민의 삶을 보호할 수 있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의 정치일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기대대로 민주정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니 국민들은 국정운영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다시, 민주주의를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민주주의란 인간의 존엄성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발전은 평범한 시민들이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을 때 스스로 책임성을 가질 수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우리 삶에 밀접한 의제를 시민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넘겨주어야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시민들은 먹고사는 문제, 날로 드높아가는 사교육비 걱정, 주거의 문제, 병원비 걱정 등의 문제가 마을 안에서 삶의 기본권으로 충족이 될 때 주민참여가 활발해질 것이고 그로인해 공동체가 형성될 것이다.
 
민주주의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출발한다. 지역의 변화가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변화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지역사회의 변화와 한국사회의 변화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변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책이 필요한데 국가정책 따로, 지역(마을)정책이 따로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라의 정책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안전한 삶의 보장, 행복한 삶, 즉 마을 안에서의 기본생활권 보장으로 현실화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마을공동체 활동은 지역(마을)정책, 정부정책과 만날 때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우리가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는 이유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마을공동체 활동이 ‘사업’의 성과나 수치로만 측정되는 순간 마을공동체 만들기는 ‘돈 좀 있고 시간이 있는 사람들’의 폐쇄적인 활동이 될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이 문턱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마을공동체 활동의 진정한 의미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마을에서의 기본생활권 보장은 마을공동체 활동으로만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지역(마을)정책과 지방정부의 정책, 나라의 정책이 공동으로 지향하는 가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또한 인간의 존엄한 삶을 존중하는 데에서 출발하며 중앙에만 실려 있는 권한을 지방정부로 이관하는 것으로 시작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지역 안에 살고 있는 모든 평범한 사람들에게 권한을 주었을 때 가능하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속담이 있듯이 권한이 주어지면 좌충우돌하는 시간이 분명 있겠지만 소외된 이웃을 생각하고 공공성을 앞세운 평범한 사람들의 활동은 점점 많이 늘어날 것이다. 시민 누구나 정책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보자. 그저 거버넌스로 대표되는 위원회 활동을 시민참여로 보아서는 안 된다. 시민이 결정권한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구조와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풍토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치제도와 시스템이 정의롭게 작동을 해야 하는데 주민참여와 시민참여의 시스템을 촘촘히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 뉴욕시의 커뮤니티보드 시스템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 ‘네이버후드(neighborhood)’, 즉 ‘동네’와 ‘이웃’을 핵심가치로 두고 활동하고 있는 뉴욕시의 커뮤니티 보드(Community Board)는 주민이 어려움이 있을 경우, 자문하는 기능과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뉴욕시장에게 건의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800만 명의 대도시 뉴욕시는 각 커뮤니티 보드에서 건의하거나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대부분 반영하고 있는데 이는 투명한 공개와 주요 현안에 대한 충분한 토론, 민감한 사안에 대한 법적 검토, 커뮤니티 보드 위원들의 합리적인 결정과 그 결정을 존중하는 높은 시민의식을 토대로 만들어진 풍토이다. 이것이 정책을 결정하는 권한으로 이어진다. 우리나라도 주민자치제도가 있고 행정 동마다 주민자치위원회가 설치되어 있지만 심의기능만 있을 뿐 마을을 운영할 어떤 권한도 가지지 못하게 되어 있다. 최근에는 수평적 민·관 협력형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실질적 권한을 가지고 주도적 운영을 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인천의 경우 마을공동체 만들기 등 마을의 모든 활동의 뿌리를 ‘주민자치’에 두고 있다. 주민자치운동, 마을만들기, 참여예산위원회 등 다양한 이름으로 지역사회가 움직이고 있는데 이 모든 활동의 뿌리는 주민자치이다.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실행이 되고 있고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조례도 만들어졌다. 이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서두르지 말고 긴 시간을 다양한 생각이 존재하는 주민들 사이에서 의견조율과 합의 등을 거쳐 지역사회의 공동의 이익에 참여하며, 나아가 자치의 궁극의 목표인 민주주의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주민들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제도권 안팎의 자치조직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의제를 스스로 만들고 이를 지속하거나 해결하려는 과정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공동체모임, 작은도서관 모임, 학습모임, 문화모임, NPO 활동 등 스스로 참여하거나 만들 수 있으며 주민자치위원회, 참여예산위원회, 학교운영위원회, 구민감사관 제도 등의 제도 안의 활동도 가능하다. 따라서 정부는 삶의 자리가 있는 지역에서 시민(주민)들이 책임을 가지고 스스로 지역의 의제를 발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장을 펼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재정 등 권한이 우선되어야 한다. 따라서 중앙의 권한을 지방정부에게로 이양하고, 지방정부는 시민들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민참여시스템을 촘촘히 만들 필요가 있다. 제도권에서는 형식적인 위원회가 아니라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위원회로 만들어야 하며 주민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없애야한다. 평범한 시민(주민)이 지역사회의 주인이며, 국민이 나라의 주인인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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