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감기들면 우짤라고 맨발로 나왔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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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감기들면 우짤라고 맨발로 나왔노?
  • 김인자
  • 승인 2016.11.25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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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붕붕카할머니의 잔소리
 
심계옥엄니 사랑터차 배웅하고 집에 오르는 계단.
붕붕카할무니 자동차 바퀴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린다.
요즘 날씨가 추워서 붕붕카할머니도 왔다갔다할아버지도 뵙기가 어려웠는데 오늘따라 붕붕카할머니 자동차바퀴소리가 조만치서 들리니 넘 반갑고 기쁘다.
눈이 선한 붕붕카할머니의 착한 며느님이 매일 아침 병원에 치료받으러 가시는 붕붕카할머니 배웅을 나왔다.
"아고, 아침마다 참 보기좋은 화목한 풍경입니다."
청소할머니가 사람좋은 웃음으로 어깨! 를 토닥토닥하시며 인사를 하신다.
 
"야야 우리 김선생 오랜만이네."
"네,할머니. 그동안 건강히 잘 지내셨어요?"
"나야 잘 지냈지. 근데 이 뭐꼬? 김선생아. 니 양말도 안 신고 나온기가? 김선생아,니 감기들면 우짤라고 맨발로 나왔노? 야가
정신이 있나? 없나?"
바로 이거지이~
오랜만에 듣는 우리 붕붕카할머니의 잔소리. 어떤 소리보다도 내가 젤로 듣고 싶었던 소리. 울 할머니들의 잔소리.
살맛나는 아침.
방전된 밧데리가 빵빵하게 충전이 되는 느낌 이다. 갑자기 없던 힘이 불끈불끈 생기는 거 같다.
그리웠던 울 할머니들의 잔소리.
눈물나게 좋다.
참 좋다.
진짜 행복하다.

"오랜만이어요, 할머니. 오늘 날씨가 아주 많이 추운데 울 이쁜 붕붕카할무니 옷 따숩게 입으셨어요?"
"말 돌리지말고. 양말도 신고 옷도 두탑게 입고 모자도 쓰고. 알겠나!"
"네,할머니.
우리 붕붕카할무니 말씀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아고, 대답은 은제나 넙죽넙죽 잘도 하지. 근데 얼굴이 왜케 또 푸석푸석하노? 니 또 밤샜나? 아고 문디 가스나. 잠 좀 자라.잠 좀. 니 맨날 청춘인줄 아나?"
"아니어요.~"
"아니기는 맨날 머시 아니야. 얼굴에 딱 쓰여있구만.
나 밤샜어요. 그렇게 똑띡이 쓰여있구만."
"그랬나?"
"그랬나아?"
붕붕카할무니의 긴 긴 잔소리에 붕붕카할머니 며느님이 싱글벙글 따뜻한 눈으로 웃는다.
 
"날씨가 쫌 쌀쌀하구로. 할무니,울 이쁜 붕붕카 할무니, 옷 단디 입으셨어요?"
"말 돌리지말고?니 김장은 했나?"
"아뇨 ..좀 사먹지뭐."
"와?"
"작년에 했더만 김치가 다 무르고 맛도 읍고."
"은제 할낀데? 내 울 할메들 다 부르까?"
"아고 아녀요.할머니. 머 대단한거 한다고.
젊은 것이 이래저래 대충 하믄 되요. 울 할무니들 힘드신데. 김장 흉내만 낼거예요, 할머니 아무 걱정 마셔요. 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
"걱정하지말기는. 걱정이 된다. 김치가 물렀다메? 혼자 용쓰지말고. 어트게 우리 김장할 때 해서 좀 주까?"
"아고, 아녀요 할무니."
"니는 맨날 뭐가 아니고.
지는 이거저거 늙은이들 다 퍼다줌서."
"제가 언제여?"
"시끄럽고. 김장할때 어려우믄 은제든지 말해라. 혼자 속끓이지말고. 알겠나."
"네, 할무니 걱정하지마세요.병원에 조심조심 댕겨 오세요. "
"그랴~ 언능 들어가 좀 자라. 눈은 쾡해가지고.아고 내 볼 수가 읍다."
 
아드님 차에 올라 매일 아침 병원! 에 가시는 붕붕카할머니. 할머니가 더 많이 아프시면 서 맨날 내 걱정이시다. 걱정대장 붕붕카할머니를 매일 아침 배웅하러 나오는 붕붕카할머니 며느님. 붕붕카할머니 병원에 보내드리고 나면 이제 또 들어가서 왔다갔다할아버지 산책 가시는데 뒤따라가겠지.
고맙고 귀한 분.
이 세상엔 참으로 귀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분들에게서 매일매일 배운다. 나도 우리 할무니들께 더 잘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런 귀한 분들.그런 분들 때문에 고마운아침, 힘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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