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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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의미
  • 류권홍
  • 승인 2016.11.27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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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류권홍 / 원광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인천in>시민편집위원장


어제는 근대 민주주의 역사상 최대의 촛불이 모인 날이다. 마틴 루터 킹 목사와 함께했던 군중의 수가 20만 정도였다니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여기에 경찰과의 충돌도 없었고 뒤처리까지 깨끗하게 마쳤으니 우리의 시위문화 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자랑을 해도 될 정도다.


하지만, 촛불의 숫자와 형식적인 측면만 강조하다보면 우리가 놓치는 것들이 있다. 민주주의의 진전이다. 국민들이 촛불을 든 것은, 우리가 주인인데 우리로부터 권력을 위탁받은 사람들이 그 권력을 주인을 위해 행사하지 않고 자기와 자기 주변의 사람들, 그리고 자기 정당의 이익을 위해 행사한 것에 대한 저항의 의사표시라고 해석된다.


당장은 대통령의 하야가 하나의 쟁점이지만, 아직은 미숙한 우리의 민주주의와 정치 시스템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들이 더 진중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스스로가 책임자인 여당은 사분오열되어 있고, 심지어 분당이나 탈당을 통해 ‘나’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상황이 이 지경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과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야당은 또 어떤가.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다가 촛불이 모이니 여기에 편승하고 있다. 책임총리를 주장하더니 하야와 탄핵을 주장한다.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먼저 주장하더니 약속을 버렸다. 우왕좌왕이다. 야당 또한 이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소란의 배경에는 내년 대통령 선거가 있다.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이 현재 전개되고 있는 최순실 사건, 촛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내년 대선에서 나에게 유리할지 또는 불리할지를 먼저 계산하다보니 너무 오래 고민하게 되거나 사심이 낀 정치적 상황으로 이끌고 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촛불정국에서는 목소리 크고 자극적인 정치인들이 존재감을 인정받게 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자극적인 말들이 진실인지 현실성은 있는 것인지 구분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 존재들이 언론이고 학자들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언론이 더 자극적인 상황을 강조하고 있고 학자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촛불이 타오르는 과정에서 변화가 보이기는 했지만, 아직은 약하다.


촛불이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을 넘어서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 변화의 대상은 정치 시스템이다. 개헌을 이야기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헌법은 헌법일 뿐 사람이 바뀌고 의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문자들에 불과하다.


말로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고 주장하면서 자기 집단과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정치인, 정말 무능하면서 말만 유창한 정치인, 막말과 독설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정치인들이 정치판에 발을 들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물론 선거를 통해 국민들이 선택한 것이니 결국 우리 스스로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그 구도를 바꿔야 할 때가 되었다. 정당 내부의 민주화, 비례대표 중심의 국회, 소선거구제보다는 중대선거구를 통한 선거, 시민을 통한 공천, 정치신인에 대한 불평등 해소, 국민소환 등 다양한 방법들이 도입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정당들의 지도자 양성 시스템을 올바르게 구축하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 당 대표 등 특정인에게 줄 잘 서는 방식이 아니라, 비록 자기 정당이나 대통령 후보의 주장에 반대하는 사람, 지역에서 착실히 일하는 사람들이 공천장을 받도록 해야 한다.


국민들이 다시 촛불을 들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기 위한 전제는 국회가 자기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어느 기자가 의원내각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기에 이렇게 대답했다. “국회를 믿습니까?”


오늘의 모든 일들은 정치의 무능과 부패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지금 그 고리를 끊고 문제들을 해소하지 못하고 지나간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국민들은 추운 날씨에 또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한다.


정치권이 이제 답을 줘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대통령의 하야 또는 탄핵과 함께 국회도 해산되어야 한다. 야당이 촛불을 드는 것도 염치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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