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부대에 몰래 들어가서 담요를 훔쳐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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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부대에 몰래 들어가서 담요를 훔쳐다가
  • 김인자
  • 승인 2016.12.0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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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할머니들의 이야기주머니2

한번 터진 파랑할머니의 웃음보는 그러고도 한참동안 계속되었다.
파랑 할머니가 왜 웃으시는지 영문을 몰랐지만 파랑할머니가 너무 행복하게 웃으셔서 나도 따라서 웃었다.
한참을 웃으시던 파랑할머니가 갑자기 웃음을 딱 멈추고 정색을 하시더니 심각한 얼굴로 말씀을 이어가셨다.

" 내가 말야, 소시적에 별명이 날다람쥐야. 미군부대에 몰래 들어가서 널어놓은 담요를 훔쳐다가 옷을 만들어 입었어. 외제물(잿물)넣고 담요를 삶으면 국방색이 싹 빠져서 아주 이쁜 색이 되지. 그걸 끈으로 돌려 허리에 두르고 밥 해먹고 방에 들어가서는 그게 이불이 되어 네 명이 덮고 잤어. 사실 잔다고 누웠지만 자도 못해. 으찌나 추운지. 그래도 그거라도 있으니 얼어죽진 않았지.
먹는건 또 어땟게?
김선생 보리 알아?"
"그럼요, 할무니."
그 보리를 빻지도 않고 스르르 갈아가지고 가마솥에 물을 한 솥가득 붓고 불을 때서 먹으면 그 보리란 놈이 불어서 엄청 많아지지. "
"왜 보리를 스르르 빻여.할무니?곱게 빻지."
"곱게 빻으면 멀겋게 되고 양이 적으니까 스르르 갈았지. 그걸 물 많이 넣어 끓여 먹었어. 양이라도 많으라고."
"아 ~그르셨구나."
"선상님,볏단 알아?"
"네,할머니."
"벼 훓어서 곡식은 먹고 짚단은 추려 좋놈은 가마니짜고 북때기는 이불 덮고 자고."
"북때기가 뭐예요, 할무니?"
"안 좋은 놈.그 북때기를
한 여름 내내 덥고 자다가
팔월 보름이 되면 한데 모아놓고 태웠지. 그러면 우두둑 우두둑하고 소리가 났어."
"우두! 둑 우두둑 소리가 뭐예여, 할무니?"
"북때기속에 이가 까놓은 알하고 서캐 죽는 소리여."
"으아, 징그러. 짚단은 어디서 구해요,할무니?"
"구하긴 어디서 구해. 부잣집가서 샀지.부자집 가서 짚단 사서 북때기 만들어 덮고 자고 좋은 넘은 새끼꼬아 가마니 짜고 그랬지.
 
나물처럼 먹을 수 있는 풀을 뜯어다 쑹덩쑹덩 끊어서 보리하구 밀을 갈아 넣어 끓여 먹고. 그렇게 어려운 시절을 살았어. 근데 요즘 젊은 사람들 너무 씀씀이가 헤퍼. 애낄줄 몰라. 툭하믄 다 내다버리고.
며칠 전에도 검은쌀을 음식물쓰레기통에 내다버렸더라고. ! 통에 버렸음 주서다가 먹지도 못했을건데.그래도 통 옆에다 봉지째 놨더라고. 그런데 가만히보니 봉다리속에 바구미가 드글드글하더라고.
내 그놈을 가져다가
신문지위에 쭈욱 깔아놓았지.그랬더니 벌레가 시꺼멓게 기어나오더만. "
"그래서요,할무니?"
"뭘 그래서여. 나오는 대로 발로 죄다 밟아버렸지.
콩도 버렸더라고. 벌레먹었다고. 그것도 내가 주서다가 그놈을 싹싹비벼서 벌레똥 다 훓어서 밥먹을 때 한 줌씩 넣고 밥해 먹었어. 오래 먹었지."
요즘 사람들 물자가 헤프다고 아까운 줄 몰라. 멀쩡한 걸 죄다 갖다버려. 우린 절대 못 그래. 우리가 어려운 시절을 으트게 버텼는데."
끝도 없이 이어지는 무명 한 필과 바꾼 할머니들의 잼나는얘기
나는 <훨훨간다>에 나오는 무명 한 필을 할머니들에게 읽어드리고 이렇게 재미 있고 긴 이야기로 바꿨다.
 
"할무니 내일도 재미난 얘기 또 해주세요~"
"선상님이 재밌는 책읽어주면 내 또 해주지."
날이 이렇게 춥지 않을 때 갑자기 날씨가 추워질 줄 모르고 울 할머니들과 인사도 못하고 헤어졌는데 ...
이야기대장 파랑할머니의 재미난 이야기가 또 듣고 싶은 그리운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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