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논쟁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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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논쟁을 바라보며
  • 하승주
  • 승인 2016.12.06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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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하승주 / 동북아정치경제연구소장

 

개헌 문제는 상당히 복잡한 문제이다. 까딱 잘못 논점을 잡으면 논의는 산으로 들로 튀어 버린다. 개헌을 둘러싼 논쟁의 층위가 매우 다층적으로 쌓여있고, 각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히며, 누구나 공익을 위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개헌의 문제는 여의도 정치권의 핵심으로 점차 떠오르고 있다.

개헌을 이야기하는 그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정치체제, 권력구조를 만들어 보겠다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정치인들은 누구나 개헌론자이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개헌론자이고, 박근혜 대통령도 개헌을 공약과 담화문을 통해 개헌을 제안했고, 문재인 전의원도 지난 대선에서 개헌을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그러나 작금의 개헌론자들은 무수한 비난 앞에 서 있다. 이들의 주장을 하나씩 냉정하게 짚어 보자.

 

먼저 임기단축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론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차 담화문에서 “저는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국회가 결정하면 되는 문제이다. 이 결정의 방법으로는 개헌, 법률안, 결의안, 여야합의문, 야3당의 국회과반수 정당 합의문 등등 여러가지가 다 열려 있다. 그런데 이 중에서 국회의 결정을 굳이 개헌으로 한정짓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임기단축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이라는 것은 2가지 점에서 중대한 법치주의 위반이다.

 

근대 민주주의 헌법은 통치질서의 정당성이나 통치자의 신임을 묻는 국민투표, 즉 플래비지트를 엄격하게 금지한다. 이에 정면으로 반하는 국민투표 제안이다. 더 나아가 이는 특정개인을 향한 처분적 헌법이다. 오로지 박근혜 대통령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헌법조항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설령 그 개헌이 민주주의 정신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런 논의는 무의미하다. 어차피 담화문에서 박 대통령이 이를 천명하건 말건 개헌은 대통령을 물러나게 할 힘이 있는데, 굳이 이런 해석을 더할 이유가 없기 떄문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을 탈법적으로 회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둘째로는 박대통령의 임기내 개헌론이다. 이는 탄핵 가결 이전에 개헌을 하는 경우와 이후에 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탄핵심판이 끝나기도 전에 개헌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누구도 헌재의 심판결과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이 탄핵을 열망하는 국민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것임은 물론, 헌재 결정이라는 알 수 없는 의사일정에 개헌을 맡기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말이 안되는 소리이다. 또한 탄핵의 가부와 상관없이 개헌을 하려면 임기단축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과 함께 실질적 개헌내용을 포함시키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국민의사의 왜곡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탄핵에는 찬성하는데 개헌내용에는 반대하는 이의 투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역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이질적 헌법개정사항이 따로 놀면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문제이다.

 

셋째로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되고 난 직후에 개헌을 하자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도 유치한 기만술에 불과하다. 탄핵이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헌법에서는 60일 이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의 궐위시부터 헌법개정을 시작한다면 현행헌법상 기간이 최소한 50일 이내 110일 이하가 필요하다. 개헌 발의 후 20일의 공고 + 60일 이내 국회의결 + 30일 이내 국민투표가 우리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

 

60일 이내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는데, 만약 이를 무력화시키려면 그 이전에 개헌을 완료시켜야 한다는 불가능한 결론이 나온다. 그러니 이런 식의 주장은 그저 상황을 혼돈스럽게 만드는 것 이상이 아니다.

 

넷쨰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부결시키고 그 임기내에 개헌을 하자는 주장이 있다. 실질적으로 새누리당 친박계열의 뜻이다. 명시적인 표시가 없었다지만, 결국 탄핵부결과 개헌을 이야기하는 것은 이 입장위에 서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민의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과가 된다. 이들은 대부분 내각제를 떠올린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물어야 한다. “내각제를 위한 새로운 총선거가 필요한가?”이다. 지금 즉각적인 내각제 개헌을 이야기하는 자들이 전부 침묵하고 있는 문제이다. 총선거를 안 치르고, 지금의 국회의석구조대로 내각제를 시행한다는 말인가? 매주 200만명 이상이 거리로 뛰쳐나와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하는 마당에 국민의 권리를 완전히 거세하고, 자기들끼리 그냥 권력을 나누겠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개헌의 힘이라면 이런 말도 안되는 발상도 가능해 진다. 그만큼 개헌에는 강력한 힘이 있다.


현재의 의석구조대로 내각제가 된다면 최고의 수혜자는 국민의당이다. 어느 당도 단독 과반수를 형성할 수 없기 때문에 연정을 해야만 하고, 그렇다면 국민의당이 결정적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 오로지 국민의당이 어디로 낙점하느냐에 따라 내각의 수반이 결정된다. 이게 옳은 일인가? 아니라면 올해 치른 국회의원 총선거를 또 치른다고? 못할 것도 없지만, 국회가 이걸 하자고 내각제를 떠들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남는 답은 다섯째의 새정부 출범 후에 개헌을 하자는 입장이다. 이 점은 아무런 문제없다. 원래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개헌논의이다. 앞으로 이어질 대선과정에서 각 후보가 자신의 개헌방향을 국민들에게 선보이고, 그 선택을 받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모아진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새 정부에서 논의하여 개헌의 과정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여기서는 어떤 방안이 나와도 다 OK이다. 국민의 선택지야 다양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국민의 선택을 통해 그 알곡과 쭉정이가 구별될 것이다. 이 쉬운 길을 놔두고, 절대 안되는 길을 골라서 가겠다고 하는 것이 현재의 “박근혜 임기내 조기개헌론”이다.

 

개헌논쟁에서 우리가 눈을 부릅떠야 할 것은 개헌의 내용이 아니다. 내각제를 하든, 4년 중임제를 하든, 그것은 논쟁 속에서 시비가 가려져야 할 내용이다. 진짜 문제는 “언제 개헌을 하느냐?”의 문제이다. 현행 헌법 하의 선거방식을 바꾸려는 모든 시도는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이미 게임이 시작된 마당에 정치세력의 유불리에 따라 게임의 룰이 바뀌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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