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라냐”를 “이게 나라다”로 답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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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나라냐”를 “이게 나라다”로 답할 때
  • 김송원
  • 승인 2016.12.0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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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김송원 /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무거운 마음으로, 앞으로는 절대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지 않도록 철저히 하겠다.”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ㆍ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답변이다. 그는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훈련을 지원한 경위 등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이미 작전을 세운 듯 연방 부실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주요 외신들도 대기업 총수들의 청문회 표정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AP통신은 “한국의 대기업 총수들이 TV 생방송에 나와 공개심판(public reckoning)을 당했다”며 “삼성 후계자에겐 최악의 날”이었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부 계획에 기업이 돈을 내면서 답례로 긍정적인 대우를 바라는 관행은 한국 정치에 수십 년간 뿌리박힌 것”이라고 평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스캔들 논란 속에 총수로서 갈림길에 섰다”고 전했다. 정경유착의 민낯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반면 “이게 나라냐”고 분노하는 국민에게 우리 정치권은 어떤 멋진(?) 나라를 선사할지 궁금할 따름이다.
 

# 재벌도 공범이다. 전경련 해체, 경제정의 실현
 
최근 경제계는 한국이 ‘최순실 디스카운트’에 빠졌다고 우려한다. 최순실 사태로 국내기업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 한국 저평가)'에 시달리고 있다는 거다. 미국의 경우 ‘해외부패방지법(FCPA)'를 통해 자국 내에서 활동하는 어떤 기업이든 뇌물죄 등으로 처벌받으면 공공입찰 참여 자체를 배제하고 있다. 게다가 이번 사태로 우리 기업의 안부(?)를 묻는 해외 바이어ㆍ투자자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 기업이 해외무대에서 과도한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된다는 거다. 11월 들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한 외국인 자금(11월 29일까지)이 1조756억 원에 이른다.
 
국가경쟁력과 국민경제가 악화일로다. 연루된 대기업 총수야 자승자박(自繩自縛)이라지만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켜온 우리 국민은 뭔 죄가 있어 이 고단함을 안아야 하는가. 게다가 ‘헬 조선(Hell 朝鮮)’ 세대의 마지막 남은 도전과 희망의 싹마저 밟아버렸다. 이 지경까지 온데는 제왕적 정치구조와 천민자본주의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경제와 재벌기업이 마치 글로벌 세계 경쟁을 하듯 국민에게 홍보했지만 작금의 상황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광화문 촛불시위에 무지렁이 한 시민이 들고 나온 “재벌도 공범이다”는 손 피켓이 진실을 대변하고 있다. 결국 재벌의 이익단체이면서 대정부 로비창구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해체하고 경제정의를 실현할 때다. ‘일한만큼 대접받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거다.
 

# 탄핵정국 속 바로 선 대한민국 보여줘야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일본 잡지 다이아몬드는 “왜곡된 한국경제 재벌 편중, 유사 자본주의가 맞이한 한계”라고 진단했다. 중국 인민일보는 “비선 실세 정치 간섭이 한국 정치계 위기를 급격화”했다고 논평했다. 국정농단과 정경유착을 배설한 우리의 정치 및 경제구조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이제 탄핵정국으로 들어선 대한민국이 가야할 길이 어딘지 논할 때가 왔다. 정치권이야 여야 그리고 각각의 야당을 막론하고 정권 창출과 권력 획득이 존재이유니 유리한 대통령 선거구도 만들기에 혈안일 거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바로 선 대한민국을 염원한다. 국제사회가 극찬한 한국적 민주주의를 만든 국민이기에 경제정의, 사회정의, 정치민주화가 한껏 깃든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자식들에게 “이게 나라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대한민국” 말이다.
 
이에 양심적 지식인과 시민사회단체들은 국민과 시민이 염원하는 대한민국이 무엇인지를 구상하고 토론할 때다. 정치개혁, 경제민주화, 복지사회, 통일 그리고 재정분권과 지방분권 등 그간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던 시민적 담론을 바로 선 나라에 어떻게 담아낼지 준비하자는 거다. 대통령 중임제,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 내각제 등 중앙 정치권의 권력 안배에 현옥될 이유가 없다. 그들만의 리그이기에 그렇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에게 나오듯 우리 세상을 우리가 그려볼 때다. 대한민국 국민인 게 너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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