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 설 시간이 가까와 질수록 콩닥콩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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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 설 시간이 가까와 질수록 콩닥콩닥...
  • 김인자
  • 승인 2016.12.09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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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2016 늘봄사랑터 송년대잔치
 
"늦게 왔어?"
뒤돌아보니 정준회할아버지와 연임할무니가 반가운 얼굴로 서계셨다.
"아, 할아버지 일찍 오셨어요?"
"나는 일찍 왔지.
오자마자 울 김선생부터 찾았는데 안 보여서 왠일인가 했지."
 
오늘은 치매센터인 사랑터의 2016 송년대잔치하는 날.
치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주간보호센터인 늘봄사랑터는 내가 사는 인천시 계양구 작전동과 김포 장기동 두 군데에 있다.
작전 늘봄사랑터와 장기 늘봄사랑터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가족들을 초청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만든 작품도 전시해서 보여주고 선생님들께 열심히 배운 춤도 보여준다.
올해는 해마다 행사를 했던 구청 대강당이 아닌 웨딩뷔페홀에서 식사도 하고 전시도 하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춤도 보는 특별한 자리였다.
종합병원과 보건소의 협력센터답게 구청장님, 의회장님, 병원이사장님, 병원장님, 센터장님 등 많은 내빈들이 오시고 가족들앞에서 치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선생님들에게서 배운 춤을 추셨다.
 
"어르신 하다가 힘들다고 그 자리에 주저 앉으시면 안되요~"
"안 안져어. "
"울어르신 잘하실 수 있어여."
"응."
 
장기 늘봄사랑터 할무니,할아부지들이 부채춤을 추시는 동안 심계옥엄니가 다니시는 작전 늘봄사랑터의 할머니 하부지들은 선생님들의 손을 잡고 무대밖에서 두근두근 떨리는 가슴을 안고 차례를 기다리고 계셨다. 초조하게 순서를 기다리는 그 모습이 학예회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우리 아이들을 닮았다.
장기 늘봄사랑터 할무니,하부지들의 부채춤공연이 끝날 무렵 심계옥엄니가 화장실에 가믄 안되나 하신다. 곧 들어가야한다고 어르신 참! 으실 수 있어여? 하는 요양사선생님 말에 심계옥엄니 참을 수 있다 하신다.
울 심계옥엄니 무대에 설 시간이 가까와 질수록 콩닥콩닥 가심이 두근대시는가보다.
화장실에 가까 엄니?
하고 여쭈니 고개를 도리도리하신다.



 
지팡이를 내게 주고
울심계옥엄니가 춤을 추신다. 흰티셔츠에 빤짝이 빨간 조끼를 입고 목에는 앙증맞은 빨간 나비넥타이를 매고 머리에는 귀여운 빨간 모자를 쓰고 손에는 손등에 빨간 하트가 박힌 흰장갑을 끼고 울 심계옥엄니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신다. 음악에 맞춰서? 아니 앞에서 지도하는 선생님 만 고대로 따라서 모범생맹키로 울 심계옥엄니 바짝 얼어서 춤을 추신다.
울 심계옥엄니 지팽이 없이 다리에 힘을 주고 똑바로 서서 춤을 추신다. 혹여라도 순서를 까먹을까봐 울엄니 앞에서 춤추는 선생님만 쳐다보면서 선생님만 따라서 춤을 추신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나는 많은 할머니들 속에서 울 엄니만 보였다.
우리 아이들 어릴때 유치원에서 하는 재롱잔치를 볼 때도 나 이렇게 하염없이 눈물흘렸을까? 선생님만 쳐다보면서 바짝 얼어 춤추는 울 심계옥엄니를 보니 자꾸만 자꾸만 눈물이 흐른다.
 
모든 행사를 마치고 집에오는 길.
차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심계옥엄니 휘청 하신다. 울 심계옥엄니 세 개 짜리 짧은 계단도 못 올라가신다.
"나 왜 이렇게 기운이 없는 것이냐?"
울어메 춤추느라 힘드셨나보다.
그동안 춤연습하시느라 많이도 고단하셨나보다.
이제 모든 행사가 끝나니 울 심계옥엄니 몸에 긴장이 풀리셨나보다.
보일러 온도 확 올리고 온돌 매트에 전기 넣어 드렸더니 이내 코를 고신다.
엄니야, ! 울 엄니
오늘 최고로 이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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