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가자, 아고 죽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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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가자, 아고 죽갔다"
  • 김인자
  • 승인 2016.12.1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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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감기몸살에 잡히신 할머니
 
심계옥엄니가 감기몸살로 일주일째 아프시다. 심계옥엄니는 지난 금요일 사랑터 송년대잔치에서 바짝 얼어 춤을 추고 나신 후 지독한 감기몸살에 걸리셨다.
많이 드시진 않아도 식사를 거르시는 법이 없는 울 심계옥엄니. 감기에 잡히신 후 식사를 거의 안 드신다. 무엇을 드려도 안 드시겠단다. 속상해서 진짜.
송년회를 하기 전 부터 감기로 고생하시는 할무니들 걱정에 심계옥엄니도 단디 조심을 시킨다고 했는데 감기란 놈이 심계옥엄니를 꽉 잡고 안 놓는다.
감기도 감기지만 더 걱정되는건 심계옥엄니가 완전히 입맛을 잃으셨다는거다. 그렇게 ! 잘 드시던 식사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사랑터에 다니시면서 처음 결석을 하셨다. 얼마나 아프신지 울 심계옥엄니 생전 병원에 먼저 가잔 말을 안 하시는 분인데 오늘 아침에는 병원에 가잔 말씀을 먼저 하신다."병원에 가자, 아고 죽갔다." 하시며.
밤새 들락거리며 심계옥엄니를 살폈다. 다행히 화장실에 두 번 정도 가시고 잘 주무시는거 같아 일단 안심이 되었다. 일어나자마자 평소에 좋아하시는 김치죽을 푹 끓여 드렸더니 역시 두 숟갈 드시곤 수저를 내려 놓으신다. 암맛도 모르겠다시며.
그래도 다행히 좋아하시는 쑥 절편은 두 개 집어드신다.
 
이제 되았다생각하고 병원에 모시고 갔다. 종합병원으로 모시고 갈까하다가 기다리다 지치실까봐 동네 내과로 모시고 갔다. 내과에도 감기환자들로 넘쳤다. 오래 오래 기다려 짧은 진료를 받고 엉덩이 주사 한 대 맞고 약을 타가지고 나오는 동안 기운없이 앉아계시는 울 어메 심계옥여사.
"엄니,요기 잠깐 앉아계셔."
"어디 가는데?"
"약국가서 약 좀 타오께."
다리불편 하시니 여기저기 모시고 다닐 수 없어 그래도 혼자 두기에 안심이 되는 병원에 엄니를 두고 서둘러 일을 봤다. 약국에 가서 약타고 근처에 먹을데가 있나 식사하실 곳 찾아보고 죽쑤어 드리려고 마트가서 잣이랑 두유랑 단호박이랑 사서 와보니 심계옥엄니 불안한 눈으로 문가에 서서 서성 대고 계셨다. 나를 보자 금방! 이라도 울거 같은 울 어메.
눈물이 핑 돈다.
"왜 이제 와아?"
"많이 기다렸어? 엄니?"
"기다렸지, 그럼."
"엄니, 가자."
 
"뭐 드실래?"
"먹기 시러."
"그래도 먹어야돼."
"암꺼나 먹어. 너 좋은거."
암껏도 먹기싫다는 심계옥엄니와 들어간 죽집.
딸인지 며느린지 젊은 여자와 할머니 한 분이 죽을 드시고 계셨다.
"할무니도 죽 드시러 오셨네. 할머니도 감기 걸리셨구나."
"아녀, 나는 감기 안 걸렸어. 위내시경 허고 죽 먹는거야."
"다행이시네여, 할무니. 감기걸리지 않으셔서요."
"늙은 사람 봉양허느라 고생이 많네."
"고생은요, 저희들 키우실 때도 고생하셨잖아여."
"그래도 고맙네."
죽을 다 드신 할머니가 유모차를 끌고 나가신다.
"할머니 자가용이에요?"
"응, 내가 잘 못걸어서 누가 쓰다버린거 주섰어 ."
"조심히 모세요, 할머니."
"그래요, 고마와."
죽을 다 잡순 할머니는 유모차를 몰고 나가시고 죽을 먹으러 오신 심계옥엄니는 지팽이 짚고 들어오시고.
울할무니들 잘 부탁해.
유모차야.
지팽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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