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가장 민주적이고 지속가능한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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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 가장 민주적이고 지속가능한 저항
  • 김연식
  • 승인 2016.12.18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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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왜 비폭력인가.

-비폭력이냐 저항이냐. 무어가 먼저냐.
 

100만이 넘는 군중이 수 주째 광화문 비폭력 집회를 잇고 있다.  항간에서는 비폭력이라는 수단과 저항이라는 목적의 앞뒤를 두고 엇갈린 주장이 오간다. 그린피스는 지난 45년간 창의적인 행동으로 변화를 이끌어왔다. 그 핵심에는 ‘비폭력 직접 행동’이라는 핵심가치가 있다. 서둘러 결론을 내놓자면 그린피스는 첫째 안전, 둘째 비폭력, 셋째 저항을 순서로 두고 있다. 안전과 비폭력은 저항에 절대 우선한다.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반년마다 ‘비폭력 직접 행동’을 주제로 교육 받는다. 그만큼 ‘비폭력’은 활동가의 중요한 가치다. 최근 교육 내용을 간략히 공유한다.
 

 

# 무엇이 폭력이고 비폭력인가.
 

활동가들은 먼저 폭력과 비폭력을 정의했다. 폭력의 사례는 이렇다.

-무기를 들고 있다. 공격 자세를 취한다. 밀친다. 욕설한다. 물건을 던진다. 소리 지른다. 뛴다. 손을 감춘다.

폭력은 상대방의 경계심과 분노를 유발하고 물리적 충돌을 낳는 행동이라 정의했다.

 

교관들은 애매한 상황을 끄집었다. 바닥에 흰 줄을 깔고 좌, 우 끝을 폭력과 비폭력이라 정한 뒤, 주어진 상황의 폭력 정도를 판단해 선 위에 서게 했다. 정해진 답은 없다. 의견이 극단으로 갈리기도 했고, 대다수가 중간에 서기도 했다.

 

-사유지 무허가 진입, 사유지 입구 봉쇄, 구호 외치기
 

의견이 갈리는 항목이었다. 폭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남의 사업장이나 사유지에 들어가면 경비원이 문책을 당하는 등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책임자와의 물리적 갈등을 유발하기에 이것 역시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런 경우라도 위협하거나 밀치는 등 물리적 마찰이 없다면 폭력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비폭력과 정의로움, 합법을 분리하려 노력했지만 전후관계와 배경상황, 문화적 차이에 따라 판단이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내게 총이 있는데, 공원에서 아이들에게 기관총을 난사하는 악당을 맞닥뜨리면 총을 쏘는 폭력을 행사해 범인을 제압해야 하는가.

-감금상태에서 탈출하기 위해 문을 부수는 것은 타당한가.

이렇게 정의를 위해 불가피하게 행사하는 폭력 사례도 제시되었다. 저항과는 무관한 부분이다.

 


# 안전제일
 

그린피스는 첫째 안전, 둘째 비폭력, 셋째 저항을 순서로 두고 있다. 부상자가 생기거나 폭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캠페인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소수 특별한 영웅보다 다수의 작은 영웅이 필요하다. 비폭력은 일반 시민의 삶속에 광범위하게 퍼질 수 있는 유일한 행동수단이다. 주류 집단 뿐 아니라 어린아이와 노약자, 장애인 등 모든 사람들이 실행할 수 있는 보편적 방법이다. 가장 공평하고 민주적이다. 비폭력은 활동가 뿐 아니라 경찰처럼 이를 저지하는 상대방의 안전도 보장한다. 궁극의 효율이다. 잠깐 반짝이는 운동이나 일부 영웅의 활약을 바라는 게 아니라면 비폭력이 옳다. ‘촛불’의 의미가 이런 것 아니던가.

 

# 패자 없는 비폭력 저항. 얼마든지 가능하다.
 

앉아서 나누는 이야기는 따분하다. 교육이 지루해질 즈음 활동가들은 밖으로 나가 둘씩 짝 지었다. 발끝을 마주하고 악수한 상태에서 상대를 내 어깨선 뒤로 넘어 오게 만드는 게임을 했다. 다들 팔에 힘을 주어 밀고 당겼다. 부지기수로 끌려오거나 넘어졌다.

한 차례 난리를 마치고 교관들이 제시한 방법은 간단했다. 내가 가만히 상대편 쪽으로 가는 것. 그러면 자리가 바뀌고 서로 목적을 달성한다. 부러 짜낸 게임이지만 교훈은 분명했다. 창의적이면 비폭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치거나 패배하는 사람 없이 목적을 이룰 수 있다.

 

# 창의력. 비폭력의 최후 수단
 

우리는 약하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려면 현명해져야 한다. 폭력으로 가려는 본능의 관성을 붙잡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누구말대로 광장의 1할에 불과한 1만여 명이라도 마니산이나 한강다리 같은 상징적인 곳에 모여 장관을 이룬다든지, 한 날 한 때 인터넷으로 동시 행동한다는 식으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역사를 되짚으면 비폭력이 승리했다. 모세나 예수, 붓다 같은 종교 지도자를 비롯해 간디, 만델라, 테레사 같은 위인들이 그랬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영웅이 아니라 모두의 지혜다. 모두가 함께 하려면 우리의 선택은 하나다. ‘비폭력’ 우리는 이미 잘 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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