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도 없는 포장마차, 꼬치 꽂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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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도 없는 포장마차, 꼬치 꽂는 할머니
  • 김인자
  • 승인 2016.12.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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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포장마차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산신진초등학교에서 달빛독서교실 강연을 마치고 집에 오는길.
좋아하는 바다를 보고 싶었으나 깜깜하기도 하고 바람도 너무 세차게 불고 추워서 그냥 집으로 오려고 했다.그러나
멀고 먼 장거리에 차도 가져갔는데 아쉬운 마음이 들어 어디든 가보자 하는 마음으로 부산대로 차를 몰았다.
사실은 경로당에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책을 읽어드리고 싶었는데 밤늦은 시간이라...
그래도 보고 싶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어디서든 만날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에 무작정 부산대로 차를 몰았다. 깊은밤인데도 대학가근처라그런지 길거리음식을 파는 곳이 꽤 되었다.
 
비닐옷을 입은 포장마차속에서 튀김이며 떡볶이 국수등을 팔고 있는 곳이 몇 군데 되었다.그 중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장사를 하고 있는 곳이 보여 무조건 들어갔다. 딱히 배가 고픈 것은 아니었기에 할머니 할아버지를 가까이서 보고싶은 욕심에 들어간 곳. 손님도 없는 포장마차안에서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납작오뎅을 꼬치에 꽂고 계셨다. 장사도 안되는데 달랑 떡볶이 일인분만 시키기가 왠지 죄송스러워 튀김 일인분을 같이 시켰다.
먹음직스런 쌀떡볶이 위에 오뎅 한 장을 빨갛게 무쳐 고명처럼 얹어 주셨는데 맛이 참 좋았다.
오징어튀김도 삐쩍 마른 오징어 쬐금 허술하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튀김 속이 통통한 오징어로 꽉 차 있었다. 밥튀김에 고추튀김, 당면튀김, 고구마튀김 할머니께서는 종류별로 튀김을 참 많이도 주셨다. 그것도 단돈 이천 원에.이정도 양이면 서울서는 칠팔천 원 값은 족히 될 듯하다. 단돈 4천원의 행복. 맛있는 떡볶이와 튀김. 배가 불러 다 먹지 못하고 결국 남겼다.
 
"서울서 왔나?"
"인천에서 왔어여,할무니."
"눈이 때끈하네."
오뎅국물을 손질하시던 할아버지가 물으신다.
"이 오밤중에 운전해서 가려고?"
"네."
"자고가지.낼 아침에 바다도 보고"
"저도 그러고 싶은데요, 할아버지. 치매어무니가 감기때문에 많이 편찮으세요.그래서 올라가야해요." 인사하고 나오는데 할무니 할아버지가 걱정이 되시는가보다. 찬바람속으로 따라 나오셔서 내손을 꼭 잡으신다.
"이뿐색시 조심히 올라가여.
졸리믄 곧장 휴게소에 들어가서 자고."
처음 만난 떡볶이 할아버지와 할머니 참 다정도 하시다.
 
다정한 떡볶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헤어져 걷는데 토스트와 생과일 주스를 파는 포장마차가 보였다. 바람이 쌩쌩 거칠게 부는데 토스트 포장마차는 비닐옷도 입지않고 찬바람을 온몸으로 다 맞고 서있었다. 연 세가 있으신 아주머니 두 분이 손님이 없어 지나가는 사람만 쳐다보고 계셨다.
배는 부른데 여기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주스와 토스트를 주문했다. 개시하시라고...
딸기바나나주스와 토스트를 주셨는데 두 개 값이 단돈 4500원.
세상에나 값도 싼데 이 토스트와 주스도 너무 맛있었다.
 
"할머니 이렇게 파셔서 남으세요?" 걱정스런 마음에 여쭈니
"학생들이 돈이 어딨어?
많이 팔믄 남아." 하신다.
배곯지말고 다니라고 말씀하시는 할머니! 피부가 참 곱다.
"할머니 피부가 어쩌면 그리 곱고 예뿌세요?" 비법이 뭐냐 묻는 내게
"찬바람 맞고 서있어서 그래. 그래서 탱탱한가?"하며 웃으신다.
참으로 긍정적인 할무니시다.
"많이 파세요, 할머니 감기조심하시고요."
인사하고 나오는 밤
배가 불러 그런가 춥지가 않다.아까보다 바람은 더 쌩쌩 부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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