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고프신 요양원 할무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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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고프신 요양원 할무니들
  • 김인자
  • 승인 2016.12.2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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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크리스마스 이브, 요양원 출장


크리스마스 이브
요양원 할무니들에게 책을 읽어드리기로 한 날이다.
 
예쁘게 꽃단장하고 머리는 할무니들이 좋아하시는 올백으로 넘기고 (나는 평상시에는 태평양처럼 넓은 이마 컴플렉스로 절대 이마를 내놓지 않는다.) 요양원을 찾아가는데 날씨가 추워도 너무 추운거다.
거기다 왕길치의 끝판왕답게 길을 헤매고 또 헤매고 두손은 꽁꽁 볼따구는 새빨갛고 귀는 깽깽 얼었다.
왔던길을 세바퀴나 돌고서도 결국 못찾아 수녀님이 마중나오셨다.
한 시 반에 할무니들과 약속을 했는데 도착하니 1시 40분이다.
큰일났다. 울 할무니들 1시 15분 부터 거실에 나와 기다리고 계셨단다.
"안녕하세요, 할무니~"하고 인사하고 들어가니 "에고 추운데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어." 하시며 반갑게 맞아주신다.
 



"이뿐 선생님은 이름이 뭔가?
나는 길잔데."
"와, 할무니 이름이 길자예요? 저는 인잔데."
"나는 내 이름이 싫었어.
순이,정희,영미 이뿐이름도 많은데 하고 많은 이름 중에 길자가 뭐야?"
"이뿐데, 할무니.원래 이름에 '자'자 들어가는 사람들이 이뻐요. 할무니 이름에 '자'자가 들어가서 할무니 얼굴이 예뿌신거예요."
하고 말씀드렸더니 "이뿌긴~ 못생겨서 시집도 못갔는데."하신다.
"아고, 아녀요 할무니 이뿌세요. 울 할무니 눈이 높으셨구나." 내말에 길자할무니가 수줍게 웃으신다.
"나는 야금이야~"
"와,할무니 이름 정말 특별하시다.
왜 야금이에요?"
"약게 생겼다고."
야금이 할머니는 노래를 정말 잘 하신다. 오래된 옛날 레코드에서 나오는 목소리 같다. 야금이 할무니는 기분이 좋으시면 아무때나 노래를 부르시는데 그 목소리가 얼마나 고우신지 정말 듣기 좋다.
"나는 총 맞았어 .이거 봐봐."
길자할머니옆에 앉으신 할머니가 소매를 걷으신다. 할무니 팔뚝에 두 군데나 움푹 파인 깊은 상처가 보였다.
"총알이 이쪽으로 들어가서 이쪽으로 나왔어. 육 이오 즌쟁때."
 
그림책을 읽어드리러 갔으나 할머니들 이야기듣느라 시간이 슝슝 지나갔다. 울 할무니들 그동안 이야기가 고프셨나보다.
할머니들께 드리려고 내 그림책을 가져갔다. 자유스럽게 보시라고 바닥에 놓아드렸더니 할머니들이 이책 저책 집어서 읽으신다. 혹시나 한글을 모르는 할무니가 있으실까 걱정해서 여쭈었더니 한글은 다 아신단다. 할머니들께 <할메 할배 참 곱소> 중에 맘에 드는 글을 찜해보세요 했다.그리고 할머니들이 찜한 글을 하나도 빼놓지않고 다 읽어드렸다.한 분이라도 빼놓으면 서운해하시니까.
세 시간 동안 할머니들과 그림책을 읽고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책읽는 크리스마스이브가 지나가고 있었다
할머니들께 인사하고 집에 오는길
나는 산타할아버지에게 소원을 빌었다.
"산타할아버지 우리 할머니들 덜 ! 아프게 해주시고 매일매일 즐겁고 기뿌게 사실수 있게 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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