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정책과 도시정책, 맞물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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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정책과 도시정책, 맞물려야
  • 윤성문 기자
  • 승인 2016.12.29 0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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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 창간특집] 인천 인구 300만시대의 허와 실 ③도시와 마을

2016년은 인천 인구가 300만을 돌파한 해다. 지난 10월 인천시는 인구 300만을 넘어서며 비전 선포식을 갖고 인구절벽으로 국가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에 '300만 도시'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시민이 창조하는 건강한 세계도시 인천’을 슬로건으로 4대 목표를 제시하는 한편 인천의 민생, 교통, 해양, 환경 주권을 내세웠다.

그러나 인천은 지난 한 세기 지속적이고 급격한 인구 유입에 따른 부실한 사회·문화적 인프라로 시민의 삶의 질에 미쳐온 악영향들이 적지 않았다. <인천in>은 창간 7주년(12.21)을 맞아 300만 시대의 허와 실, 특히 300만 도시 속에 구체적인 시민생활과 관련해 드러나는 문제와 과제들을 △청년문화(12.1) △대안교육(12.15) △생활환경(도시와 마을)(12.26) 으로 나누어 전문가 집담을 통해 짚어본다.

그 세 번째 순서로 ‘도시와 마을’을 주제로 낙후되고 있는 원(구)도심을 중심으로 한 주거환경과 도시정책, 마을만들기와 마을사람들에 대해 살펴본다. 이 기획은 <북&커피> (신포동 북까페)의 후원으로 함께한다. <편집자>



※ 집담회 참여자

윤현위(좌장) : 인천대학교 일본문화연구소 연구원
이혜경 : 인천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센터장
유진수 : 인천시 남구 학산마을협력센터 팀장
정원욱 : 건국대학교 지리학과 박사과정
정리 : 윤성문 기자

※ 일시/장소

2016.12.26 오후 2시, <북&커피> (신포동 북까페)





◆ 원도심 사람들 마을 관심도 높아져... '변화' 가시화


윤현위

자리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도시와 마을을 주제로, 생활과 환경의 균형이라는 키워드로 얘기를 나눠볼까 하는데요. 먼저 인천과 비교해 다른 광역시인 대구나 부산은 광역시로서 성장이 지체되어있고, 지체를 넘어서 침체되는 분위기인데, 인천은 인구가 계속 증가중이잖아요. 이는 인천의 외연적 성장을 가져왔는데, 이를테면 예전엔 검단이라고 하면 강화도 가는 길목 정도로 인식되는 지역이었는데 이제는 20만정도의 사람이 살고 있고, 송도신도시는 엄청난 도시가 됐구요. 하지만 사실 도시 확장과정에서 신도시를 제외한 원도심을 보면 침체 느낌을 지울 수 없어요. 먼저 여러 지자체에서 진행 중인 ‘마을만들기’와 관련해서 그 동안의 사업성과나 과제를 간략히 말씀해주시면 이야기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혜경

마을공동체 지원센터가 생긴지 4년 정도 됐습니다. 성과라고 하면 센터 설립 전후를 보면 될 것 같아요. 쇠퇴를 맞고 있던 원도심에 지자체의 공적기금이 투입되면서 마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주인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어요. 측정치는 따로 안냈지만 마을의 관심도를 비율로 보면 오히려 신도시보다 원도심이 더 높은 것 같습니다. 센터 설립 이후 마을을 만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마을마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마을에 대한 애정, 혹은 마을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주민들과 마을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중간지원조직이 생기기 이전에도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14개 정도의 마을이 네트워크를 하고 있었지만 다양한 지역, 즉 원도심과 신도시, 섬과 농촌지역에서 마을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고 활동을 해보려고 하는 마을들이 많다는 것이 인천을 지탱하거나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희 지원센터가 현재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주민 역량강화입니다. 일단 원도심은 주민들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기도 하지만 무언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기반이 많이 부족합니다. 개별화된 주민을 조직화하는 것이 마을만들기의 시작점이 아닌가 싶어요.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행정과 중간지원조직, 주민협의체, 전문가의 협업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원도심에서 사람이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항력적이라는 것이 현실입니다. 학교도 신도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어 원도심은 더욱 공동화되고 있어요. 사회구조적으로도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없는 사회 환경이어서 인구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사회구조적인 측면에서의 정부의 해결방안과 지방정부의 도시정책이 맞물려야 실제 시민들의 삶의 질이 조금은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유진수

인천시가 내세우고 있는 도시의 목표나 방향이 없다고 봐요. 300만 인구시대니 교통주권, 문화주권이니 이야기하지만, 시민들이 느낄 수 있는 도시의 상(像)은 아닌 것 같아요. 인천이라고 하는 도시의 이미지가 시민들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나 연구가 있어야 하죠. 사실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송도나 청라처럼 신도시나 개발구역의 인구가 늘어난 것이지 인천의 구 중심지는 감소 추세이거든요. 남구의 인구가 2만 5천명 정도 늘긴 했지만 용현동 SK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늘어난 것이구요. 그래서 전 도시정책과 방향과 도시재생 관련 사업이 병행되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기존에 살던 주민이 안 떠나고 살면서 그 계획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인천시는 계속 새로운 것만 제시하며 인구가 늘어나서 좋아진다고 하고 있는 상황이죠. 외피만 좋아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오래 산 사람들은 주거환경이 안 좋아 구도심을 떠나는 중이고, 그럴수록 인천을 잡아주었던 공동성, 정체성은 희박해져 가고 있거든요. 인천시는 도시정책 부분에서 목표와 방향을 분명히 잡고 그 속에서 마을만들기와 도시재생을 같이 이야기하고 연계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윤현위

남구의 마을만들기 사업 성과는 좀 있었나요.


유진수
남구는 마을만들기 사업이 3~4년 밖에 안됐어요. 마을만들기 성과를 일반적으로 몇 개 공동체가 있냐 몇 명이 모이냐 처럼 숫자로 성과를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다고 봐요. 마을만들기라는 게 물건 찍어내듯 뚝딱뚝딱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의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거든요. 주민 스스로 마을의 문제를 찾고, 스스로 해결해 가는 주민자치의식이 얼마만큼 성장하고 그들의 마음가짐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려있죠. 그래서 남구는 내년 계획으로 마을만들기에 참여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마을에 대한 인식과 마을사업의 만족도를 조사하려고 해요. 3-4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떻게 인식의 변화가 있는지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실 남구는 중구, 동구, 부평, 서구, 남동구, 연수구 전 구에 둘러 쌓여있는 중심이라 흔히 도시계획으로서 신도시 계획이 힘들죠. 오히려 현재의 모습을 잘 지켜내면서 그것을 자원화하여 마을이 활성화 될 수 있는 방안을 찾는게 필요하다고 봐요. 그런 속에서남구의 많은 공가, 폐가 문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죠. 공·폐가는 약 500여채 있거든요. 인천 지역 전체의 1/4수준이에요. 공폐가가 있으면 사람들이 이곳을 회피하게 되고 지저분해지거나 우범화되는 악순환이 반복중이고요. 그래서 마을만들기 사업도 공·폐가를 활용한 사업들이 조금씩 진행되고, 남구 차원에서도 공·폐가를 공공적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운영하고 있어요. 이 사업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요. 마을이 조금씩 변화할 수 있도록 주민들의 마인드를 바꾸려고 노력중이에요.





◆ 마을만들기, 고용·소득 등 물질적 토대와 함께 가야


윤현위

인천은 지금 재개발구역이 너무 많이 지정됐는데, 사실 지정보다 해지가 더 어렵거든요. 그 안에서도 마을만들기에 협조적인 분들과 아닌 분들이 나뉠 거 같아요. 마을만들기와 재개발의 움직임에서 주민간의 갈등이나 충돌 사례가 있는지요.


이혜경

개발에 대한 인식이 훨씬 강한 것 같아요. 주민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실제로 우리 마을을 지속가능하게 살 수 있도록 재생과정에 참여할 필요가 있고 도시정책도 그에 맞게 재구성돼야 합니다. 도시재생이 물리적 환경개선에만 머문다면 주민들은 관객이나 소극적 민원인으로 밖엔 남지 않습니다. 먼저 주민들이 공동체의식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주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행정과 주민사이의 끈의 역할을 중간지원조직이 해야 하구요.


정원욱

지금까지 공간정책이라 한다면 통상 물리적 개발의 형태로 진행되어 왔는데, 전 마을만들기 운동이 그러한 흐름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 생각합니다. 인천시가 성장하고 있다는 판단을 할 때, 도시의 외연적 성장이나 토지 및 부동산 개발에 함몰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는 도시를 경영하는 행정관청의 거시적 입장일 뿐입니다.

도시의 구성원 즉, 시민들의 삶의 수준과는 괴리된 시각인 것입니다. 일례로, 검단이나 청라지구의 개발과 남구 시민들의 삶이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단지 인천시청이나 혹은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공공기관의 거시적인 입장일 뿐이죠. 마치 최근에 들어와 우리가 더 이상 국가의 GDP 성장과 개인 소득의 수준을 연관시켜 해석하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는 것처럼, 도시의 공간 정책에 있어서도 이젠 시민 구성원들이 시각을 조금씩 바꿔가는 것이 마을만들기 운동의 출발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도시권(도시에 대한 권리)’이라는 개념이 국내에서도 소개되기 시작하고, 어쩌면 마을만들기 운동의 출발점에는 그러한 가치를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에는 이러한 도시권의 가치가 확산되고 구현되기에는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현실입니다. 대부분의 원도심의 주민들은 이곳을 당장 박차고 나가고 싶어해요. 즉, 주민들의 물질적 제반 여건이 어느 정도 함께 호전되어야 도시권이든, 마을만들기 운동이든 구현될 수 있다는 겁니다. 도시적 맥락에서 보면 특정 지역의 고용문제, 소득문제가 바로 마을만들기 운동의 물질적 토대가 될 것입니다. 근데 이건 마을만들기 하는 분들이 무슨 마법을 부리듯이 개선시킬 수 있는 문제의 성격들이 아니죠. 물질적 토대가 부실한 이 상황에서, 대부분의 마을만들기 운동은 ‘개발’의 보다 세련된 기법, 혹은 (한때 유행했고,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장소 마케팅’의 후속 버전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봅니다. 이는 마을만들기의 철학도 아니거니와 도시권의 개념과도 배치되는 부분일 것입니다.
실제로 이미 그런 징후가 포착되기도 합니다. 본래 성미산 마을이 마을만들기 운동의 기원으로 평가받는 것으로 아는데, 여기서 잘된다고 하니까 지자체에서 우후죽순으로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이미 각 지자체들에게 마을만들기 운동은 도시개발 사업의 최신 트렌드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 아닌 가 의심되는 부분이죠. 심지어 지자체들은 이를 하나의 개발 사업의 수단으로 인식하기에, 정기적인 평가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과연 마을만들기 운동의 본래 취지를 떠올려 보았을 때, 과연 그것이 정량적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가 의문입니다.


이혜경

문제제기에 일정 동감하고 있습니다. 마을이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마을공동체 만들기는 안정된 사회구조를 필요로 해요. 소득불균형과 사회적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정부정책이 토대가 되어야 마을공동체의 꽃도 피울 수가 있습니다. 마을공동체는 이웃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하는데 주변을 돌보고 이해할 수 없게 만드는 사회구조가 현실입니다. 마을정책과 정부정책(혹은 도시정책)이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 고민의 지점입니다. 그리고 주민이 권한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정비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주민을 관객이나 대상이 아닌 주인으로 참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합니다. 예를 들면 참여예산제도도 편성에만 주민이 참여하는 제도여서 형식적으로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죠. 그리고 도시재생에도 주민들이 반드시 참여해서 자기 마을을 지속할 수 있는 결정권한이 필요합니다. 마을만들기가 이런 주민의 참여구조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공모사업 성과에만 치중하는 그야말로 소비대상으로 전락하고 말겁니다.


유진수

그동안 우리는 자치경험이 없는 시대를 쭉 살아왔어요. 그만큼 주민 스스로 해본 경험이 없어요. 쇠퇴중인 구도심이 변화하는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부분은 시각적인 것인데, 지금은 단순히 화단조성이나 벽화를 꾸미는데 그치고 있죠. 일단 시각적인 부분으로 주민들을 이끌어 내고는 있는데, 그 다음이 없어요. 그래서 결국 이 동네 저 동네 다 똑같아 지고 있어요. 주민 스스로 할 수 있는 주민자치의식에 대한 투자가 없었던 거죠. 살던 동네가 환경이 바뀌고 애정이 생겼다 한다면 그 다음의 고민은 주민들의 교육 의식에 대한 투자가 있어야 돼요.


윤현위

벽화마을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송월동 동화마을 말이에요. 개인적인 생각에 그곳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지 구경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과연 이 흐름이 맞는가는 의문입니다. 제 생각에 그럴 거면 아예 동화를 만드는 마을을 만들자는 거에요. 사진만 찍고 가는 것이 아니라 에니메이션 전문가들의 작업실을 만들어 정말 동화를 생산하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생각을 정리해서 인천in에 낸 적이 있었는데, 댓글로 “전문가라는 사람이 이런 아이디어를 내냐”고 욕을 먹었죠.(웃음)


◆ 지자체의 행정적 일정 압박, 합리성 저해... 주민 결정 존중해야


윤현위


본론으로 돌아와서 도시에서 시행되는 개발사업의 과정에서 주민공청회가 도입된 것은 1984년입니다. 저도 도시재생전략계획과 관련해서 주민공청회 준비에 부분적으로 참여한 적이 있는데요, 제가 주민공청회를 보며 느낀 것은 굉장히 형식적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미 지자체에서 모든 사업계획을 짜놓고 마지막에 주민들 모시고 형식적으로 의견을 받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도시개발파트 같은 경우는 저희도 이해를 잘 못할 정도로 장벽이 높은 부분이 있습니다. 확실히 주민들에게 사전 교육 같은 것이 필요해요. 이런 측면에서 인천의 도시재생사업이 주민들에게 효율적인 교육이나 안내가 되려면 어떤 조직이 있어야 되고 또 어떤 외부전문가가 필요할까요.


유진수

시에서 도시재생 계획 짤 때, 말씀하신 것처럼, 도시재생 과정에 생기는 문제는 다 알고는 있어요. 다만 합리적으로 실행이 안 되는 이유는 행정이 갖고 있는 일정의 문제이죠. 일정을 들이대며 압박하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갈 수 밖에 없는거죠. 그래서 주민교육도 형식으로 할 수밖에 없어요. 물론 일정이 끝나고 뒤에 디테일하게 할 수는 있지만, “주민들이 이걸 알겠어?” 하고 배제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죠. 그런 절차에 대한 체계문제도 있지만 일정에 대한 문제가 심각해요. 우리나라 많은 공무원들이 유럽 같은 곳을 가서 도시재생사업의 성공사례를 보고 오는데, 그 사례가 어떠한 과정이 있었는지는 안보는거죠. 보통 5년, 10년을 주민들과 논의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가져가는데 그간의 과정은 확인할 수 없고 결과물만 보고 오는거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도 쉽지 않을 것이라 봐요.
또, 영국의 코인스트리트 사례처럼 도시계획에서 결정할 수 있는 많은 권한을 주민에게 주는거죠. 주민들이 직접 도시계획을 하고 비용도 모으고, 행정부와 협의도 하고. 과연 우리에게 이처럼 권한을 줄 수 있을까요. ‘주민참여라고 쓰고, 주민동원이라고 읽는다’는 말처럼, 주민이 참여해야 한다고 정책적으로 제시도 하지만, 실제 참여할 수 있는 폭이 미미하죠. 권한도 없고. 그러니 결국 행정이 주도성을 갖고 하는 것 밖에 안되죠. 일정 시간을 주민들의 의식을 세우는데 배려하고 주민의 결정을 존중한다면 도시가 좀 더 사람사는 곳 답게 되겠죠.


이혜경

일단 도시재생센터 설립이 급선무라고 생각해요. 현재 지역마다 도시 활성화 계획에 따라 진행은 되고 있는데, 큰 그림이 없거든요. 또 행정 간의 협업 시스템 구축도 시급해요. 인천시만 봐도 마을공동체 부서와 도시재생 부서가 분리되어 있는데 이 두 부서는 교집합이 굉장히 많아요. 당연히 행정간의 협업이 필요한 부분이지요. 그리고 주민들을 위한 지속적인 교육이나 현장 활동가를 양성해야 합니다. 당장의 재생인식이 달라지진 않겠지만 지속적으로 주민과 접촉해 그 틈을 좁혀야 됩니다. 전문가 언어를 주민들이 이해하긴 어렵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와 주민들 사이 중간에 통역사가 필요한데 그게 바로 현장 활동가들이에요.


정원욱

저는 아까 말씀하신 도시재생 해외사례 드는 거 제 입장에서는 좀 반신반의해요. 그런 건 사실 일정한 포맷의 형태를 띠어 패키지로 수입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쉽게 말해, 정책을 생산해내는 국내 지자체나 연구원들의 보고서들의 목차만 들여다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들 정책 보고서는 매우 뚜렷한 포맷을 지니고 있는데, 가령 4~5장에서는 예외 없이 해외 사례(대게 미국, 유럽, 일본의 사례 순)들이 소개 되고, 나아가 국내의 부족한 여건을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상정되죠. 이들 해외 사례들은 이미 모든 것이 순조롭고, 다 잘된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그들도 처음부터 잘됐을 리가 없거든요. 그 사례들의 과정과 맥락은 탈각된 채, 국내에 도입되어 소위 ‘한국형ㅇㅇㅇ’라는 이름으로 재생산 되죠.

그리고 마을만들기 운동의 경우 지나치게 경쟁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느낌을 받아요. 지자체는 마을만들기 운동을 마치 하나의 성과 지표로 상정하고, 마을 간의 경쟁을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또한 이러한 흐름은 마땅히 국가나 지방정부가 도맡아야할 여러 도시 및 마을 현안들을 주민들에게 교묘히 전가시키는 측면도 띠고 있습니다. 결국 주민 주체나 자발적 운동이라는 용어와 함께, 주민들 간을 경쟁시키는 국면이죠.
그러나 이는 마을만들기 운동의 본래 가치나 혹은 도시권이라는 개념과 매우 동떨어진 흐름이라 할 수 있죠. 마을만들기를 도시개발의 세련된, 트랜드한 용어가 아닌, 진짜 우리가 추구하는 ‘도시권’이 무엇인지 재차 되물으면서, 본래의 가치를 소환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 가치를 성공적으로 소환해 낸다면,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도시 공간을 시장의 공간, 경제의 공간에서 ‘삶의 공간’으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시민들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겁니다. 그게 마을만들기 운동의 근간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생각에 닿게 되면, 자연스레 마을만들기는 국가적 의제이기도 한 토지와 부동산 문제와 결부 되지 않을 수가 없겠죠. 궁극적으로 마을만들기 운동은 단지 개별 마을간의 경쟁이 아닌, 오히려 마을과 주민간의 연대 속에서, 거대한 토지 및 부동산 자본의 흐름에 대항하는 흐름으로 전개되어야 할 것입니다.


윤현위

말씀에 첨언하면 부동산이 들어가면 마치 마을만들기와 부동산은 교도소 담벼락을 걷는 것처럼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청라지구에서 7호선을 청라까지 연장해 달라고 주민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결국 주민들이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잖아요. 송도에서 요구중인 KTX도 같은 맥락이구요. 우리는 마을만들기 취지가 그런 게 아닌 것을 다 알지만, 이런 온도차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 동네의 돈독했던 '관계', 도시적 차원에서도 필요


이혜경

지금 원도심의 주민들은 다른 곳에 갈 수 없는 상황도 있지만 자기 삶터의 기억을 고스란히 안고 살고 있어요. 지금은 공동체가 많이 약화됐지만 마을에 대한 기억이 가지고 있는 끈끈함이 있어요. 그리고 가는 곳곳마다 골목의 히스토리가 있고 삶터로서의 역사성을 가지고 있어요. 이주민이 많은 신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운 현상이죠. 여전히 개발에 대한 인식이 강하긴 하지만 주민들은 조금씩 개발의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인천시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의 경우, 개발해제 지역에서 시행이 되는 것인데 주민들이 자기마을의 디자인을 스스로 하면서 개발하지 않고도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4~5년째 주민들을 만나며 이런 부분들을 체감하고 있는데 마을을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의식이 비슷하면서도 다를 거라고 봅니다. 앞으로 마을은 내가 계속 살고 있는 혹은 살고 싶은 삶터여야 되지요. 그런데 사회문제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도시 외곽으로 밀려 나거나 혹은 이익을 쫓거나 독점하게 되는 현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리적, 지리적 환경에 따라 의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인발연에서 연구해야 할 것 같아요.


윤현위

예전처럼 단독주택 밀집 동네에서 주민들 간 돈독한 관계를 맺고 살았던 것처럼, 이런 문화를 유지하는 것도 도시적 차원에서도 일정부분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지금은 너무 빠르게 아파트가 들어오니까 그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어요. 그리고 젊은 세대가 원도심에 잘 안 들어가려고 하는 어려움도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구도심과 신도심에 관한 의식조사를 하면 어느 정도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것 같고 이에 따라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고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원도심에서는 인천사람이냐, 인천출신이냐를 유독 많이 따지는 것 같은데, 신도시 사람들 대부분은 직장문제, 전세문제 등으로 옮겨온 도시유목민들이라 그런지 출신지에 별 신경을 안 쓰거든요. 원도심은 좀 그런 부분이 심한 것 같아요. 타 지역에서 인천으로 활동하러 오신 분들이 입을 모아 한 얘기가 “내가 집이 서울이라는 이유로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른다”는 것이에요. 인천은 유목민도 많이 살고 이곳에 오래 산사람도 많으니까 이런 복합적인 문제들이 뒤엉켜 있는데, 뭔가 하나로 통합된 마을을 만들고 하기엔 상당히 괴리가 있고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유진수

하나의 공동체 마을을 만드는 일은 앞서 좌담회에서 논의됐던 교육이라든지 문화 그리고 오늘 논의한 마을 이외에도 수많은 부분이 종합적인 연계가 되어야 하고, 서로간의 협업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분위기가 안 만들어지는 게 현실이에요. 특히 인천이란 도시는 역대 시장님들이 죄다 망쳐놔서 손을 댈 방법이 없어 난감한 상황인데요.(웃음)

사실 인천시나 시의회에서도 마을만들기에 대한 시각이 별로 긍정적이지 않잖아요. “그냥 또 뭐 하나보다”, “그거 지원해봐야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겠어, 보도블럭 까는 걸 좋아하겠지” 이렇게 인식하는 경우가 아마 대다수일 테니까요. 하지만 당장의 환경을 바꾸는 것보다 전체적인 측면에서 도시를 만들고 사람을 만드는 과정으로 본다면 마을만들기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업이고 선행되어야 할 우선 정책으로 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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