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적휘적 앞에서 걸어가던 쫑이가 다리가 휘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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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적휘적 앞에서 걸어가던 쫑이가 다리가 휘청한다.
  • 김인자
  • 승인 2016.12.30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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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붕붕카할머니네 개 쫑이
 
요즘 애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독감이 무섭다.
어제도 사랑터에서 돌아오신 심계옥엄니가 방에서 또 주저 앉으셨다. 다리에 힘이 없으셔서.
엄니가 밤새 잘 주무시나 살피고 살피느라 밤을 홀랑 샜더니 나 또한 정신이 몽롱하다. 그래도 사랑터에 가지않겠단 말씀은 없으셔서 다섯 시에 뜨거운 물로 목욕을 시켜드리니 기분이 좋으신지 꽃단장 분단장을 하신다.
 
사랑터가는길.
심계옥엄니와 아파트정문에서 사랑터차를 기다리는데 저만치서 붕붕카할머니랑! 붕붕카할머니의 맘씨 고운 며느리가 걸어 나오는게 보인다. 이만치서 저만치 계신 붕붕카할머니에게 손을 흔들어드리니 붕붕카할머니도 저짝에서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신다.
손 나팔을 만들어 "이쁜 할무니 잘 다녀오셔요 ~"하고 인사를 드리니 붕붕카할머니가 "오냐 ~"하신다.
오늘은 붕붕카할머니네 개 쫑이도 나왔다. 쫑이는 생후 14년 된 숫개다.
"아이구 울 어르신 나오셨어여?" 하고 장난스레 아는 체를 하니 쫑이 어그적 어그적 내게로 걸어온다. 쫑이는 나이가 너무 많아서 관절이 다 망가졌다. 그래서 잘 걷지를 못하는데 가끔씩 나와서 아파트단지를 한 바퀴씩 돈다. 저녁에는 밖에 나와 쉬도 하고 응가도 한다.
쫑이도 주인인 붕붕카할머니 짝꿍인 왔다갔다 할아버지를 닮았나보다. 동네 한 바퀴를 돌면서 똥놓고 오줌놓고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걷다가 다리가 꺾이기도 하고 그래도 밖에 나오는걸 좋아하는 쫑이. 예전에는 집도 잘 찾아왔는데 요즘은 쫑이가 인지능력이 많이 떨어져서 자꾸 다른 아파트로 간단다.
 
똥닦을 휴지를 들고 쫑 뒤꽁무니를 쫒아다니는 붕붕카할머니 며느리가 애잔하다. 요즘은 왔다갔다할아버지 대신 늙은개 뒤를 쫒아다니는 붕붕카할머니 며느리.
요즘은 왔다갔다할아버지가 밖에 나오는걸 잃어버리셔서 일을 좀 덜었다는 붕붕카할머니 착한 며느님. 왔다갔다할아버지는 노인정에 가서 점심드시고 오는거 외에는 일체 바깥출입을 하지 않으신단다. 하루에 세 번은 꼭 동네 한 바퀴를 도셨던 왔다갔다할아버지 대신 요즘은 쫑이 뒤를 따라 다니는 왔다갔다할아버지 며느리.그래도 인상찌뿌리는 일 없이 늘 밝고 따뜻하다.
"할아버지는 온종일 집에서 뭐하세요?"
"티비도 보시고 군것질도 하시고 노인정에도 가시고..그러세요."
"밖에 나가시잔 말씀은 안하세요?"
"안하시네여. 잊어버리셨는지
노인정가서 식사하시고 조금 있다 오세요."
"노인정에서 많이 노시다 오시지."
"한곳에 오래 못있으세요.그래도 많이 좋아지신거예요. 식사하시고 바로 오셨는데 요즘은 한시간 쯤 있다 오세요."
"할아버지 노인정 가 계신 동안 좀 쉬시면 좋으련만."
"쉴 수는 없어여. 얼른 마트에 갔다오는 정도죠."
"할머니랑 노인정에서 좀 노시다 오시면 좋을텐데."
"그것도 불안해서여 ... 한 시간쯤 노인정에서 어무니가 잘 보시겠다고 하셨는데. 아버님 혼자 나오신거 제가 서너 번 봤어요. 그래서 어무니한테 막 뭐라고 했죠. 한 시간도 못 봐주시냐고. 옛날 같으믄 가슴에 담고 끙끙 앓았는데 요즘은 겉으로 해요. 안그러면 제가 너무 힘들어서요."
"잘 하셨어요. 가슴에 담아두기만 하면 병나세요."
 
휘적휘적 앞에서 걸어가던 쫑이가 다리가 휘청한다.
에고, 울 심계옥엄니같다.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그리고 나이가 많이 먹은 늙은 쫑이도 견딜 수 있을 만큼만 아프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가고싶은 곳에 거침없이 마음대로 갈 수 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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