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에게 갯벌은 보물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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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에게 갯벌은 보물창고'
  • 김대환
  • 승인 2010.01.13 0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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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의 새 이야기] 저어새가 살기 위한 조건
   저어새가 살기 위한 조건
 
저어새가 먹이를 찾고 있는 모습.

 앞에서 저어새가 어떻게 먹이 사냥을 하고 부리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찌 보면 매우 특이한 생활 습성을 가지고 있는 저어새는 사는 장소 역시 매우 특이합니다. 저어새가 주로 사는 곳은 갯벌입니다. 갯벌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밀물과 썰물이 하루에 두 번씩 오고가고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엄청난 퇴적물이 쌓여서 만들어진 아주 독특한 지형입니다. 대체로 수심이 매우 낮고 생산성이 좋아 많은 물고기들이 살고 있습니다.

 새들에게 갯벌이란 그야말로 보물 창고나 다름 없는 곳입니다. 그런 갯벌에서 마음껏 먹이를 잡아먹을 수 있다면 새들에게는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갯벌에 한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갯벌의 퇴적물은 대부분 진흙이어서 그런 곳에 파도가 치면 물속이 매우 탁해진다는 것입니다. 결국 물고기는 많은데 물이 탁해서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새들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현명할까요? 정답은 '저어새처럼 물고기를 잡아라!'입니다. 결국 저어새는 눈으로 물속을 들여다보다가 물고기를 잡는 것이 아니고 민감한 부리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았던 것입니다.

 저어새는 갯벌이라는 지형에서 그 지형만의 특성을 고려해 진화한 것입니다. 따라서 저어새가 잘 살 수 있는 곳은 바로 갯벌인 것입니다. 그런 갯벌이 사라진다면 당연히 저어새는 살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저어새는 잘못 진화한 게 아니고 환경에 정확히 적응해 올바르게 진화한 셈입니다. 하지만 우리 인간들은 그런 저어새의 진화와는 상관 없이 무수히 많은 갯벌을 매립하고 있습니다. 갯벌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저어새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결국 멸종으로 가는 것일까요?
 
 어떤 분들은 인간에 의한 그런 식의 환경 변화(파괴)에 대해 '저어새 역시 진화하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어새의 진화는 갯벌이 만들어지는 과정인 수천만 년 동안 이루어진 것입니다. 인간에 의해 수십 년 동안 일어나는 환경 변화에는 도저히 적응할 수 없습니다. 결국 진화의 범위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얘기가 되는 겁니다.
 
 이 지구상에 남아 있는 저어새는 총 2,013마리입니다. 그것도 최근 몇몇 분들의 노력에 의해 늘어난 숫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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