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흐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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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흐르는 세상
  • 장현정
  • 승인 2017.02.2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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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소통하고 치유하는 예술 / 장현정·공감미술치료센터 팀장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달라진 것이 참 많다. 그 중 하나는 인식하지 못하고 지내던 자연을 다시 만나게 된 일이었다. 바쁘게 사무실 안에서 지내느라 하늘 한 번 볼 일이 없었었다.
 
이제 아들이 하늘을 보니 나도 하늘을 본다. 아들에겐 돌이나 나뭇가지도, 흙의 감촉도 모두 신기한 것들이었기 때문에 아들이 좋아하는 꽃들도 나뭇잎도 새롭게 다시 한 번 보게 된다. 해와 달도 별도 구름도 그들의 신비로운 움직임을 관찰 한다. 비를 맞고 눈을 만지며 바람의 변화를 살펴보고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아름다운 자연을 느껴본다.
 
또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집 안에 예술이 흐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가장 창의적인 시기라는 4~7세에 막 돌입한 아들은 엄청난 열정과 에너지와 아이디어를 분출하고 있다. 기분이 좋을 때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가수가 되고 가사를 바꿔 부르는 작사가가 되기도 한다. 더욱 흥이 나면 갑자기 춤을 추며 무용가가 되고 역할 놀이를 할 때면 배우가 된다. 사물을 관찰하고 재현하는 놀이에 한참 심취해 있는데 믹서기와 콘센트를 뚝딱뚝딱 만들고 휴대폰도 만들고 빔프로젝트도 설치한다. 자신이 보고 온 신기한 것들은 어떻게든 만들어 내는 놀라운 공예가이자 과학자이다. 밥을 하려고 하면 쏜살같이 다가와 쌀 놀이를 하고 미역국이라도 끓일라 치면 옆에서 불린 미역으로 전위예술을 하는 미술가이다.
 
예술가 아들 덕분에 엄마아빠의 마음 깊은 곳에 잠시 묻어두었던 어린아이와 같은 본래의 예술성이 튀어나오는 것이었다. 어느덧 엄마아빠도 함께 연극을 하고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고 놀이를 하게 되며 가족들 사이에 또 하나의 소통방식으로 예술이 자리 잡게 되었다.
 
헤겔, 칸트, 니체, 하이데거, 듀이 등등 많은 철학자들이 예술의 힘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예술이 삶에 질과 인간의 정신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사람은 예술을 통해 표현하고 나타내며 소통하고 치유한다. 예술은 때로는 유희가 되어 즐거움과 전능감을 제공하고 승화를 통해 정신을 성숙시킨다. 고대 인류가 동굴벽화에서 자연과 삶을 그려냈던 것처럼 인간에게 예술은 갖고 태어난 본성과도 같이 자연스러운 것임을 깨닫는다. 루소가 주장처럼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 칸트의 말처럼 자연성을 통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 듀이가 주장했던 민주주의를 위한 예술교육 등은 오늘날 우리 아이들에게 너무나 필요한 내용들이다.
 
우리 집의 이야기를 하자면, 예술이 흐르는 우리 집은 매우 즐겁고 행복해졌다. 우리 집의 예술이라고 해봐야 밀가루 좀 뿌리고 미역 좀 만지고 책 읽고 노래 흥얼거리고 그것이 전부이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창조이고 놀이이며 아름다움을 가진 예술이다. 꼭 위대하고 특별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며 느끼고 창조하는 것, 놀이하는 것, 자연을 경험하는 것 이 모든 것은 예술일 수 있다. 입시와 취업을 위해 현재의 예술성을 ‘나중에’ 하라고 미루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세상에 점차 더 많은 예술이 흐르고 아이들의 마음이 풍족하고 편안해 졌으면 좋겠다.
 
 
* 추천도서 : 행복한 인재로 키우는 예술의 힘(김태희 지음, 착한 책가게 출판)
 
     
 (그림 : 돌돌이의 즐거운 예술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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