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은 민중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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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은 민중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
  • 지창영
  • 승인 2017.03.0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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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지창영 / 시인

정치인을 바라보는 다양한 눈

 
조기대선이 가까워지면서 개혁진보 진영에서는 유력 후보자들이 두각을 나태내고 있다. 모두가 실력 있는 후보들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적폐 세력의 후보자들보다 지지도가 우세하다는 점에서 민중의 입장에서는 행복한 고민이 따르기도 한다.
 
문재인은 국정 경험과 진정성 있는 행보 그리고 대선 후보의 경험에서 비롯된 안정감이 있어서 좋고, 안희정은 의리와 패기가 있어 보이고 스킨십도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 호감이 간다. 이재명은 시정을 운영하면서 실증으로 보여 준 청렴성과 복지 제도의 성과도 있고 과감한 개혁적 정책을 분명히 밝히고 있어서 좋다. 어느 누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이 나라는 새롭게 거듭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특정 후보의 단점을 들어 불가론을 펼치기도 한다. 문재인은 대선 부정선거 의혹 규명에 소극적이었기 때문에 안 된다느니, 안희정은 때 아닌 연정론과 ‘선한 의지’ 발언을 보니 글렀다느니, 이재명은 너무 강성이어서 위험하다느니 하는 말들이 그렇다. 안 되는 이유를 나열하자면 그런 것 말고도 많을 것이다.
 
특정 후보에 대하여 대권 후보 불가론을 강조하는 이들은 그 동기와 목적이 다양할 것이다. 야권의 유력 후보를 흠집 내고 지지도를 떨어뜨리려는 적폐 세력의 공작도 있을 것이고, 자신의 분석이 예리하다는 점을 뽐내고 싶어 한소리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때로는 어느 후보를 지지하다 보니 상대 후보를 의도적으로 지나치게 폄하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보면 거의 모두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기는 하다. 그래서 대부분 맞는 말이기도 하다. 또한 민중의 입장에서 응당 비판해야 할 내용도 많다. 좋아하는 정치인이 선명치 못한 언행을 보일 때는 의아해하기도 하고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판단과 언행은 민중과 다를 수밖에 없음을 염두에 둔다면 무조건 비난할 수만은 없다.

 
한반도의 정치 지형에서
 
한국의 정치 지형을 거시적으로 바라보면 정치인들의 행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대중이 DJP 연합을 추진했던 것이나 노무현이 한때 정몽준과 손을 잡았던 사실에 대해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고, 심지어 김영삼이 3당 합당을 했던 것도 이해는 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대권을 거머쥘 수 없는 것이 한반도의 정치 지형이다.
 
한국 정치의 배경은 분단 현실이고 배후는 미국의 간접 통치다. 한반도를 아시아 패권의 요충지로 두고 있는 미국은 친미 정권을 세우는 데 올인하게 되고 이를 위하여 분단 현실을 요긴하게 활용한다. 한국에서 자주를 이야기하거나 북과의 대화를 주장하는 정치인은 대권으로 가는 길에서 퇴출당한다. 대다수 국민은 미국의 시각에 길들여져 있어 자주적인 생각을 불온시하고 자주적 시각을 드러내는 정치인에게는 등을 돌린다. 상식적으로 타당한 주장을 한다고 해도 미국의 이익을 거스르면 대통령이 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중도 세력과 손잡기다. 18대 대선에서 낙선한 문재인이 김종인을 영입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개혁진보 진영의 후보가 천안함 사고를 ‘폭침’이라 하여 결과적으로 북의 소행임을 인정했던 것도, 통합진보당의 해산을 적극적으로 막아서지 못했던 것도,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때로는 어정쩡한 자세를 보이는 것도, 당연히 추진해야 할 평화협정을 당당히 주장하지 못하는 것도 다 그런 배경 때문이다.
 

민중은 끝까지 자리를 지켜야 한다
 
미국의 의도를 벗어나서 민중의 뜻에 의해 대통령이 된 유일한 분이 노무현이다. 정몽준이 지지를 철회할 때 노무현의 대권은 사실상 물 건너 간 셈이었다. 이를 급변시켜 노무현을 당선으로 이끈 것은 민중이었다. 노무현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은 미국도 당황할 일이었다.
 
지금 광화문에 넘실거리는 촛불의 파도는 그래서 그 의미가 매우 깊다. 민중이 정치권을 밀고 끌며 새 나라로 가는 현장이다. 정치권이 이리저리 재고 망설일 때마다 촛불은 한편으로는 응원하고 한편으로는 압박하면서 적폐 청산을 추동했다. 갖가지 분열 공작도 무너뜨리고 북풍몰이도 잠재우는 촛불의 위력에 미국도 어쩌지 못하고 그들의 꼭두각시도 어쩔 줄 몰라 한다.
 
이제 한 고비를 넘기면 본격적으로 정치판의 게임이 시작될 것이다. 이 때 민중은 무엇을 할 것인가. 요즘 흔히 하는 얘기로 죽 쒀서 개 주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민중은 바다를 이루어 계속 넘실거리며 제대로 된 배를 띄워야 한다. 정치인 개개인에 대한 호불호도 중요하지만 민중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 나라를 밀고 가려면 민중은 철저히 민중의 입장에서 세력을 결집하고 평형수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정치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고 일희일비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혁진보 진영의 후보면 누가 집권한다 해도 괜찮다. 미국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분단 해소도 되지 않는 한 누가 대권을 잡든 큰 차이는 없다. 지금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정권 교체 이후를 힘 있게 밀고 나갈 민중의 세력이다. 민중은 정치권의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자기 자리를 끝까지 지켜야 한다. 노무현을 당선시킨 저력을 다시 한번 발휘하여 이 나라 정치판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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