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문화도시’ 비전이 충분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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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문화도시’ 비전이 충분한 곳”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7.04.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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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인천예술회관 공연 앞둔 ‘S & S Jazz Big Band’를 만나다

‘S & S Jazz Big Band’의 정정배 지휘자. 국내 최고의 퍼커션 연주자로 3년 전부터 인천에 정착해 살고 있는 ‘인천시민’이다. ⓒ배영수

 
세상의 모든 음악을 크게 두 가지 장르로 양분하면 ‘클래식과 재즈’로 나눌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재즈는 전 세계 현대 대중음악의 원류로 평가받아 왔다. 그만큼 재즈가 전 세계 공통의 음악언어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한국에서 재즈는 언제나 ‘비주류 중의 비주류’로 취급받아 온 게 사실이다. 아이돌 가수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요 시장은 물론, 록 음악 등이 주류를 이루는 인디 신(홍대 등지에서 성행하는)에서도 재즈는 변방으로 자리해 왔다. 이는 인천도 마찬가지. 최근 인천 내에서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의 활동이 다시금 올라오는 상황이긴 하나, 대부분이 록/헤비메탈 계열의 인물들로 인천에서 재즈는 과거에도 지금도 주류 음악으로 자리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인천 내에서 이러한 재즈의 움직임을 일으켜 보려는 단체가 있어 음악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는 20일(목)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공연을 갖는 ‘S & S Jazz Big Band’가 바로 그들. 일반적으로 최소 15인조 이상으로 편성되는 빅 밴드의 공연은 사실 서울에서도 잘 열리지 않는 성격(실례로 1930년대 경제대공황으로 인해 수많은 빅 밴드가 해체되며 이후 4~5인조의 캄보 밴드로의 활동이 유행처럼 번졌던 미국의 재즈 역사를 통해, 인원이 많을수록 제반비용이 증가한다는 기정사실을 확인할 수 있음)으로 이를 ‘문화 불모지’인 인천에서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 빅 밴드를 진두지휘하는 인물은 현 국내 최고의 세션 퍼커션 주자이자 라틴 재즈 밴드 ‘코바나’의 리더로 음악 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뮤지션 정정배씨다. 정 지휘자는 지난 2014년 이미 인천 구월동으로 이사하고 전입신고까지 마친 엄연한 ‘인천시민’이었다.

 

예술회관 인근 수협 구월남지점 건물에 소재한 ‘월드드럼센터’ 내부 모습. ‘S & S Jazz Big Band’가 20일 공연을 준비하며 연습공간으로 쓰고 있다. 드럼 등 악기 레슨도 하는 곳이라고. ⓒ배영수

 
정상급 뮤지션인 그가 무엇이 아쉬워서 인천에 자리를 잡고 음악단체까지 만들려는 것일까. 그의 첫 대답은 “내 이익이나 다른 생각 했으면 인천에 올 생각도 못 했을 거예요.”였다.
 
그는 유럽 등지에서도 음악 공부를 했던 그는 현 인천의 3백만 인구가 유럽 웬만한 작은 나라 인구와 맞먹고, 그렇다면 어떤 문화든 정착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니까, 3백만이 사는 도시에 현 수준의 문화 인프라는 뭔가 말이 안 되더라는 것. 정씨는 이에 인천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고, “문화예술 쪽으로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인천에도 적지 않은데, 프로들이 대부분 서울로 간 상태에서 아마추어들이 많더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무 심는 마음으로 한 번 뿌리를 내려 보자”는 결심을 내린 그는 잘 뿌리내리면 자신 또한 이 도시에 공헌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그가 인천에 오자는 마음을 처음부터 혼자 결심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인천서 뿌리를 내린 인물이자 현 ‘S & S Jazz Big Band’의 대표(단장)을 맡은 인천 토박이 드러머 변영학씨를 만나면서 마음을 먹었다는 것. 정 지휘자와 변 단장은 1974년 공군 군악대 동기로 처음 만났다. 당시에도 같은 리듬 파트 부문의 동기였던 점 때문에 금방 친해졌었다고 한다.

 

‘S & S Jazz Big Band’의 음악적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는 정정배 지휘자와 변영학 단장. ⓒ배영수

 
“군악대로 함께 동고동락하다가, 제대하고 변 단장은 인천으로 돌아갔고, 저는 1~2년 정도 후에 TBC방송국(현 KBS2의 전신)의 이봉조 악단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게 1979년 봄 즈음이었는데, 그해 10월에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이 났고 이듬해 신군부의 언론통폐합으로 인해 악단이 자연스럽게 KBS로 넘어가 KBS방송관현악단이 돼 거기서 한 10년 활동을 했죠.” 정 지휘자의 말이다.
 
이후 그는 유학길에 올라 장기간 해외에서 공부를 한 뒤 한국으로 돌아왔고, 90년대 말 라틴재즈 밴드 ‘코바나’를 결성했다. 열정적인 공연으로 유명한 코바나는 곧 국내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음악 팬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던 그가 3년 전 변 단장과 다시 만났다. 이 둘은 빅 밴드를 한 번 해보자고 의기투합했고, 마침 인천에 이를 기반할 만한 장소가 있음을 안 정 지휘자는 아예 인천으로 이사를 와서 변 단장과 이를 도모했다.
 
실제 정 지휘자의 인천에 대한 애정은 상당했다. 당시 구월동으로 이사를 온 그는 지금도 구월동 주민으로 살고 있으며, 정 지휘자와 변 단장의 의기투합은 오랜 기간 음악에서 손을 놓고 있던 변 단장이 다시금 악기를 잡고 예전 감각을 찾는 동인이 되기도 했다. 또 ‘S & S Jazz Big Band’라는 이름도 Sea(바다)와 Sky(하늘)을 뜻하는 것으로, ‘국제 허브’로 평가받는 인천공항을 가진 해양도시 인천의 이미지를 이름화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재즈 밴드 형태 중에서도 돈도 제일 많이 들고 활동 자체도 만만치는 않은 빅 밴드를 만든 이유가 궁금했다. 이에 대해 변 단장은 과거 인천시립합창단을 역임했던 윤학원 지휘자가 과거 <인천in>과 가진 인터뷰(아래 기사 링크)를 언급하면서, “합창은 혼자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하는 ‘우리’라는 의미가 중요한 음악”이라는 윤 지휘자의 말을 빅 밴드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20인조 내외로 연주하는 빅 밴드의 단원들은 모두가 다른 단원의 악기 소리를 들어야 하고, 들으면서 조화를 시켜야 하는 음악인만큼 공동체의 개념을 심어줄 수 있는 중요한 음악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정 지휘자와 변 단장의 의도 하에 만들어진 ‘S & S Jazz Big Band’에는, 드러머 김학현, 기타리스트 김형준, 트럼보니스트 장건웅 등 전국구로 활동하는 프로 뮤지션들이 입단해 있다. 그리고 전공자는 아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악기를 놓지 않고 살아왔던 인천시민도 단원으로 들어가 있다. 인천기계공고 밴드부와 해군군악대를 거쳐 연수구립관악단 등의 단체를 통해 꾸준히 연주인 생활을 해 왔던 김휘동씨(현대자동차 연수중앙대리점 대표)가 대표적이다. “운이 좋아서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악기를 안 놓고 활동할 수 있었다”는 그는 최근 이 악단에 영입된 이후로 본업과 연주 활동을 겸하며 바쁘지만 하루하루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S & S Jazz Big Band가 20일 공연에서 관객들에게 나눠줄 팸플릿 중 단원들의 소개 부분.

 
단원인 김휘동씨는 조만간 인천 내에서 재즈가 기반이 되는 단체를 하나 만들 생각이 있다고 한다. 이 단체는 정 지휘자와 변 단장 등 ‘S & S Jazz Big Band’ 관계자들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하는데, 김씨와 정 지휘자는 “그러한 활동 역시 나무를 심는다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며 향후 사단법인화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김휘동씨는 지난 1998년 인천에서 재즈 모임을 만들어 이정식(색소폰), 임인건(피아노), 서영도(베이스), 그리고 당시 재즈 신에서 가장 ‘잘 나가는’ 팀이었던 야타 재즈 밴드 등을 초청해 연주회도 했었다고 하는데, 사실 오래 가지는 못했었다며 조만간 다시 만들 단체를 통해 그때의 아쉬움을 상쇄하고 싶다고 한다.
 
“인천이 최근 송도, 청라 등의 국제도시도 생기고 인구도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국내 타 대도시의 인구가 오히려 줄어드는 것을 감안했을 때 놀라운 일이예요. 과거부터 서울과 가깝다는 점이 오히려 핸디캡으로 작용하면서 지금도 사실 많은 부분을 서울에 뺏기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시정부가 문화적으로 정책지원을 잘 하고 약간의 배려만 잘 해준다면 인천은 서울 못잖게 많은 발전을 할 수 있는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김씨를 비롯해 정 지휘자와 변 단장이 “인터뷰에서 꼭 넣어 달라”며 한 말이다. 그만큼 인천에 대한 애정, 문화도시로서의 비전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리라. 오는 20일 공연을 가질 ‘S & S Jazz Big Band’에 대해 인천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그간 이곳에서 공연을 가진 연주 팀들이 꽤 많았지만, 내외적으로 인천에 대한 애정을 진정 갖고 있는 팀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S & S Jazz Big Band’가 20일(목) 오후 8시 예술회관 소공연장서 갖는 공연의 홍보 포스터. 최근 소공연장의 경우 쾌적한 공연 환경을 위해 리모델링 작업을 완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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