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알파고)은 교사마저 위협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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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알파고)은 교사마저 위협할 것인가
  • 정영기
  • 승인 2017.05.22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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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정영기 / 인천대 윤리교육 전공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며 편의를 추구해왔는데, 이제는 그 편리함만을 좇다가 불편해지는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 우리의 끊임없는 욕심이 계속해서 더 나은 것을 찾다가 이제는 인간을 뛰어넘는 지능을 가진 알파고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2016년, 전 세계에 가장 큰 충격을 줬던 사건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이었을 것이다. 필자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인간과 생각을 시뮬레이션하는 알파고와의 대결이었기에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알파고는 압승을 거뒀고 알파고의 승리에 신기하기도 하면서 미래의 일을 생각하니 조금은 두려워졌었다.





 2017년 한국고용정보원 ‘기술변화 일자리 보고서’의 전공별 분석 결과를 보면 앞으로 10년 뒤 대학 전공 가운데 인공지능 로봇 기술로 인한 구직난을 가장 심하게 맞을 계열은 의약이 51.7%로 나타났다. 실제 의약분야는 IBM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왓슨’이 이미 국내 의료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가장 빠르게 대체된다고 예상하는 직업1위는 바로 약사이다. 아픈 증상에 맞게 컴퓨터에 입력된 정보를 바탕으로 정확하게 약만 주면 되는 일이기 때문에 가장 위험한 직업으로 점철되고 있다.

 앞선, 고용정보원의 연구결과에서 2위는 48%로 교육계열이 차지했다. 이 연구결과는 우리에게 말한다. ‘교사’는 단순 지식전달자가 되어선 안된다고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교사는 앞으로 영영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국어사전에선 교사를 ‘주로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따위에서,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학교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학교는 인간다운 가르침을 배우는 곳이다. 단순히 글자 하나를 암기하고, 지식만을 습득하는 곳이 아닌 더불어 사는 삶을 알고 삶을 배우는 곳이다. 이 소중한 곳에 알파고는 둥지를 틀 수 있을지 몰라도 학생들을 온전히 품을 순 없을 것이다.
 
 물론, 알파고가 지식의 학습에선 교사의 지적능력보다 학생들에게 더 유용한 보조장치가 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학생들을 어루만져줄 수 없을 것이다. 즉, 학생들의 고민과 감정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설마, 기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다고 한들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느껴지는 그 유대감에서 학생의 마음을 이해하고 끄덕여줄 수는 없을 것이다. 
 
 서양의 고대 철학자 플라톤은 『국가』에서 이상적인 국가의 모델을 제시할 때, 통치자·수호자·생산자가 각자의 역할에서 최선을 다할 때 정의로운 국가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결국 인간이 만들어 낸 알파고는 통치자가 아닌 수호자와 생산자의 위치에서 통치자를 잘 믿고 보조하는 일을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역할일 것이다. 통치를 하기위해선, 객관적인 선을 알고 반 아이들 모두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하는데 시뮬레이션을 사고하며 감정을 느낄 수 없는 알파고는 학생들을 결코 안아줄 수 없다. 
 
 알파고는 교육계에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지금 이대로라면, 교사들도 우리들에게 일자리를 뺏길 수 밖에 없다고 말이다. 장 폴 샤르트르는 말했다. 인간은 실존에 내던져진 존재이며,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고 말했다. 인간은 당연히 실존앞에 내던져졌기에 자유를 추구하며 이 자유를 추구하는 데 있어서 불안은 당연한 현상이며 이 불안은 실존을 향하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인간은 모두 불안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이라는 직업은 국가에서 자연스러운 우리의 불안을 안아주고 걱정 없게 만들어주고 있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이 보살핌에 자연스럽게 취하며 교사라는 본질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해나가며 성찰하지 않고 있다. 이 안일한 모습에 알파고의 등장은 좋은 채찍이며, 좋은 교육을 위한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생실습을 다녀온 중학교의 한 학생에게 “알파고 선생님이 등장하면 어떨 것 같아?”라고 물어봤더니 “정말 별로일 것 같아요”라는 답을 들었다. 말이 잘 통하지가 않는다는 것과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모를 것이다라는 이유를 들었다. “그렇다면, 감정을 알기 위해 사람 심리를 분석한다면 어떨 것 같아?“라고 물어보니, 앞에 있는 로봇이 내 감정을 읽는다고 생각하니 학교가기가 싫어질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이 대답은 학생들은 ‘인간다움’을 배우기 위해 다니는 이 학교에서 인간적임을 느낄 수 있는 학습환경과 교사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알파고는 판사가 될 순 없어도, 판례를 검토하는 역할을 잘할 수 있고 교사가 될 순 없어도, 효과적인 교육방법을 제시하고 학생 개개인에 대해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좋은 조력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알파고의 등장은 달리 반갑지만은 않았지만, 교육계에 효과적인 보조자가 된다면 좋은 교육을 위해 함께 가야할 좋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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