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그 마을과 골목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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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그 마을과 골목에 이야기
  • 강영희 시민기자
  • 승인 2017.06.0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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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통신 1 ]배다리 헌책방거리에서 '인문학교실'은 어때요?

<인천in>이 6월1일부터 강영희 시민기자의 ‘배다리 통신’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헌책방 길로 유명한 배다리는 근·현대의 우리 민족의 자취들을 간직한 역사·문화의 길입니다. 또한 도로개설 등 공동체를 해체하는 개발로부터 마을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노력들로 ‘핫’한 공간으로 떠오르는 대표적인 구도심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배다리에서 사진관을 운영하는 강영희 기자의 눈으로 ‘배다리’의 다양한 모습들을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그 거리와 그 마을에 어울리는 문화란 무엇일까?
 
 
<배다리 마을로 가는 교실>에서는 배다리 인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다. 책방거리에 어울리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양한 경험과 삶의 형태를 가진 어르신들께 들어보는 ‘어르신 인문학’이 토요일 오후 2시 아벨전시관 2층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지루할 줄 알았던 이야기도 지금의 상황이나 환경을 이해하고 들으니 흥미진진했다.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성구 옹이 직접 그려오신 배다리와 동구, 그 인근 지도

 
“옛 인천, 그 중심에 배다리가 있다고 생각해“
 

건축역사학자인 한동수 교수가 이야기하는 ‘배다리 근대 건축물 이야기’는 외부인의 시선으로 배다리 건축물에 대한 이야기를 냉정하게 들을 수 있었고, 85세의 이성구 어르신(전 인천시위원회 의장)은 곽현숙 아벨서점 대표의 스승이기도 하신데 본인을 '인천사랑운동'의 창시자로 소개하시면서 그 중심에 배다리가 있었다며 말씀을 이었다.
 
당신께서 살았던 화수동을 중심으로 일제 강점기에 보낸 어린 시절을 더듬어 인천의 중심이었던 동구와 배다리의 옛이야기를 직접 그려 오신 지도를 통해 이야기 해주셨는데 정말 흥미진진했다.
 
곽현숙 아벨서점 대표는 헌책방 거리의 책방 역사와 책방들에 대한 이야기를 펼쳤다.
오는 토요일(6월3일)에는 인천양조장 창업주의 맏손자인 90세의 임명진 전 대사가 자신이 나고 자라고 늙어온 배다리 옛이야기를 펼칠 예정이다. 배다리 옛 모습은 어떠했을지 하나하나 흥미롭게 기대하고 있다.
 

  
@배다리 헌책방 삼거리에 있는 건물의 빛바랜 썬팅으로 가까운 어제를 읽을 수 있다.
 


“가장 흔했던 게 가장 적게 남아요.”
 

진행된 강좌에서 되새김이 되는 이야기중 하나다. 그러면서 배다리 금창동 일대에는 일제 강점기의 근대 건물부터 50년대, 60년대 70-90년대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건물들이 곳곳에 어우러져 있어 상당히 흥미로운 곳이라며 이야기를 이었다.
 
그런데 도원역에 내려서 걸어오다 보니 원룸텔과 빌라가 들어서고 있는데 걱정스럽다는 의견도 비췄다. 일단 빌라가 들어서기 시작하면 이 다양한 여러 시대의 건물들이 일시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이지기 때문이란다.

 
@서점조합 썬팅이 그대로 남아있는 헌책방 거리 입구의 작은 책방

 
“어느 시절에는 꽤 흔했을 건물들”
 
배다리 헌책방 삼거리 인근만 둘러봐도 오래된 옛 건물이 보완이나 수리를 하지 않아 곧 무너질 것 같은 ‘대인상회’나 ‘보은사’ 건물, 쓰레기처럼 방치되고 허물어질 듯 했던 건물을 다듬어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생기를 찾은 조흥상회(달이네)와 그 창고(요일가게)건물, ‘인천책방조합’이라는 이름이 씌어져 있는 집현전과 대창서림이 있는 작은 건물이 있다.
 
한때 번창한 책방거리를 대변하듯 층층이 다방과 언론사 이름 등이 새겨진 빛바랜 창문 썬팅이 남아있는 현 대호문구사 5층 건물, 현대씽크공장이 들어선 3층 건물, 조봉암 선생의 사무실(인천 민전지구, 진보당사)이자 선거사무실로 쓰였다고 전해지는 2층 건물(2009년경 ‘나비날다 책방’이 있던), 유한상사와 스페이스빔이 사용하고 있는 인천양조장 건물이 있다.
 

 
@‘이십세기약방’을 고쳐 만든 ‘초록한의원’

 
금곡동과 창영동 일대의 넓지 않은 지역에 ‘큰 길을 낸다.’, ‘주차장을 만든다.’며 많은 서민들의 공간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옛 ‘이십세기약방’의 옛 건물을 그대로 살려 새롭게 만든 ‘초록한의원’ 건물이며, 쓰러져가는 한옥을 정성껏 다듬어 만든 ‘고현재’, 90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문을 닫았으나 건재한 ‘동인천우체국’ 건물, 독특한 옛 타일이 멋진 ‘국제컴퓨터세탁’ 건물 등 외장재만 봐도 시대를 읽을 수 있는 다양한 건물들이 있어서 종종 ‘동네 한 바퀴’ 산책을 하는 사람으로 즐거움이 있다.
 
금창동에는 최초의 사립학교인 영화학당, 인천 최초의 공립보통학교인 창영학교, 감리교 여선교사 기숙사가 남아있지만 남선교사 건물도 사라졌고, 송림학교 건물은 불에 탔으며 창영교회 예배당 건물도 바뀌었다. 문화극장이 있었던 자리엔 문화빌딩이 세워졌고, 오래된 배다리 가마솥 상점은 건물 리모델링으로 싸리재 인근으로 이전했다.

 
@5월 30일 애경사 건물이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철거됐다._사진제공 민운기(스페이스빔 대표)
 

주차장을 만들려고 105년 된 건물을 철거한 중구청
 
인천 중구청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근대문화재에 준하는 근대건축물 ‘신흥동 조일양조장’과 ‘신포동 동방극장’ 건물 등을 철거해 주차장으로 만드는 등 논란을 빚어왔는데 또다시 관광객을 위한 주차장 확보 명목으로 일제 강점기에 지어져 근대산업유산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105년 역사의 옛 애경사 건물 세 채를 철거했다.
 
한 시민은 지자체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외국에 가서는 100년 넘은 건물들을 잘 보전하고 있다며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부러워하면서 있는 옛 건물을 부수는 건 무슨 경우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큰물섬=덕적도의 바다가 보이는 운동장이 있는 학교와 정겨움이 묻어나는 옛 건물 
 

그 거리만의, 그 마을만의 무엇!
누군가 거기에 찾아오는 이유

 
요즘 덕적도(‘큰물섬’이라고도 한다.)에서 이 섬 저 섬 이장님들과 함께 ‘마을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수업을 하고 있다. 자신이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마을(섬)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외지인의 시선으로 확인하고, 자신이 살고 싶은 마을의 모습을 그려보고, 함께 살아가는 마을 만들기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까를 함께 고민해보는 자리다.
 
‘관광객을 위한 덕적도냐? 내가 사는 덕적도냐?’는 이야기를 나누며 마을의 주요 수입원중 하나인 관광객을 포기할 수도 없지만 섬의 주인인 자신들의 일상생활도 즐겁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만날 수 있었다.
 
이 문제는 큰물섬 뿐만 아니라 육지인 배다리나 신포동 등 중동구와 그리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것이다!’ 하며 한 가지 결론이 나지는 않았지만 주민의 입장, 관공서 공무원의 입장, 관광객의 입장, 노인의 입장, 젊은이의 입장, 어린아이를 키우는 입장, 노인을 봉양하는 입장 등 다양한 위치에서 생각해보았다.

 

@낡은 한옥을 고쳐만든 '고현재'

 

쓰레기와 소음만 쌓이는 관광지가 아닌
경험과 기억이 쌓이는 마을의 재발견!

 
‘삶터를 잘 가꾸며 살면 주민=내가 즐겁고 행복하고, 그런 주민이 주인이 되어 마을을 잘 가꾸면 자연스럽게 관광객도 늘어나는 것이 맞지 않겠나?’ 하면서 ‘누군가 여기에 찾아올 이유’가 필요한데 그것이 그곳만의 문화적 특징이 살아있을 때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그곳에 있는 것을 잘 살려내지 못하면 어디나 있는 평범한 것들이 넘쳐날 뿐이다. 잠시 특별해 보였지만 어디나 다 똑같아진 ‘명동거리’ 복사물인 전국 곳곳의 ‘** 문화의 거리’처럼 말이다.
 
결국 어떤 거리며 마을의 고유 지명이며 숨이 있는 옛 이야기를 찾아내는 등 마을의 역사와 특징을 잘 살려내고 거기에 주민 스스로 즐기고 배울 수 있는 것을 한 두 개쯤 ‘찾아내고’ ‘가꾸고’ ‘키우고’ ‘만들어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다.
 

@배다리생태공원이 된 산업도로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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