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본능,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능력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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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본능,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능력의 원천
  • 은옥주
  • 승인 2017.06.06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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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노래로 전해지는 놀이문화

이거리 저거리 각거리
동서맹곤 도맹곤
추무리 받고 돗받고
연지통에 열두 잔
가사머리 도래김치 장두칼

돌돌이는 조그만 손으로 얼기설기 얽힌 자기 다리와 내 다리를 톡톡치며 노래를 부른다. 마지막에는 자기다리를 툭 치곤 한쪽다리를 접어 올리며 “와 내가 이겼다. 내가 이겼다.”하며 ‘까르르 까르르’ 숨이 넘어갈듯 웃는다.
“이번에는 할머니가 이기는 거야.”
아이는 자기만 이기는 것이 미안한지 이번에는 마지막에 내 다리를 ‘톡’ 쳐주어 “내가 이겼다. 이겼다.” 나도 호들갑을 떨며 다리를 접고 만세를 부르고 난리를 친다.
시끌벅적한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아이 엄마가 불쑥 나에게 물었다.
“엄마 그런데 이거리 저거리 각거리가 무슨 뜻이야?”
“응. 그냥 할머니한테 배운거야. 나도 뜻은 몰라.” 그러고보니 나는 그냥 노래만 불렀지 뜻이 무엇인지 궁금해한 적이 없었다.


              


어린 시절 할머니는 울퉁불퉁 튀어나온 굵은 손마디로 툭툭치며 내 다리와 할머니 다리를 엮어 이 노래를 부르며 곧잘 놀아주셨다. 내가 재미있어서 소리를 지르면 할머니는 주름진 얼굴로 하회탈 같이 환하게 웃으시곤 하셨었다. “할머니 동서맹곤이 뭐야.” 물었는데 “그냥 나도 몰라.” 하셨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우리는 저녁마다 거실에 모여앉아 이 노래를 부르며 게임을 하듯 재밌게 놀았었다. 때로는 작은 아이가 자기를 계속 이기게 해달라고 떼를 쓰기도 했고 지면 울음을 터뜨리기도 해서 공평하게 하느라 꽤 신경을 썼던 기억이 난다.

손자가 태어나고 5개월 쯤 됐을 때 나는 한 달이 넘게 외국에 있다가 돌아온 적이 있었다.
얼굴을 익힌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기에 오래 떨어져 있어서 아기가 나를 기억하고 있을지 혹 나를 까맣게 잊어버리거나 않았을지 내심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아이와 마주했다.

“돌돌아 나야 할머니가 왔어.”
아이는 한참을 바라보더니 선뜻 나에게로 손을 뻗어 안기고는 자기다리와 내 다리를 번갈아 톡톡치며 이거리 저거리 시늉을 하는게 아닌가!
아이가 이 놀이로 나를 알아봐주는 것이 참 신기하고 그 조그마한 머리로 기억해주는 것이 참 기특해서 가슴이 먹먹하고 뭉클했었다.





사람은 유희본능이 있어서 본능적으로 놀고 싶어한다. 어린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놀면서 살아가는데 어려서 놀이를 충분히 재미있게한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일과 놀이를 즐길 수 있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한다.

아동의 심리적 건강성은 놀이를 통해서 형성되기 때문에 유아동의 예술치료도 놀이처럼 진행되는 것이 보편적이다. 그런데 우리 가계가 5대에 걸쳐 전해진 이 놀이가 유용성의 학문적·임상적 근거에 신기하게도 딱 들어맞는다.

다리를 엮기도 하고 접기도 하면서 서로 신체 접촉으로 친밀감과 애착을 촉진하기도 한다. 또 일정한 규칙이 있고 순서도 있어 사회성을 연습하고 이기기도 지기도 하여 경쟁놀이와 동시에 협동놀이를 연습하기도 하고 노래를 배워 같이 부르며 지적 자극과 사회적 결속감도 느끼게 되는 참 여러 가지 요소가 함께 있는 놀이인 것이다.

손자와 이 놀이를 할 때마다 할머니의 환한 웃음이 생각나고 열심히 놀아주신 할머니가 참 고맙다. ‘돌돌이도 먼 훗날 자기의 아이에게 내 이야기를 하며 같이 재미있게 놀아주겠지.’ 하고 생각하면 마음이 찡하다. 할머니에게서 나에게로 또 딸에게로 손자에게로 이어지는 놀이와 노래는 어쩌면 우리가계의 전통이 되고 문화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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