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미술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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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미술 놀이'
  • 장현정
  • 승인 2010.09.1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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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장현정 (공감미술치료센터 상담팀장·미술치료사·사회복지사)


   6개월 전쯤의 이야기입니다. ‘부산 여중생 사망’이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김길태 사건이 연일 지면에 오르내릴 때입니다. 이후 끔찍한 성범죄자들의 재범을 막기 위해 처벌의 강도를 높이자는 주장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면서 지난 6월 그에게 사형이 선고되었습니다.

  평소 지역사회 아이들의 정신건강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그 사건들과 관련한 여러 기사들을 검색하던 중 우연히 한 장의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우리 사회를 충격에 몰아넣은 살인범인 그가 아주 천진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학창시절의 사진이었습니다.

  범인을 처벌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또 나타날 수 있는 제2, 제3의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는 어쩌다가 사회에서 소위 ‘루즈’가 되어 그런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을까요? 그가 가진 세상에 대한 원망과 적대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그는 태어나자마자 버려져 양부모 밑에서 성장했습니다. ‘길태’라는 그의 이름도 ‘길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지요. 그는 유년시절에는 따돌림을 당하고, 학교에서는 폭력을 당하는 등 정서적으로 매우 불건강한 환경 속에서 성장해 왔다고 합니다. 어쩌면 그는 영화 <똥파리>의 주인공처럼 빈곤과 폭력 속에서 보호받지 못하여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변해갔을 것입니다. 마음이 상처를 받고 아프고 부서지다가 완전히 메말라버려 사람이 가져야 하는 최소한의 양심과 감정마저도 잃어버리게 되었을 것입니다.

  
  미술치료 현장 모습.
  
  미술치료 현장에서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마음이 아플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보이는 정서적인 문제나 어려움들은 대부분 가족이나 부모에게서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사회에서 비행청소년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아이들을 만나 보면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마음을 둘 곳이 없어 외로운 아이들에게 미술치료는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미술치료에 대해 처음 접하는 분들은 미술치료가 그림을 보고 속마음을 알아맞히는 것쯤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실 미술치료는 다양한 미술재료를 활용해서 자기 자신의 표현을 통해 마음을 열어 세상과 건강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한 방법입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청소년, 성인, 어르신들 누구나 할 수 있는 매우 쉽고 재미있는 상담 분야입니다. 처음 접하는 분들은 ‘치료’라는 용어에 대해 정신치료를 ‘환자’나 ‘정신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그림을 잘 그릴 필요도 없고 그린 그림을 누구한테 평가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면 되고,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면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열심히 만든 작품을 보며 기쁨과 보람과 만족감을 느끼며 스스로 소중함을 깨달아가면 그걸로 자족합니다. 열심히 만든 작품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인정받고 주인공이 된 느낌을 받습니다. 서운하고 속상했던 일들, 화나고 짜증났던 일들, 아무도 모르는 자신의 비밀 이야기도 안심하고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러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고 표정이 밝아지고 자신감이 생깁니다.

  미술치료를 비롯한 심리치료들은 있으면 좋은 게 아니라 이제 ‘꼭 필요한 것’입니다. 사람을 서로 믿지 못하고 점점 두려워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우리나라도 심리치료가 보편화하고 일반화해 지역주민의 정신건강 증진과 생활스트레스 감소를 도모해야 합니다.

 ‘부산 여중생 사건’과 같은 끔찍한 범죄들이 범죄자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천진난만했던 아이를 바르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보호하지 못한 것은 우리 사회의 책임입니다. 우리 사회는 아이들의 복지, 교육, 보육, 보호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합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건강하게 키우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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