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모든 헤드윅을 위한 인생 메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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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모든 헤드윅을 위한 인생 메세지 ”
  • 한인경
  • 승인 2017.07.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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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경의 시네 공간 ⑫] 『헤드윅, Hedwig And The Angry Inch』

‘한인경 시인의 시네 공간’은 남구의 예술영화관 ‘영화공간주안’과 한인경 시인의 협약하에 <인천in>에 리뷰하는 기획입니다. 한달에 1~2회씩 ‘영화공간주안’이 상영하는 예술영화의 예술적 가치 및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는 기회를 함께 나눕니다. 


She's Back

 
개 봉 : 2017.06.29. 재개봉. 2002.08.09개봉 (91분 /미국)
감 독 : 존 카메론 미첼
출 연 : 존 카메론 미첼, 마이클 피트, 미리암 쇼어
등 급 : 15세 관람가
장 르 : 드라마, 뮤지컬
 
 

출처 : 영화『헤드윅』
 
 
음악 그리고 영화라면 영화 ‘미션’에서 가브리엘 신부의 오보에 연주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브라질 밀림에서 사는 과라니족과의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오보에 선율은 그들의 날카로운 화살촉을 거두게 한다. 음악은 인류에게 공통 언어임을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이번엔 영화 음악이다. 2015년 쿠바의 70세 이상의 고령 뮤지션들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Chan Chan , 2016년 아카데미상을 휩쓸다시피 한 ‘라라 랜드’의 city of stars 등 잔잔한 감동을 주는 곡들이 아련하다. 최근엔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 ‘델타 보이스’, ‘노후 대책 없다’ 등 수준 높은 음악영화들이 이 여름 영화팬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뮤지컬 영화로는 ‘아가씨와 건달들’,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등이 지금까지도 주요 영화 목록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헤드윅’은 15년 만에 재개봉되는 작품으로 영화보다는 뮤지컬로 더 많이 알려진 작품이다.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뮤지컬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작품을 영화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조승우,오만석,박건형,이준석,김다현,송용진,엄기준,송창의,조정석..... 등 그동안 헤드윅을 거쳐간 대한민국에서 내노라하는 뮤지컬 배우들의 면면이다. 마치 뮤지컬 배우로서 거쳐야 할 필수 과정으로 그들에겐 도전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배역으로 생각된다.

 

출처 : 영화『헤드윅』
 
 
헤드윅
세상 살다 보면 나와 주변에서 예기치 못했던 일들, 상상치 못했던 일들과 마주하곤 한다. 다른 각도로 생각해보면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색깔로 사회를 구성하고 있음에 놀랍기도 하고 그래서 삶이 즐겁기도 하고 때로는 삶에 대하여 숙연해지고 진지해지기도 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 동독에서 살고 있던 헤드윅은 유소년 시절 아버지로부터 성추행을 당한다. 어려서부터 엄마 몰래 미국의 록 음악을 즐겨 들었던 한셀(헤드윅)은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하여 막연하지만 가수로서의 무대로 기대를 갖게 된다. 청년이 되어선 흑인 미군 장교와 사랑하게 된다. 그 미군은 결혼해서 미국으로 가자며 성전환 수술을 권한다. 그러나 그 수술은 1인치의 성기만 남긴 채 실패한다. 즉 남자라기도 여자라기도 애매한 성적 불균형을 지니게 된다. 그런 몸으로 미국에 왔지만 남편 미군은 그를 버렸으며 그 후 론 밴드를 조직해 활동 하게 된다. 그 무렵 갖게 된 모습이 미국 드라마 ‘미녀 삼총사’의 여배우 파라 포셋의 헤어 스타일을 본뜬 가발을 쓴 헤드윅. 그 이후부터 금발 가발을 쓰고 변두리를 전전하는 록밴드 가수로 생활한다. 그러면서 다시 사랑하게 된 사람이 16세 소년 토미. 헤드윅은 사랑하는 토미에게 음악을 가르쳐 주면서 성공한 가수로 키운다. 그러나 사랑했던 토미도 헤드윅의 성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면서 그를 떠나고 설상가상 헤드윅의 노래를 본인의 노래처럼 부르고 전국을 누비는 대형 로커가 된다. 헤드윅은 토미를 사랑하는 마음을 지닌 채 그의 공연을 뒤쫓으며 잃어버린 명성을 되찾으려 한다. 헤드윅은 지금까지의 자신의 분실된 시간을 짜 맞추어 정신적인 빈 공간에 수혈을 받고 싶어 한다. 토미를 잊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헤드윅에겐 다행스럽게도 영화 후반부에선 토미의 반성과 후회로 헤드윅은 위로를 받게 된다. 늘 자신의 반쪽을 찾기 위해 정신적 방황을 하던 헤드윅은 비로소 女裝을 벗어 던지고 자신의 본래의 모습을 찾게 된다. 자신의 방황을 끝내고 정신적 안정을 되찾은 헤드윅의 뒷모습이다.
 


출처 : 영화『헤드윅』
 
 
헤드윅
모두 14곡의 OST를 선보였다.
너무도 유명한 Origin of Love. 감독 미첼의 사랑에 대한 철학이 묻어있는 곡이며 헤드윅의 줄거리를 대변하는 곡이다. 헤드윅이 헤어진 짝을 찾아다니는 이유 즉, 플라톤의 ‘향연’의 아리스토파네스의 신화에 나오는 내용으로 태초에 인간이 반으로 나뉘게 된 이후 그 반쪽을 찾아 완전한 사랑을 이루게 된다는 내용이다. 헤드윅의 노래와 함께 애니메이션으로 인간 탄생의 기원을 화면에 보여 준다. 샤우팅 강하고 거친 팝 버전의 글램 록만 있는 것이 아니다. 친구 같은 곡, 발라드 느낌의 곡, 심야에 들어도 좋은 잔잔한 곡들도 있다. Wicked Little Town, Midnight Radio 다.  Wig In A Box는 파란만장한 여정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로커로 성공한다는 내용의 곡으로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정도의 흥겨운 멜로디가 주를 이룬다. 헤드윅의 대표곡으로 Angry Inch를 빼놓을 수 없겠다. 자신의 성전환 수술의 실패를 노래하고 있는 곡으로 앵그리 인치 밴드와 함께 하는 폭발적인 무대를 보여주는 곡이다. Tear Me Down, Sugar Daddy도 헤드윅 마니아들에겐 전 가사를 모두 암기할 정도로 사랑받고 있는 곡들이다.
 
 

출처 : 영화『헤드윅』
 
 
헤드윅
‘나를 만진 사람이 몇 명이었지’ 라면서 노래를 부르는 헤드윅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 성전환 수술을 감행하고 미국으로 갔는데 그 해에 베를린 장벽 무너지는 역사적 현실, 성 정체성에 대한 방황 등으로 자신을 찾고자 하는 몸부림의 음악 등 헤드윅의 파도 같은 일생을 만난다. 넘어지고 상처입고 울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이 처연할 정도다. 플래쉬백 기법으로 한 소년의 우울한 성장을 클로즈 업한다. 소년 한셀이 어떤 구체적 잘못을 해서 그에 대한 벌이 아니다. 소년 한셀이 어쩌다 보니 겪게 되는 인생 여정 중의 일부인 것이다.
감독이자 헤드윅으로 출연한 존 카메론 미첼이 실제로 커밍 아웃을 한 사람이고 드랙퀸, 진한 화장, 금발 등으로 퀴어 영화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순수 음악영화이고 성장영화이다. 헤드윅의 음악은 일부 성소수자들만이 부르는 분리된 노래가 아니다. 앵그리 인치 밴드가 에너지를 뿜어내는 1인치에 대한 가사는 모든 인간들에게 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음악을 수단으로, 잃어버린 또는 불안한 나를 바로 세우고 그리워하고 찾아가며 나를 완성시키고자 하는 수준 높은 성장영화다. 신이라는 존재에 대한 불확신, 자아, 부모, 연인, 음악에 대하여 끊임없이 갈구하고 매달리기도 거부하기도 하면서 사랑하고 느끼고 성장해가는 이 시대 모든 헤드윅에 대한 성장영화인 것이다.
 


출처 : 영화『헤드윅』
 

한국의 로커들.
지난날 신중현, 키보이스, 히식스 그리고 산울림, 김수철, 시나위, 백두산, 노브레인, 크라잉 넛 등 어렵지 않게 떠오르는 한국의 로커들이 있다. 이들이 노래한 뜨거운 울림은 이들의 삶에 대한 열정과 사랑에 대한 에너지의 다른 모습이었다. 록이든 글램 록이든 70년대를 풍요롭게 해줬던 록의 부활을 그려본다.
지금도 진행 중인 뮤지컬 헤드윅의 무대가 새삼 보고 싶다. 강하고 아름다운 그래서 더 각별한 마음이 쓰이는 ‘헤드윅’의 패러다임에서 삶의 열정을 되찾고 그래서 행복한 삶을 맞이하는 헤드윅을 그려본다.
 
<한인경/시인·인천in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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