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의 수많은 ‘청년 경찰’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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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의 수많은 ‘청년 경찰’들을 위하여
  • 김찬미
  • 승인 2017.08.14 0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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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김찬미 / 인성초교 교사



청년경찰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유쾌한 영화가 보고 싶어서 이 영화를 선택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는 유쾌함 뒤에 깊은 여운이 남았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청년의 모습, 그리고 앞으로 누군가 살아내야 할 청년의 모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영화였다.

 청년경찰은 경찰대에 입학한 두 청년의 이야기이다. 자신이 꿈꾸던 직업은 아니지만 그래도 졸업을 위해 한 걸음씩 때로는 힘겹게 달려가던 두 청년, 힘들게 훈련 받고 배우며 과연 우리가 경찰이 되어야하는 걸까 라며 고민하던 두 청년, 그러던 어느 날 휴가를 나가서 한 여학생의 납치현장을 목격한다. 어른들은 그만두라고 하지만 이들은 끝까지 집념을 가지고 사건을 해결해내는 내용이다. 
 
 너무나도 유쾌했지만 영화를 보며 찡한 순간들이 있었다. 첫 번째, 군 생활을 대체하는 경찰대의 훈련이 있었다. 그 훈련을 통과해야 경찰대 생활이 가능하다. 그리고 마지막 훈련은 1시간 안에 산을 뛰어갔다 내려와야 하는 훈련이었다. 이 때 희열(강하늘 분)이 훈련을 하던 중 다리를 다쳤고 다른 모든 동기들은 희열을 모른 척 하며 뛰어가지만 기준(박서준 분)은 희열를 업고 내려온다. 경찰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감수하고 어려운 이를 도왔다. 

 내가 슬펐던 부분은 희열을 모른척하며 뛰어내려오던 학우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교육현장이 결국 이런 학생들의 모습을 낳고 있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그렇게 자라나는가? 어려운 친구들 돕느라 내가 시험을 망치는 행동을 할 수 있는 학생들이 있을까? ‘나만 잘하면 돼’ 라는 의식은 우리나라 교육계에서 팽배하다. 어제까지 웃으며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경쟁해야한다. 더 좋은 고등학교에 가려면, 더 좋은 대학교에 가려면...
 다른 사람과 잘 협력해서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나의 능력으로 다른 사람을 이겨야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는 것이 우리 교육계의 현실이다. (물론 영화지만) 경찰이 되려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들이 어려운 친구를 모른 척 하고 싶었을까 그렇지 않다. 내가 먼저 살아야한다고 어른들이 그들을 먼저 가르쳤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가르쳐놓고 내가 먼저 살아야겠다고 힘든 이를 모른 척 하는 청년들을 비난할 수 없다. 교육제도가 바뀌어야하고 교육 현장이 먼저 바뀌어야한다.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장면은 납치된 여학생들에 대해 얘기하며 구해야한다고 눈물짓던 주인공의 모습이다. 교수님이 이제 그만해야한다고 더 이상 했다가는 퇴학조치가 내려질 수도 있다고 얘기하자 교수님께 너무 간절한 목소리로 구해야한다고 얘기하던 청년 경찰의 기준(박서준 분)의 모습이었다. 경찰대를 다니면서도 왜 경찰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회의를 가졌던 기준이었지만 범죄현장을 보고 기필코 아이들을 구해내야겠다는 신념을 가졌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인상 깊었다.

 교직에 몸담고 있는, 7년차 교사인 나에게 기준의 모습은 많은 것을 돌아보게 해주었다. 아이들의 미소를 보고 행복해하고 정말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다짐하던 나의 ‘청년교사’ 시절이 생각났다. 나의 20대 초반 청년의 시절은 어설펐지만 오히려 더 뜨거웠다. 학교에 실습을 가서 밤늦게까지 수업 준비를 했고 헤어지던 날,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담아 편지를 쓰고 선물을 준비했다. 아이들과 헤어지며 눈물짓기도 하고 빨리 교직에 서고 싶다고 다짐했었다. 그때의 나를 다시 만나고 싶다. 그 때의 나 같은 ‘청년교사’들을 만난다면 더 많이 배우고 싶다. 그 순수한 열정을.

 지금도 많은 ‘청년경찰’ 들이 살고 있다. 그들은 연륜은 없을지라도 열정적이고 순수하다. 기존의 경찰들이 한 달 후에 시작하겠다고 하는 일을 그들은 당장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현실은 그런 ‘청년경찰’에게 경찰이 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고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청년 경찰은 모든 꿈을 꾸고 있는 청년들을 의미한다.) 그렇게 많은 ‘청년 경찰’들이 꿈을 포기하고 열정을 잃어버리고 있다. 취업난, 비정규직, 열심히 공부하고 배워도 취업의 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대학이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를 하고 회사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스펙을 쌓는다. 청년들이 ‘내’가 원하는 사람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들이 꿈꿀 수 있도록 다시 달릴 수 있도록 많은 길들이 열려졌으면 좋겠다. 단순히 취업의 문이 넓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더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들이 생겼으면 좋겠다.

 청년경찰, 이 영화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회자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청년들이 마음껏 고민하고 도전해도 괜찮은 우리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결국 청년이 우리나라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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