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의 여유로움으로 아름다운 삶의 지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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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의 여유로움으로 아름다운 삶의 지평을”
  • 한인경
  • 승인 2017.08.1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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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경의 시네 공간 ⑬ ] 다시 주목하는 영화 - 빅 피쉬, Big Fish

<한인경의 시네 공간>은 이달부터 ‘다시 주목하는 영화’라는 주제로 영화 이야기를 연재한다. 영화는 일상의 피로를 풀어 주는 청량제이기도 하지만 사회인문학적으로 인간의 존재 이유와 그 밖의 다양한 존재의 진실에 대하여 사유하게 해준다. 영화 속 많은 삶의 양상을 공감할 수 있으며 감독과 배우들의 천착(穿鑿)한 철학적 외침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영원한 테마가 되기도 한다. 제한된 물리적 크기의 스크린이지만 우리는 무한대의 자유로운 공간을 만난다. 그 속에서 독특한 재미를 느끼고 힐링하고 비상한다.





“잠시 쉼표가 필요한 당신에게”

다시 주목하는 영화 『빅 피쉬, Big Fish』

개 봉 : 2014. 03.05. 개봉. (125분 /미국)
감 독 : 팀 버튼
출 연 : 이완 맥그리거, 알버트 피니, 헬레나 본햄 카터, 빌리 크루덥, 마리옹 꼬띠아르,
대니 드비토
각 본 : 존 어거스트(각본), 다니엘 월리스(원작)
등 급 : 12세 관람가
장 르 : 드라마, 판타지, 코미디



출처 : 영화『빅 피쉬』


첫 번째 영화로 팀 버튼 감독의 『빅 피쉬』를 선정했다.
가족과 함께 관람하며 각자 나름대로 어릴 적 머리맡에서 들었던 동화 감성에 빠져들게 되며 팀 버튼 감독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독특한 상상력과 몽환적 영상미는 첫 번째 영화로 선정함에 주저함이 없었다. 이야기가 인생이 된 영화 『빅 피쉬』이다.

이 영화는 병세가 심해진 아버지와 그의 아들. 평소 이야기와 모험을 즐겼던 아버지와 성인이 되어가면서 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피로감이 쌓이고 아버지를 이해 못 하는 아들. 두 사람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랑과 용서에 관한 이야기로 사실과 지어낸 부분과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신비한 이야기가 누에고치에서 실 나오듯 이어진다.
끝 부분 아들 윌이 이어가는 아버지의 마지막 이야기는 이 영화의 백미라 생각한다.

팀 버튼(1958, 미국) 감독에 대하여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애드거 앨런 포우의 소설을 좋아했던 팀 버튼은 디즈니사의 성격과 잘 맞지는 않았지만, 디즈니사에서 설립한 칼 아츠에서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포우의 소설 검은 고양이를 생각하면 팀 버튼의 어둡고 기괴한 분위기가 다소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2005년의 ‘유령 신부’, 작년에 개봉한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집 아이들’까지 다소 기괴하고 음울한 분위기의 영화를 고집한다.배트맨(1989)의엄청난 성공, 애잔하면서도 아름다운 가위손(1990),배트맨 2(1992), 가위손에 이어 팀 버튼과 다시 손잡은 조니 뎁 주연의 에드 우드(1994)에 걸쳐 판타지 영화감독으로서의 입지를 다졌으며 흥행 면에서도 성공을 거두는 바야흐로 대감독의 대열에 서게 된다.


우리는 서로를 잘 아는 이방인 같았다

영화『빅 피쉬』는 아들(빌리 크루덥, 윌 블룸 역)이 아버지의 인생을 아버지 방식으로 즉, 사실과 거짓의 구분이 애매한 모험 판타지 이야기를 전개해 간다. 과거 아버지의 인생 모험담과 현재의 병상에 누워 있는 아버지와 가족들 간의 갈등, 화해의 과정이 펼쳐진다.
아버지(알버트 피니, 노년의 애드워드 블룸 역)는 병상에 누워서도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이어 간다. 아버지의 한평생을 믿어지지 않는 모험담으로 이어나가는 것과는 달리 아들의 직업은 사실에 근거한 냉철한 판단과 이성이 요구되는 기자다.



출처 : 영화『빅 피쉬』


그럼 지금부터 애드워드 블룸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자.
어린 시절의 애드는 마녀의 유리 눈을 통해 자신의 죽는 순간을 보았다. 몸의 성장 속도가 빨라 근육과 뼈들이 못 쫓아가는 병으로 3년간 침대에 몸을 묶인 채 생활한다. 백과사전만 보면서 생활하던 중 금붕어들이 작은 그릇에 놓이면 계속 작은 상태지만 더 많은 공간을 주면 두 배, 세 배로 더 자랄 것이라는 기막힌 생각에 도달한다. 젊어서부터(이완 맥그리거 粉, 젊은 시절의 애드워드 블룸 역) 모험심과 영특했던 애드는 미식축구, 조경회사 설립, 농구, 과학 박람회 우승 등 승승장구 거칠 것이 없다. 어느 날 마을에 나타나 가축을 해치는 집채만 한 거인과 더 큰 세상을 만나기 위해 마을을 떠나게 된다. 파노라마 같은 또 다른 판타지 모험이 이어진다. 신발을 신지 않고 생활하는 지상 낙원 같은 마을, 이 마을에서 만난 8살 소녀 지니는 애드를 미래의 배우자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길을 떠나면서 서커스단에서 만난 늑대인간 단장(대니 드비토 粉), 우연히 첫눈에 반한 여인 산드라(알리슨 로먼, 젊은 산드라 블룸)와 결혼에 성공한다.
영화 『빅 피쉬』에서 명장면으로 종종 뽑히는 장면이 여기서 나온다. 애드가 산드라가 좋아한다는 수선화 1만 송이를 심어 놓고 청혼을 하는 장면이다. 실제 촬영할 때 인근 주에서 수선화를 공수해와 직접 심었다고 한다. 팀 버튼 감독은 그 외의 까다로운 장면에서도 블루 스크린이나 CG 처리를 하지 않고 직접 촬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징집 통지서를 받고 빨리 제대하기 위해 위험한 작전에 자원, 침투하면서 만난 샴쌍둥이 자매, 전사자로 통보까지 받았지만 애드는 무사히 아내 산드라 옆으로 오게 된다. 어느 날 우연히 처하게 된 은행털이 사건, 그 은행 털이범이 지상 낙원 마을에서 만난 시인이었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은행은 파산한 은행으로 오히려 직원이 비밀로 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출처 : 영화『빅 피쉬』



내가 태어나서 나 자신 아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걸 네가 볼 수 없었다면 그건 네 잘못이지 내 잘못이 아니야.

위의 이야기가 모두가 거짓인가 아니면 일부는 사실인지 영화는 마지막까지 정리하지 않는다. 아들 윌은 아버지 병상에서 빙산을 예를 들면서 아버지에 대해 10%밖에 모르겠다고 한다. 아버지의 본래 모습은 무엇이냐는 아들에게 한 번도 자신이 아닌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때론 초라한 진실보다 환상적인 거짓이 더 나을 수 있다.
더군다나 그것이 사랑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천 번도 더 들었을 것 같은 이야기, 태어난 날 아버지는 반지를 물고 간 거대 물고기를 잡으러 갔다는 그 이야기에 숨겨있는 진실이 있다. 다름 아닌 생계로 출장을 가서 출산 당일 병원에 못 갔고 그때 함께 못 했던 미안함에 아버지는 평소의 그답게 재미있게 이야기를 만든 것이다. 그 당시는 분만실까지 동행할 수 없던 시절이라 옆에 계셨어도 달라질 것 없었을 거란 주치의 말에 윌은 깊은 생각에 빠진다. 아버지의 작업실을 정리하던 중 발견되는 아버지 이야기의 진실이 속속 드러난다. 아들 윌은 몇 가지 서류를 근거로 아버지의 이야기를 더듬어 찾아간다. 마녀 이야기의 마녀도 사실은 지상 낙원 같았던 마을이 쇠퇴하면서 흉물스럽게 변한 마을을 끝까지 지켰던 지니. 젊은 애드가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믿고 떠나지 않았던 지니를 마을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했던 것. 윌은 아버지의 지난 궤적을 쫓으며 모든 이야기에 연결 고리가 있음에 놀라며 거짓으로만 생각했던 아버지의 이야기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일상 중에 수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간간이 찾아온 휴식은 그야말로 달콤하다. 자유로운 상상과 미래를 그려보는 시간은 재충전할 수 있는 공간을 주며 활력을 얻고 창조적 발견에 동기가 된다. 또한, 소망하는 대로 현실에서 이루어지길 원하지만, 결과는 이루어질 수도 있고 때론 다른 방향으로 달리기도 한다.
아버지 애드는 바보들만이 현실을 외면한 채 돌진하며 사실은 자신이 언제나 그런 바보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즐기고 모험을 좋아하는 적극적인 성격이었다. 아버지 일생 빅 피쉬를 시작으로 진행된 이야기는 결국엔 아버지 자신이 이야기가 되었고 아버지는 그 이야기를 통해서 죽지 않고 영원히 살게 된 것이다. 아버지의 진실을 알게 되면서 아들 윌과의 훈훈한 화해와 더불어 인생의 낭만까지 더해주는 순간을 볼 수 있다. 아버지의 병상을 지키며 밤을 새우던 중 아버지의 마지막 부탁을 듣는다. 내가 어떻게 죽는지 말해 달라는 힘겨운 목소리, 반사적으로 나온 윌의 대답은 ‘그 유리눈에서요?’였다. 어린 시절 마녀의 유리 눈에 비친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윌의 어쩌면 자연스러운 대답이었다. 부전자전(父傳子傳)이랄까 죽음이 임박한 아버지께 아들 윌은 아버지의 일생의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이야기를 아버지께 들려드린다.



출처 : 영화『빅 피쉬』



거짓과 진실과의 경계, 옳은 것과 그른 것의 경계

애드의 이야기는 팀 버튼이라는 감독과 이완 맥그리거라는 명배우에 의해 과장되고 다소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뜨거운 감동을 주고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당사자의 인생을 좌우했다면 단순하게 거짓된 이야기일 뿐이라고 폄훼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버지는 위독한 가운데서도 치료제를 찾고 고통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 갈증이 난다는 말을 한다. 심지어 본인이 마치 물고기 빅 피쉬인 양 욕조에 잠수하기도 한다.

거짓도 진실이 되는 애드의 모험담과 그의 아들이 완성하는 아버지의 인생 이야기이다.
아직 『빅 피쉬』를 못 보신 분들은 윌이 이어가는 아버지의 마지막 이야기를 꼭 보시기를 추천한다.

살면서 가끔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진실이 무엇일까 또는 과연 진실이란 것이 있을까, 옳고 그름은 상대적인 것인가? 그것은 누가 판단하는가? 판단하는 사람이 나와 같은 생각이라면 바른 판단이라 할 수 있는 것인가? 또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 판단한다면 그것은 바른 판단인가? 그렇다면 다른 판단자가 나타날 때까지 손 놓고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 애매한 진실 속에서 우리 일상은 오늘도 선택의 연속이다.

딱딱하고 좁은 논리보다는 무한한 상상력과 지루하지 않은 비유적인 삶은 어떨까? 직선이란 선을 긋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겐 피곤한 내용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곡선의 여유로움으로 포착된 세상은 달리 보일 것이다.

한인경/시인·인천in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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