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폐기물과 인천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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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폐기물과 인천의 미래
  • 장정구
  • 승인 2017.08.2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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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영종도 준설토투기장>
 

‘재활용폐기물이 오염되었지만 지목(地目)이 없기 때문에 행정처분할 수 없다’

영종도 준설토투기장 배면토사(背面土沙)로 사용된 재활용폐기물에 대해 환경부가 내린 결론이다. 준설토투기장 공사현장이 지목이 없는 갯벌이기 때문에 법에 따라 오염정화 등의 행정명령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지목(地目)은 토지의 주된 용도에 따라 토지의 종류를 구분하여 지적공부(地籍公簿)에 등록한 것을 의미한다. ‘다만, 향후 사업완료 후 지목이 등록되면 오염토양정화 등이 필연적이므로 등록 예정지목에 따라 정밀조사나 정화조치를 권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첨언했지만 궁색하기가 이를 데 없는 유권해석이다

‘인천은 땅을 파기만 하면 폐기물이 나오고 오염되었다’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알지만 대부분이 외면하는 사실이다. 특히 갯벌을 매립한 곳에서는 어김없이 쓰레기가 나온다.
최근에는 인천항만공사 소유의 항만배후부지가 문제다. 제2경인고속도로 종점, 용현갯골수로 건너편 부지에서 4년 전 유류오염이 공식 확인되었지만 오염 원인자가 누구인지, 정화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따지다보니 오염 정화는 아직이다. 그런데 이곳에는 폐기물도 상당량이 묻혀 있다.

1970년대 매립되기 전 이곳은 갯벌이었다. 유류오염이야 토지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폐기물은 부지조성 즉 갯벌매립 과정에서 함께 묻혔을 가능성이 크다. 매립토도 부족하고 쓰레기를 버릴 곳도 필요하고, 매립 당시 일석이조라고 자화자찬했을 지도 모른다. 국제수산물수출물류센터로 개발 예정이지만 토양오염과 매립폐기물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매립 당시 매립토에 대한 기록을 찾을 길이 없어 함께 조성된 주변지역에 대한 전체 토양, 폐기물 조사가 불가피하다. 그렇지 않으면 항만배후부지를 다른 용도로 개발할 때마다 매립폐기물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2003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어 국제도시로 개발 중인 청라는 비위생매립지였다. 비위생매립지는 폐기물관리법이 시행되기 전 침출수 차단시설 등 기반시설이나 분리선별 등 별다른 기준없이 쓰레기를 ‘그냥’ 묻은 곳이다. 청라를 개발하면서 폐기물 문제로 적지 않은 사회적 갈등을 겪었다. 건물, 도로 등 터파기한 곳을 제외하면서 언제든 다시 폐기물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송도테마파크사업 환경영향평가가 곧 진행된다. 송도테마파크 예정부지도 과거 비위생매립지였다. 3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그 쓰레기는 폐기물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그곳에 묻혀있다. 2008년 대우자동차판매(주)가 작성했던 환경영향평가서에는 단 3곳에서만 토양시료를 채취하여 분석한 후 ‘토양 문제없다’고 밝혔다. 인천에 이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생활쓰레기만 묻은 것이 아니라 산업폐기물, 의료폐기물 등 지정폐기물이라 해서 인체에 유해한 폐기물도 묻혔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턱없이 부족한 시료, 엉뚱한 조사 위치 등 부실한 조사로는 사회적인 갈등만을 가중시킬 뿐이다. 또 이곳은 침출수가 어디로 얼마 만큼 유출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전 지역이 갯벌이었던 청라와 달리 송도테마파크부지의 북쪽은 예전부터 육지였다. 토양오염뿐 아니라 침출수 유출에 의한 지하수 오염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관련법에 따라 매립폐기물을 전량 처리하고 주변지역 토양과 지하수 오염, 침출수 확산에 대해 정밀조사하고 정화해야 한다. 천문학적인 처리비용이 예상되지만 어쩔 수 없다. 매립 당시 매립토와 폐기물에 대한 기록을 제대로 남기지 않고 ‘그냥’ 묻어버리기에 급급했던 대가인 셈이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 폐기물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언젠가 누군가는 그 대가를 분명히 지불해야 한다.

인천 서구의 수도권쓰레기매립지는 세계 최대의 쓰레기매립지이다. 수도권쓰레기매립지는 그나마 기반 조성 후 분리선별해서 쓰레기 버리고 매립토 덮고 시루떡처럼 매립하고 있다. 비위생매립지만큼은 아니지만 침출수는 여전히 고민거리이고 악취도 완전히 제거된다고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뿐이 아니다. 주변에는 쓰레기매립지 관련한 사업장이 빼곡하다. 이 중에는 부지 매매 후 매립된 산업폐기물에 대한 책임공방이 벌어지는 곳도 있다. 법적 공방이야 언젠가는 마무리되겠지만 숙제는 여전히 남는다.

쓰레기매립이 종료되기도 전 벌써부터 수도권쓰레기매립지에 대한 개발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테마파크를 조성하자! 경제자유구역을 지정하자! 신재생에너지단지를 만들자! 그런데 과연 매립폐기물은 어찌할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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