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절대평가제를 왜 두려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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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절대평가제를 왜 두려워할까?
  • 이혜정
  • 승인 2017.08.2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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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이혜정 / 청소년창의문화공동체 '미루' 대표

 - 교육개혁은 아이들의 세상 만드는 키워드


경험적 진실이 있다. ‘가난한 집 아이들이 착하기도 착하고 공부도 잘해.’ 하지만 이러한 경험적 진실은 벌써 옛날 사람들의 개그로 치부되고 있다. 2016년 서울대 입학생 73.73%가 소득분위 9.10분위의 고소득자의 자녀들인 현실에서(EBS 서울대 입학생 출신배경 조사) 아직도 이런 구시대의 유물이 된 경험적 진실을 부여잡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교육개혁에 제동을 거는 분들이 있다.
 
교육개혁 논란의 핵은 고교학점제와 수능절대평가제로 요약될 수 있다. 우리나라 교육개혁의 성패는 결국 대입입시제도와 결부되어 있으니 먼저 수능절대평가제부터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수능절대평가제는 입시피로를 줄이고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다양한 시도와 활동을 가능하게 하고 사교육의 폐해를 막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반대편에서는 성적순이야말로 서민에게 가장 평등한 입시제도이며 수능이 절대평가제도로 바뀌면 내신을 위한 사교육이 또 기승을 벌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정치인은 "절대평가를 하면 실력으로 99점을 받은 서민 자제가 91점짜리에 밀려 떨어지는 불합리함이 나타난다. 옳지 않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우선 서민 자제가 99점을 받는 것 자체가 가능한 세상인가라고 묻고 싶다. 서울대 입학생의 다수가 서울지역, 특목고, 최상위소득분위 계층 출신이 대부분이라는 현재의 팩트가 왜 이분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걸까?
 
학생들의 성적은 부모의 경제력에 정비례하고 대다수의 학생들은 상위권 학생들을 빛내주는 강력한 조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런 줄서기를 위해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신의 삶과 노후를 포기한 채 사교육 시장의 돈줄로 살아가고 있다. 학생들은 부모를 사채업자로 느끼며 부모의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며 자살을 해법으로 찾기도 하고 학원과 학교를 오가는 고단한 삶 속에서 정작 자신의 삶에 대해 꿈꿀 여유도 자긍심도 없이 살아가도 있다.
 
수능절대평가제가 실시된다면 학생들은 정글과 같은 경쟁의 압박에서 벗어나고 자신의 박자와 자신의 호흡대로 입시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유치원부터 대학을 위해 일직선으로 달려온 이 땅의 아이들의 삶이 달라지는 것이다. 아이들은 기초적인 학습을 하면서 자신의 좋아하는 것과 자신의 가고 싶은 길을 고민하고 충분히 경험하고 친구들과 꿈과 진로를 탐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좀 더 평등하게 열려진 가능성 속에서 자신만의 열정과 준비로 대학 입시를 치룰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변별력이 사라질 것이다. 그 변별력이 살아지는 순간 지금까지 공고했던 대학 서열의 철옹성이 조금씩 흔들리고 깨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수능절대평가제를 반대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이 제도가 정착이 되면 결국 대학입시 역시 평준화될 것이고 서열화된 대학구조에서 누리던 사회적 편익도 사라질 것이 때문이다.
 
한편 또 하나의 반대 이유인 내신경쟁이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내려놓아도 될 것이다. 바로 짝궁 정책이 고교학점제이다. 고교 학점제란 대학 수업처럼 학생이 강의실을 다니며 원하는 수업을 직접 선택해 듣고 학점과 졸업을 연계하는 제도로 핀란드를 비롯한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제도이다. 고등학교에서 필수교과를 최소화하는 대신 선택과목을 확대하고 학생들에게 교과 선택권을 부여해 원하는 강좌를 신청하고 이를 학점으로 인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과도한 성적 경쟁과 입시에 대한 부담을 덜고 진로와 적성에 따라 학습하는 새로운 모델이다. 고교 학점제는 무엇보다 자신이 배우고 싶은 과목을 배울 수 있고 교사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교과목을 자율적으로 개설할 수 있어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참여 동기를 높여주고 연구하는 교사, 자기가 원하는 학습을 하는 학생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할 수 있는 모델이다.
 
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된다면 19세기형 국가주도의 획일적 교육제도를 일소하고 창의적인 인재, 지능정보사회에서 요구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자율성과 다양성이 확보되는 교육제도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 제도는 필연적으로 고교내신 성취형가제(내신 절대평가제)를 충분조건으로 요구한다. 개설 과목마다 수강 학생이 다르기 때문에 상대평가제로 하면 결국 성적 따기 쉬운 과목으로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성취도에 따른 내신평가를 전제로 한다. 이런 수업방식에서 사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보라. 선생님마다 가르치는 내용이 다르고 시험 문제가 다른 상황에서 사교육의 효용이 생길 수가 없다. 무엇보다 새로운 방식의 토론 수업과 새로운 방식의 사고체계로 구성되는 수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물론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준비가 부족하다. 그렇다 비용은 들 것이다. 하지만 사교육비용만큼이나 들 것인가? 정형화된 문제에 정형화된 답을 찾는 현재의 사교육으로 뿌리부터 잘리는 창의성을 싹을 어디서 되돌려 받을 것인가? 물론 공교육체계에 준비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선생님들이 가장 싫어하는 교육 방식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선생님들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지역의 다양한 인재들을 잘 결합하여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 볼만하다고 확신한다.
 
개인적으로 가방끈이 긴 사람은 아니지만 가방을 오래 들고 다니긴 했다. 그간 만난 선생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이 있다. 그 선생님의 수업은 늘 새롭고, 여느 수업에 없는 특별한 것이 있었다. 바로 집에서 시험보기였다. 서술형 시험인데 집에서 주어진 문제에 대한 답안을 제출하는 방식이었다. 선생님이 제출한 문제는 검색에서도 잘 잡히지 않았다. 선생님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이론적 검토를 통해 자신만의 견해를 제출하는 것이었다. 그 시험이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나만의 생각의 지도를 그려가는 시간이었고 그간의 공부를 온전히 총화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이런 문제를 내기 위해 선생님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창의적인 선생님, 연구하는 선생님, 생각의 자유로운 학생. 이것이 우리 교육이 가야할 방향이며 고교학점제는 그 시작일 뿐이다. 4차혁명의 시대는 학교교육 현장에서 준비되어야 한다. 자율성과 다양성이 살아있어야 창의성이 가능하다. 우리 교육에 자율성과 다양성을 불어넣을 고교학점제와 내신성취평가제, 그리고 입시제도의 평등성과 공공성을 강화할 수능 절대평가제, 국민의 마음을 모아가야 하지만 막연히 늦추어서는 안 된다. 국민 모두가 교육전문가인 대한민국, 이번에는 정말 아이들을 위해 고민해야 할 순간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의 행복이다. 오늘이 행복한 아이들이 내일을 꿈꾸고 미래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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