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속에서. .. 너의 목소리가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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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속에서. .. 너의 목소리가 들려
  • 강영희 시민기자
  • 승인 2017.09.22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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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공간_듬' 최바람 작가의 설치미술 <안개>에 다녀와서




전시장 <듬>에 들어오는 빛을 놓칠세라 땀을 뻘뻘 흘리며 서둘렀다. 전시장 가까이 있는 작업실 <꿈에 들어와>에는 들러보지도 않고 전시장부터 둘러봤다.

전시장 검은 천정에서 누에고치의 실을 뽑듯 뽑아낸 줄 끝에 수 많은 나무조각들이 작은 바람에 흔들렸다. 벽의 1/4 정도를 채운 철판은 거울처럼 전시물과 거기에 들어선 사람들을 비추지만 움직이는 내 시선으로 인해 멀미가 날 것 같이 어지러웠다. 

검은 천정과 반구형 나무조각은 '우주를 떠도는 운석' 같기도 하고, 얼마 전 힐끗 보았던 뤽베송 감독의 <발레리안 : 천 개의 행성의 도시>의 모습을 문득 떠올리게도 했다. 

그 나무조각들 아래에는 크기 않은 전시장을 더욱 좁다고 생각하게 하는 둥근 나무탁자가 넓직이 자리잡았다. 한 귀퉁이에는 밥솥이 공중에 달린 판 위에 있었고, 그 아래 파란 의자가 있었다.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가 전시를 한다는 것만 알지 아무것도 사전 정보 없이 달려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단 한 조각의 바깥 빛이 들어선 전시공간을 한 바퀴 돌고, 아래 위로 사방팔방으로 그 설치물들을 기웃거렸다. 그렇게 볼 때마나 일그러진 철판에 일렁이는 내 반영으로 어지러웠다. 그럴때면 검은 천정위를 올려다 봤다. 나무조각은 거칠게 깍여 있었다.   


 


<꿈에 들어와>라는 그의 작업실은 잠겨 있었다. 노크를 했고, 문이 열렸다.  밥을 먹었냐 묻는다. 그냥 맥주나 한 잔... 그렇게 말했는데 밥을 먹어야 한단다. 안먹어도 되는데? 했더니 자신이 밥과 반찬을 차려 함께 먹는 것이 전시의 일부란다. 그제서야 밥을 먹고 오지 말라고, 자신이 해준다고 한 말을 기억했다. 

전을 부치고, 미역국, 생채와 오징어채무침, 김치를 차려낸다. 테이블에 있는 브로콜리를 초고추장에 찍어먹으며 김빠진 맥주 대신 와인을 마시고 있었는데 다 들고 전시장으로 갔다.

그 넓은 나무탁자는 밥상이 되었고, 공중에 매달린 밥솥을 꺼내 밥을 담았다. 몸을 낮춰 앉으니 일그러진 내 모습이 보였지만 울렁임은 없었다. "이게 뭐야? 밥먹다 토하겠다." 했더니 거울이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남은 와인을 다 마신후에 다시 작업실로 돌아왔다.





전시의 시작은 2015년 5월 어느 봄의 꿈. 작가의 작업실에서 유화를 그렸고,  그 그림을 전기 밥솥 위에 올려뒀고, 고장난 줄 알았던 밥솥에 밥이 잘 익었다는 것을 다른 사람 둘이 서로 확인했다. 

꿈에서도 작업을 하는 작가의 강박이 느껴졌다. 끊임없이 꿈 속을 유영하고 있는 한 사람을 느꼈다.  

전시공간을 채운 깍아낸 나무들은 제각각이었다. 깎인 나무를 자세히 보니 색깔도 재질도 깍아진 모양이나 깍는 도구도 달랐다. 500여개가 좀 안되는 나무조각의 2/3 정도는 이미 대학교때 작업실에서 말도 안되는 도구들로 마구 깍아둔 것이라고 했다. 2015년 꿈을 꾸고 다시 깍기 시작한 게 나머지 1/3 이라고 한다. 그것이 20여년 후 그의 꿈에 들어와 지금의 시간 위에 놓여졌다.

그렇게 설치 전시를 보고, 바람과 함께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눴다.

삶에 던져진 이야기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작가들의 전시는 때로는 난감할 수도 있겠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설명을 들어도 뭔소린지 모를 수도 있겠다. 어쩌면 그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잠시 그렇게 한낯의 더위를 씻어주는 한 줄기 바람에 마음을 열고 나누는 술 한잔 밥 한끼 같은 공감과 공유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다행일 뿐이란 생각도 든다.


우연히 들어선 골목길에서 만난 공간에 이야기들에 눈길을 담고, 마음을 걸업고, 소리를 듣고 만나볼 뿐이다. 결국 그런 것들을 통해 나 스스로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배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작가들이 건네는 화두에 나를 담아볼 뿐이다.

당신은 그 갤러리에서 어떤 목소리를 듣게 될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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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안개
작가: 최바람
기간: 2017.9.9.-9.30
open: 1-9pm(월요일 쉼)
 http://www.incheonin.com/2014/board/view.php?code=web_paper&cat=&sq=16489&page=1&s_fld=&s_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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