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1살이 되었다. 얼마 전 결혼 후, 4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아 맛있는 곳에서 식사를 하며 많은 추억들이 스쳐갔다. 예전 같았으면 결혼하기에 늦은 나이인 27살, 요즘엔 결혼하기에 빠른 나이인 27살에 결혼을 했다. 예쁜 딸 둘과 가정적인 남편이 있어서 4년 동안 큰 어려움 없이 잘 살았다. 내 주변엔 아직 결혼을 안 한 친구들이 많다. 그리고 제목처럼 “결혼을 꼭 해야하나요?”라고 질문하는 청년들도 많다. 오늘은 그 질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아직 취업을 하지 못한 한 남자 후배에게 여자 후배를 소개시켜주려고 했다. 여자후배는 괜찮다고 했으나 남자 후배가 거절을 했다. 그 이유는 취업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후배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 남편도 예전 이야기를 했다. 취업이 안돼서 정말 적은 용돈으로 살았던 적이 있는데 미안해서 돈 달라고도 못하고 하고 싶은 것은 아무것도 못하고 다 포기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 후배의 마음이 너무나도 이해가 된다고 했다. 그리고 그 후배는 이렇게 힘들게 취직하고 돈을 벌어서 가족에게 다 써야하는 희생을 하고 싶지 않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에 만난 친구들은 직업이 있고 남자친구도 있는 여자친구들이었다. 대화 중 결혼 이야기가 나오자 친구들은 아직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경제적으로도 자유로운데 결혼을 하게 되면 포기해야하는 것들이 많아서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했다.
사실 결혼을 하면 포기해야하는 것도 많다. 나만의 시간이 아니라 이제 가족을 생각해야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가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해야한다. 육아는 또 어떤가, 쉽게 얘기하지만 아직도 난 일하는 것보다 육아가 더 힘들다. 아이에게 전적으로 나의 시간을 맡겨야 한다. 내 컨디션과 상관없이 아이에게 맞춰야하는 것이 정말 힘든 일이다. 나를 키우신 부모님들에 대한 존경이 절로 나올 정도로...
내가 취직이 안됐는데 연애를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 이해한다. 오히려 그 것이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일수도 있다.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한다는 것이 지금 누리는 자유보다 훨씬 힘들다는 것도 아는 친구들의 마음이 이해가 가서 어떤 말을 해주어야할지 그 때는 몰랐다. 그리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았다. 친구들이 만약 다음에 나에게 “결혼을 꼭 해야할까?” 라고 물어본다면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았을 때 포기 한 것만큼 얻은 것에 대해서 말해주고 싶었다.
항상 혼자 있는 시간을 외로워했던 나에게 결혼이란 ‘심심하고’ ‘외롭지’ 않게 해주는 것이였다. 그렇다고 내가 혼자만의 시간을 못 즐긴 것은 절대 아니었다. 혼자 일주일동안 부산, 경주, 대구를 돌며 즐겁게 여행을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결혼을 하고는 혼자 빈 방에서 외로울 시간이 없었다. 항상 하루에 있었던 일을 소소하게 대화 나누는 것이 좋았다. 함께 맛있는 것을 차려먹고 집안일도 나눠하는 것이 좋았다. ‘우리의 집’을 함께 꾸며가는 것도 행복했다.
무엇보다 나에게 가장 경이로웠던 순간은 첫째 딸이 태어났던 순간이었다. 임신 기간 내내 입덧으로 너무나 고생하고 워낙 육아가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오히려 더 기대를 하지 않았던 나에게 아기가 태어난 순간은 인생 최고의 행복을 경험했던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도 이 아이가 있다는 것만으로, 이 아이가 내 아이라는 것만으로 늘 행복하고 벅찼던 것 같다.
남편과 아이를 데리고 롯데월드를 간 적이 있다. 롯데월드에 가서 우리는 놀이기구를 거의 못타고 아이에게 놀이기구를 태워주었다. 우리 부부는 “이럴 줄 알았으면 아기 낳기 전에 놀이기구 많이 탈 걸 그랬다고” 서로에게 얘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아이를 보는데 행복해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 그 곳에 아기를 데리고 오는 모든 부모의 표정이 비슷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참 힘든 사람이었다. 그런데 주말 아침, 아이들이 일찍 일어나면 나도 일찍 일어나서 아이에게 밥을 해준다. 내가 한 밥을 맛있게 먹는 아이들을 보면 그렇게 보람되고 행복할 수 없다. 그러면서 조금씩 우리 부모님도 이러셨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린 나이의 아이를 가진 엄마는 가장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고 한다. 대신에 행복감도 높게 느낀다고 한다. 새로운 세계의 행복을 느끼며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을 생각하는 것, 그리고 내 아이들을 보며 기뻐하시는 부모님을 보며 하나의 가족을 이룬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찬 일이다.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와 행복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국가이다. 저출산 국가를 넘어선 초저출산 국가에 도입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출산율’이 문제가 아니라 청년들이 가정을 이루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취직이 되어야 하고 부부가 함께 살아야할 집이 준비되는 데도 너무나도 힘든 현실이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는 3포세대라는 말도 오죽하면 이런 말들이 나왔을까 싶다. 결혼에 대한 긴 글을 썼지만 글을 마무리하며 문득 “결혼을 꼭 해야하나요?”의 답은 내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답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