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플라스틱 넘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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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 플라스틱 넘치는 바다
  • 박병상
  • 승인 2017.10.19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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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
 

가을 하늘이 청아하다. 파란 하늘에 도드라지는 구름, 그리고 그 구름과 잘 어우러지는 노을이 아름다운 계절이 돌아왔다. 강원도에서 시작된 단풍은 하루 25킬로미터 속도로 남하한다니 이맘때 산하의 풍경은 한 장의 엽서 사진이리라


도시를 아름답게 수놓는 가을 풍경이 딱히 무엇일까? 떠올리기 어려운데 시골은 초가지붕 위에 탐스럽게 익어가는 박이 아닐까? 그리 멀지 않은 예전, 추수를 마친 농촌은 박 속을 드러내고 부엌에서 요긴하게 쓸 바가지 만들기 여념이 없지 않았을까? 하지만 연한 초록빛의 박은 흰 구름이 두둥실 뜬 파란 하늘 아래의 초가지붕에 어울린다. 초가지붕이 사라진 요즘 시골에 박은 열리지 않는다. 플라스틱이 바가지의 효용을 대체한지 오래다.


여름철 그늘에 받아 둔 물을 끼얹으며 등목을 하던 시절, 둥둥 띄어놓은 바가지가 참 유용했는데 걸핏하면 깨지는 흠이 있었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굵은 바늘로 꿰맸고, 듬성듬성 꿰맨 바가지가 집집마다 눈에 띄었지만 플라스틱 바가지는 그런 성가신 일은 시원하게 사라지게 했다. 사시사철 수온 조절되는 사워기가 보급된 요즘, 청소년들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일 텐데, 그 사이 우리 자연은 돌이키기 어려운 재앙에 빠졌다.


지난해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에서 경남 거제와 마산시 일원의 양식장과 그 주변 해역의 굴과 담치 갯지렁이를 분석한 결과, 조사 대상의 97%의 몸에 미세 플라스틱이 관찰되었다고 언론이 보도했다. 남해안에 분포하는 어패류에서 예외가 없다는 뜻인데, 한 개체에서 61개의 입자가 검출된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양식장 시설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티로폼을 큰 원인으로 주목한 언론은 미세 플라스틱이 담긴 수조에 플랑크톤을 넣자 생존과 성장률이 저하되었다고 지적하며 관련 연구 예산이 오히려 삭감된 현실을 꼬집었다.


양식장의 어패류 몸에서 그칠 리 없다. 세탁기에서 빠져나가는 미세 플라스틱도 문제다. 세탁물에 따라 차이가 크겠지만 6kg을 세탁할 때 평균 70만 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자연계로 빠져나간다고 영국 플리머스 대학 연구진이 발표하지 않았던가. 그 연구는 700종 이상의 해양 동물의 생태계에 이상을 초래한다고 덧붙였지만 먹이사슬을 타고 결국 사람의 몸에 들어올 것이다. 인구가 밀집된 황해 연안에 얼마나 많은 세탁기가 돌아갈까? 그때 발생하는 미세 플라스틱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화장품과 치약에 포함되는 미세 플라스틱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는 플라스틱이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다. 의복과 가구는 물론, 온갖 생활가구에 없어서 안 된다, 거리에 넘치는 일회용 음료수 컵과 PET병, 그리고 식료품을 담는 봉투 없이 단 하루도 편안하게 살아갈 수 없는 우리는 무심코 플라스틱 쓰레기를 자연계에 버려댄다. 그 쓰레기들은 잘게 부서져 강을 따라 바다로 스며들 테지. 그 일부는 용케 수거되겠지만 나머지는 썩지 못하는 체 해양 생태계의 흐름을 방해할 텐데, 중국과 한반도에 둘러싸인 황해는 그 정도가 다른 해역과 비교하기 어렵게 많을 게 틀림없겠다.

 




5mm 이내의 미세 플라스틱은 눈에 띄고 몸에서 어느 정도 걸러낼 수 있지만 현미경으로 구별하기 어렵게 작은 초미세 플라스틱은 불가능하다. 대기권의 초미세먼지와 다를 바 없는 초미세 플라스틱의 해악과 그 피해는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위협적일 텐데, 흔히 ‘죽음의 알갱이’라고 칭하는 미세 플라스틱을 체내에 축적하는 바다 새는 발암물질은 그렇지 않은 새보다 PCBs(폴리염화비페닐) 농도가 300% 높다고 과학잡지 ≪네이처≫는 2013년 밝혔다고 한다. 중국 인구의 절대 다수, 수도권의 인구의 쓰레기가 몰리는 황해가 걱정인데, 우리는 고작 남해안 일부 해역만 조사했을 뿐이다.


전 세계 수돗물 대부분이 플라스틱에 오염되었다는 영국 민간 연구단체의 연구 결과를 최근 우리 언론이 인용해 보도했다, “세계 주요 권역별로 무작위로 선정한 14개국 159개 지역 수돗물을 검사한 결과 샘플의 83%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되었다는 게 아닌가. 미국 샘플의 94%, 독일과 프랑스는 72%가 오염되었다는데 우리는 어떨까? 도시 주변 강물을 여과하는 유럽에 비해 상류의 강물을 사용하므로 덜할까? 수돗물 500mL에서 유럽 평균 1.9개, 미국 평균 4.9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관찰되었다는데, 팔당 상수원을 사용하는 인천은 괜찮을까?


1990년대 말 인천의 환경단체는 인천 앞바다에서 수거한 생활쓰레기의 대부분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기원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소각장을 곳곳에 가동하고 쓰레기 분리수거와 재활용이 늘어난 현재 그 상황이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세탁기에서 발원하는 초미세 플라스틱은 오히려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바닷물이 태평양으로 확산되지 못하는 황해, 특히 갯벌이 넓고 깊은 우리 서해안은 무지막지한 미세 플라스틱을 포함할지 모른다. 스티로폼 구조물을 사용하는 양식장은 얼마나 많은 태풍을 맞아왔는가.


환경단체는 지난해 10월 국회 상정한 미세플라스틱을 규제하는 법률안이 아직 감감무소식인 상활을 개탄하며 그 대책의 강구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300만 인구를 가진 인천도 대책에 나서야 한다. 또한 스티로폼 사용을 자제할 수 있는 어업을 모색해야 한다. 초미세를 포함한 미세 플라스틱이 넘치는 바다에서 해양주권은 요원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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