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간을 담은 빈잔, '이창조 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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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시간을 담은 빈잔, '이창조 초대전'
  • 강영희 시민기자
  • 승인 2017.10.22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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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잇다 스페이스'에서 11월4일(토)까지

배다리에서 경동 싸리잿길로 넘어가는 입구에 골동품 가게와 핸드폰 가게 사이, 좁은 골목길 몇 걸음 앞에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의 낡은 초록색 대문에 <동양서림>이라고 써져있다. '절묘하다'는 생각이 때때로 드는 공간이다. 

바로 <잇다스페이스 itta space>(이하, '잇다')다.



@골목 안에 있는 '잇다 스페이스' 입구 모습


낡은 초록색 나무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배다리 조흥상회 건물 <요일가게>처럼 거친 LED조명을 오래된 붉은 벽돌과 흙냄새가 부드럽게 어루만져 보물창고 마냥 마음을 부산하게 만든다. 





'잇다'는 기존 <동양서림>의 붉은 내벽을 그대로 살린 느티나무홀과 시멘트벽을 그대로 살린 작은 방, 그 작은 방 옆에 창고방이 딸려있는 공간이다.

문을 들어섰을때 도자기를 구워 만들어 붙혔나 잠시 착각이 들게하는 작품, 찻잔과 달항아리 그림들이 맞아준다. 전시가 있다는 소리만 듣고 따라 나선 참이었다. 느티나무홀(꽃그림 앞에 커다란 나무가 500년 된 느티나무라 한다)에 들어서니 붉은 꽃이 압도하며 공간에 어떤 흐름을 만드는 느낌을 준다.  

500년 느티나무 테이블 위로 붉고 커다란 목단은 처음 거기에 있던 것처럼 배다리 '요일가게'의 검붉고 커다란 갤러리벽이 떠올랐다. 그 커다란 벽에 걸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두 공간이 참 닮았구나 싶다.

이번 '잇다' 10월 초대전은 '이창조 - 관조적 사유'다. 이창조씨는 1년 전 이 공간을 꼼꼼히 둘러보고, 이 공간과 어울리는 작업을 추가로 작업해서 이번 전시를 열었다고 한다.  







가볍고 날렵한 필치, 쉽게쉽게 스스슥 그려냈다는 느낌을 준다. 아주 노련한 사람이 쉽게 그려내는 듯한 작품에 깊이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작품의 주인공이 늦각이 화가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고 다시 한 번 놀랐다. 이런 걸 '타고난 재능'이라 부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소나무를 유화로 많이 그리는 화가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이번에도 몇 작품 감상할 수 있지만 이번 전시는 무엇보다 '빈잔'이 기억에 남는다. '쉽게쉽게' 그려낸 것처럼 느껴지는 그림 속 잔도 쉽게쉽게 만들어낸 조선의 막사발 같은 게 떠올랐다.

'관조적 사유'같은 말은 곱씹어야 이해 할까말까 하는 말이지만 '빈 잔'을 보다보면 뭔지모를 여유와 풍요로움이 느껴져 좋았다.

달항아리 그림도 참 좋았는데, 그 완벽한 달항아리가 들어있는 액자가 답답해 보였다. 그 항아리만 딱 떼어다가 두고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보니 어디서나 달항아리를 찍거나 그린 그림의 프레임들이 달항아리를 가둔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던거 같다. 아니면 필자가 갖혀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찻잔, 달항아리 등의 작품이 걸려있다.


그래서 넉넉한 프레임에 스스슥 그려진듯한 공간에 떡하니 놓인 작고 어줍은 찻 잔 하나가 참 좋게 느껴진다. 좁은 액자에 있어도 여유가 느껴지고 단련된 세련미가 느껴진달까? 

같이 있던 꽃 그림을 보면서 '이 사람도 쉽게쉽제 잘 그렸네' 했는데 이창조씨의 최근작이었다. 잔잔한 물에 던진 작은 돌에 의해 일어나는 물의 경기, 아직 파문이 일지 않은 상태의 그림, 스스슥 그린 소나무에서 빈 잔, 달항아리로 이어지는 무채색에 가까운 이미지에서 원색의 꽃으로의 역변(?)에 대해서는 미처 묻지 못했다. 

전시를 보러 가면서 누구 전시인지도 보지 않는 건 사실 누군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림이 맘에 들면 그제서야 작가 이름을 눈여겨 보고, 검색을 해보게 된다. 

'잇다'의 10월 전시는 그 공간과 퍽 잘 어울린다. 공간과의 긴장감도 좋고, 공간의 절묘함에 작품들의 어우러짐도 좋다. 공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작품이 놓여졌을때의 좋은 예라고 할까? 

어떤 작품은 공원에 놓이는데도 부식등을 고민하지 않아 삭아가고, 어떤 작품은 주변에 어떤 작품이 있는지 고려하지 않고 배치되어 불편을 낳기도 한다. 예술작품 뿐 아니라 지금 '관광지'라는 걸 위해 세금을 쏟아부으면서 그 관광지를 삶터로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배려와 이해는 없는 경우도 있다.

계절(시간)과 공간, 작품이 여러모로 울림을 주는 전시다.

'잇다스페이스'의  '이창조 초대전'은 10.20(금)부터 11. 4(토)까지 진행된다. 월요일은 휴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려있다.

지도=>http://map.daum.net/?map_type=TYPE_MAP&q=%EC%9E%87%EB%8B%A4+%EC%8A%A4%ED%8E%98%EC%9D%B4%EC%8A%A4&urlX=419280&urlY=1103785&urlLevel=2&itemId=27543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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