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거 해서 어디다 써먹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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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거 해서 어디다 써먹을 건가?”
  • 박주현
  • 승인 2017.10.23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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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박주현 / 대만 중국문화대학교 교환학생



중국에 가기 전, 부산에 들렀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 습도가 다른 것이 피부로 와 닿았습니다. 도착한 시간은 밤 날이 제법 쌀쌀했습니다. 그 많던 모기는 다행히 얼마 보이지 않았습니다. 버스를 타고 얼마간을 이동한 뒤, 배낭을 메고, 오르막길을 걸었습니다. 제가 찾은 곳은 산 중턱에 있는 절이었습니다. 저는 그 곳에서 23살되는 해의 반을 보냈습니다.

 

“오, 왔나.”

짧은 인사와 안부를 나눈 뒤, 저희는 다탁에 둘러앉았습니다. 첫자리는 저희의 대화 테이블이었습니다. 하나의 차를 나누어 마시며, 사랑이나 인생, 꿈에 대한 토론을 하곤 했던 반년의 시간이 빠르게 스쳐지나갔습니다. 할 이야기가 참 많았습니다.
 

‘차(茶)’

지금은 뚜렷해진 저의 목표입니다. 6개월의 단기출가와 6개월의 아르바이트, 3개월의 배낭여행과 장기간의 성찰 간에 깨달은 저의 꿈입니다. ‘차’와 관련된 일을 하겠다는 마음을 정했고, 그 뒤로 정신없이 달려왔습니다. 이번 일정은 중국 운남성에서 열리는 ‘대익 논차대회’에 국가대표로 참가하기 위한 일정이었습니다. 사실 칭찬을 받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나의 꿈을 찾은 뒤 이룬 것들이 늘어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스님은 제가 하는 이야기를 묵묵히 듣다가 물으셨습니다.

 

“그래서, 그거 해서 어디다 써먹을 건가?”

여태까지와는 다소 다른 질문이었습니다. 그것은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었습니다. 바로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 ‘차’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되는 것. 꿈을 찾아 꿈을 이룬 사람이 되는 것. 우리나라의 젊은 차 인구의 주춧돌이 되는 것. 여러 가지 대답을 꺼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래서 그걸 어디다 써먹을 건가?’ 였습니다. 그 질문 앞에서, 저는 다시 한 번 발가벗겨진 것 같았습니다.

 

한번은 꼭 해봐야 하는 가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두가 한번쯤은 해봐야 하는 가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좋습니다. 젊은 나이에 남들보다 월등한 부와 명예를 얻었다고 가정해도 좋습니다. 목표했던 직업을 구하거나, 시험에 합격했다고 가정해도 좋습니다. 그런 자기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성공한 자신에게 물어보는 겁니다. 그럼 이제 그걸 어디에 써먹을 거냐고요. 당신이 이룬 그것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하고요. 이 질문은 분명, 허무주의를 이야기 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저는 그랬습니다. 돈과 명예를 얻고. 차와 집을 사고. 자식을 잘 키우며, 목표를 이루고, 더 큰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또 이루고, 다시 목표를 세워 달리는 삶. 저는 그런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도, 너무나 보잘 것 없게 느껴졌습니다. 그저 일신. 혹은 한 가족의 안락만을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져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제 물음에 스님은 인류에 공헌해야한다는 대답을 주셨습니다. 대답을 들을 당시에는 너무나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답변이라 생각하여 고개만 끄덕이고 말았습니다. 도저히 구체적으로 상상이 되지 않는 그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저는 또 다른 화두를 안고 중국으로 넘어갔습니다.

 

중국에서 저는 해답의 단초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선수로 참가했던 ‘대익’ 이라는 회사는 중국에서 가장 큰 보이차 회사입니다. 그리고 중국에서 사회적으로 공헌한 10대 기업 중 하나입니다. 그들이 세운 ‘대익애심기금회’는 다양한 활동으로 중국 사회에 봉사하고, 공헌하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과 대우가 저는 다소 충격적이었습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그에 대한 존중과 존경은 한국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내가 그것을 해보자. 내가 할 수 있는 형태로 사회에 공헌하는 일을 하자. 이것이 스님이 주신 화두에 대한 내 대답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차(茶)가 할 수 있는 역할 또한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화가 부족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많은 사회문제 역시 대화와 이해의 부족에서 오는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가족 간의 대화, 연인간의 대화, 친구 사이의 대화, 선 후배간의 대화. 그 대화 테이블을 펼쳐주는 것이 차가 할 수 있는 역할이라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제가 해나갈 수 있는 일인 것 같았습니다.

 

저는, 우리는 젊고 에너지가 넘칩니다. 마음 먹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과 힘이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해보려고 합니다. 이제는 일신의 만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사회를 위한 공헌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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