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가야 할 인천의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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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가야 할 인천의 음식
  • 학오름
  • 승인 2017.10.25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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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성 수 (인천시립박물관)
흔히 사람의 입맛은 3대를 간다고 한다. 어릴 적 먹었던 음식에 길들여진 입맛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만큼 보수적인 생활문화가 음식이다. 사람의 활동반경이 넓지 않았던 전통시대, 지역의 산물이 곧 재료로 쓰였기에 같은 음식이라 해도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특징이 있었다. 바닷가의 음식에는 어패류가 주로 쓰이며, 산지에서는 나물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경상도 산골이 본적지인 우리 집에서는 배추 부침이 명절 밥상과 제삿상에 오른다. 다른 지방에서는 보기 힘든 음식으로 인천 출신의 아내는 시집와서 처음 먹어본 음식이었단다. 척박한 산지였던 탓에 버려지는 배춧잎마저도 훌륭한 음식 재료가 되는 것이다. 그렇듯 지역의 환경에 따라 생겨났던 음식은 오늘날 지역 먹거리로 상품화되어 유통된다. 인천의 지역 음식에 어떤 것이 있을까?

일찍 도시화되는 과정에서 인천 대표하는 전통음식 많지 않아

생각해보면 인천을 대표하는 전통 음식은 많지 않다. 다른 지역에 비해 일찍 도시화되는 과정에서 지역의 전통문화가 보존되기 힘들었던 탓이다. 게다가 토박이가 많지 않은 인구 구성 때문에 지역 음식이라 하더라도 외지 음식의 영향을 받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인천에서 만들어 진 대표 음식 짜장면과 쫄면>         

대표적인 인천 음식이라고 하자면 우선 짜장면을 들 수 있다. 개항 직후 부두에서 하역노동을 하던 중국 산통 출신의 쿨리[苦力]들이 간편하게 한 끼를 때우기 위해 춘장에 돼지고기와 양파를 넣고 볶은 뒤 국수 위에 얹어 먹던 음식이다. 1900년대 청관(지금 차이나타운)의 중국요리점에서 식사 메뉴로 판매하던 것이 화교 네트워크를 타고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중국에서 유입되었지만, 중국의 짜장면과는 쓰이는 재료와 맛이 완전히 다르다.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한국식 짜장면이 탄생한 것이다.

외지의 음식은 아니지만 선교사들이 영국의 종자를 들여와 재배한 순무로 만든 강화도의 순무김치도 인천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다. 특히 순무는 토질과 기후에 민감하기 때문에 강화도에서 생산되는 순무로 김치를 담가야만 제 맛을 낼 수 있다.

해양도시 인천, 갯벌에서 나는 어패류 재료로 만든 음식 多
 
인천은 세계적인 갯벌을 가지고 있는 해양 도시이다. 그러다보니 갯벌에서 나는 어패류를 재료로 하는 음식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음식은 인천과 비슷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는 충남 서해안의 음식과 영향을 주고 받는다. 그 중 하나가 꽃게 요리다. 게를 재료로 하는 음식은 전국적으로 퍼져 있지만, 지역마다 주로 잡히는 게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게 요리의 맛과 형태도 다르다. 전라도 여수에서는 돌게 장이 유명하고, 경상도 영덕 지방을 대표하는 요리는 대게 찜이다. 강원도에서 먹는 털게 장도 있다. 꽃게가 주로 잡히는 서해안에서는 꽃게를 재료로 하는 음식이 발달했다. 특히 충남 서산, 당진과 인천은 꽃게탕, 찜 요리가 대표적이며, 꽃게 장과 무침도 사람들이 즐겨먹는 메뉴다.

        
                                  <한 겨울 박대 껍질로 벌벌 떨며 쑤었다는 벌버리묵과 벤뎅이 무침>                      

두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에 바지락 칼국수와 벌버리묵도 있다. 바지락 칼국수는 갯벌에서 나는 바지락을 끓여낸 육수에 칼국수를 넣어 삶은 국수로 시원한 국물 맛을 낸다. 해안의 가정집에서 만들어 먹다가 상품화 된 음식으로 바지락 대신 상합이나 대합 등의 조개를 넣기도 한다.

인천 무의도 등 섬 지역에서 주로 먹는 벌버리묵은 박대라는 생선의 껍질을 벗겨 푹 삶아낸 뒤 이를 채로 걸러 쑤어 먹는 묵이다. 날씨가 따뜻하면 박대 껍질이 흐물거려 묵을 쑤기 어려워서 겨울날 추위에 벌벌 떨면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벌버리묵’이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힘이 없는 묵의 모양이 벌벌 떠는 것 같다 해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벌버리묵은 충남 서산 지방에서도 맛볼 수 있는데 여기서는 ‘박대묵’이라 부른다.

엉뚱하게 탄생한 음식, 쫄깃한 면발에 매콤새콤한 장맛이 일품인 쫄면
 
엉뚱하게 탄생한 인천의 음식도 있다. 오동통하고 쫄깃한 면발에 매콤새콤한 장맛이 일품인 쫄면은 특히 여학생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음식이었다. 1960년대 인천의 분식집에 국수 면발을 납품하던 제면소에서 우동 면발을 뽑아내는 사출기에 냉면 반죽을 잘못 넣는 바람에 탄생한 것이 쫄면 면발이다. 제면소 사장님이 버리려던 것을 동네 분식점에서 양념장과 야채를 얹어 음식으로 만들어 내면서 면발이 쫄깃하다 하여 쫄면이라 이름 붙였다. 1970~80년대 전국적으로 퍼져나가 인천이 원조인 음식이 되었다. 이 외에도 인천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강화도의 벤댕이 요리, 물텀벙이 요리, 화수동 세숫대야 냉면 등을 꼽을 수 있다.
 
      
                                  <도시개발에 밀려 사라진 소암마을 꽃게음식점과 꽃게찜>                                
                                  
오랜 만에 찾은 음식점을 나서며, ‘음식 맛이 전 같지 않다’는 지인들의 말을 종종 듣곤 한다. 음식 맛이 변한 게 아니라 우리의 입맛이 변한 것은 아닐까? 사람들의 모든 생활문화가 그렇듯, 시대에 따라 음식은 새로 탄생하기도 하고 없어지거나 변형되기도 한다. 지역 음식은 지역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시대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우리 입맛이 변했다고 해서 이어져 내려오는 음식을 소홀히 한다면 그나마 몇 남지 않은 인천의 지역 음식도 곧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인천의 음식을 지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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