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시아경기대회가 남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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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아시아경기대회가 남긴 숙제
  • 최문영
  • 승인 2017.10.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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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최문영 / 인천YMCA 정책기획실장
 

지난 9월 19일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는 3년전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기념하기 위한 3주년 기념행사가 개최됐다. 조직위원회 소속 관계자는 물론 다양한 영역에서 봉사했던 자원봉사자들이 다시 모여 그날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회가 됐다.

 

인천시 재정위기의 주범으로 몰렸던 인천아시아경기대회가 막을 내린 후 3년이 지나도록 기념행사를 언급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는 아니었다. 인천시민들은 아직도 대회 개최로 인해 인천시 재정이 어려워졌다고 보고 있다. 인천 도심을 지날 때마다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수많은 경기 시설을 보는 시선도 달갑지 않다.

 

단 16일간 행사를 치르기 위해 저토록 많은 시설을 지었어야 했나 하는 물음도 여전히 남아 있다. 대회를 마친 후 그 많은 체육시설의 유지관리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은 인천시민이면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3주년 기념행사를 갖게 된 이유는 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안전한 경기 실현,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운영, 성공적 흥행, 남북체육 교류와 남북화해 전기마련, 개최도시 브랜드가치 향상 등은 그동안 묻혀왔던 인천아시아경기대회의 성과들이다. 직전 대회였던 중국 광저우 대회 운영비의 약 27%로 대회를 운영했다는 사실을 아는 시민들은 많지 않았고, 이에 반해 2002부산대회보다 더 많은 관객 몰이와 판매수입을 달성했다는 것도 잘 몰랐다.

 

이러한 사실들은 지난 7월말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한 아시아경기대회 3주년 재평가 토론회에서 드러났다. 토론회를 열게 된 것은 청산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대회조직위원회가 평창동계올림픽과의 법인세 면세 등 형평성을 내세워 인천대회 법인세 환수를 위한 조세심판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사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인천시민은 ‘인천시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200만 서명운동’을 전개하여 183만 명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2,000억 원의 정부 지원을 이끌어 낸 인천 역사상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일을 이뤄낸바 있다. 그만큼 인천시민은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 관심과 애착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천이 법인세 면세 등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당일 토론회에서 나온 결론적 과제는 ‘유산사업’이었다. 부산도 2002 대회 이후 기념관 건립 등 유산사업을 지속해 오고 있는데 더 큰 대회를 치르고도 제대로 된 유산사업이 없다는 것은 자칫 부정적 분위기에 휩쓸려 꼭 해야 할 것을 놓치는 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 가장 선행돼야 할 과제는 재정 확보였기 때문에 법인세 환급은 가장 큰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는 인천의 유산이다. 과정은 어찌 됐든 4대 국제 메가 이벤트 중 하나인 아시안게임을 치른 도시가 인천이다. 그리고 인천의 유산은 인천시민이 지켜나갈 수 밖에 없다. 유산사업을 어떠한 방식으로 어떠한 내용으로 채워나갈지는 나중 문제이고 우선은 유산사업의 물꼬를 터야 한다.

 

당장 내년도 인천시 예산에 상징적이나마 예산이 반영되어 유산사업을 개시할 필요가 있다. 인천시는 대회 잉여금의 일부를 일반회계로 돌려 다른 용도로 사용한 바 있다. 당장의 재정 충당을 위해 목적예산에 손댄 것이다. 추후 이 같은 변칙적인 자금 운용이 재발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막혀 있는 법인세 마케팅 법인세 홀대의 돌파구를 찾아 법인세원천징수분과 부가가치세 대리 납부분 등 총 180여억 원이 반환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치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자금이 종자돈이 되어 인천아시아경기대회의 유산사업이 본격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애물단지로 여겼던 아시아경기대회경기장들은 어떻게 보면 엄청난 스포츠 인프라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활용방안을 활발히 논의하게 되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다.

 

이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체육계와 인천시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시민사회와 시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경실련과 YMCA 등 시민단체들도 나름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지금 이 순간을 살지만 어제가 없으면 오늘이 있을 수 없다. 어제의 아시아경기대회가 인천의 치부가 되느냐 아니면 후대에 물려줄 인천의 자랑스러운 유산이 되느냐는 지금을 사는 인천시민이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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