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서 우리말 사전을 짓자!!
상태바
우리집에서 우리말 사전을 짓자!!
  • 강영희 시민기자
  • 승인 2017.11.29 15: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쓰기를 잘하려면? 우리말을 잘 알아야죠~"... 최종규의 '이야기꽃' 열려


@사진제공_청산별곡/요일가게


 최종규-이야기꽃, '사전을 어떻게 읽는가?'가 11월 28일 저녁 배다리 요일가게에서 진행되었다. '이야기꽃'은 최종규씨가 우리말 사전 짓기와 우리말을 쓰자는 활동을 지속하면서 '강의'라는 단어 대신에 선택한 말이다.
   
최종규씨는 겨울에도 반팔 웃옷에 반바지, 맨발로 고무신을 신고, 댕기머리를 하고 커다란 등산배낭과 또 커다란 사진기 가방까지 둘러매고 다닌다. 어제는 잔뜩 고뿔이 들어 붉으레한 얼굴로 난로 옆에서 끙끙거리고 있었다. 
 

우리말 사전 지음이-최종규에게 공문서 양식을 맡긴 경기도
 
그가 지독한 몸살에 걸린 이유는 경기도에서 공문서 양식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우리말로 바꿔달라는 요청 때문이다. 그는 요청한 것을 제출했는데 이것을 다 읽기 어려웠던 경기도 관계자가 보고서 양식으로 굳이 요약해 달라고 해서 적잖은 (만 여 개가 넘는다고 했다) 공문서 양식을 2-3일 밤을 새서 정리해 보내주고 나니 몸살에 걸려버렸다고 했다. 그리고 바로 인천에 올라왔다고 한다.
 
 
온갖 공문서나 각종 문서가 그간의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어렵고 난해한 말로 된 옛 서식을 그대로 사용하다보니 그것을 받아야 하는 공무원들이 그 설명을 다시 해줘야하는 경우도 많이 봤고, 이해할 수 없는 말로 쓰여진 각종 계약서며 문서 서식에 '저것은 읽지 말라는 소리'라는 빈정대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런 와중에 경기도의 시도도 멋지게 느껴졌고, 친절한 편이 아니었던 최종규씨도 그 뜻과 방향을 존중해 요청을 다 들어줬다고 했다 .
 
 
사전을 읽는 법
 
소리내어 읽기,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 골라서 읽기, 여러 사전이나 여러 낱말을 겹쳐서 읽기, 늘 읽기, 아침저녁으로 읽기, 아이하고 읽기, 할머니하고 읽기, 동무하고 읽기, 손으로 종이에 적어 보며 읽기, 책을 읽으며 만나는 낱말을 몽땅 찾아서 읽기, 내가 쓰는 글에 나오는 낱말을 모조리 챙겨서 읽기, 옛말 읽기, 더없이 오래도록 살아서 숨쉬는 말을 읽기, ‘내 말 사전’을 지어서 읽기
 
 
사전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국립국어원 같은 데에서 엮은 엄청나게 큰 사전을 찬찬히 읽는 일은 고역이다. 그런데 이런 사전은 굳이 읽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도무지 쓸데가 없는 말들, 군더더기 많은 낱말이나 자질구레한 그야말로 ‘쓰잘데기없다’는 말, 게다가 뜻풀이도 이말 뜻이 저 말, 저 말 뜻이 이 말인 돌려막기조차 흔해 뭔 사전이 이러냐 싶기도 했던 어렸을 적 기억이 떠올랐다.
 
중국 땅이름, 사람이름, 책이름을 비롯해 도무지 어디서 찾아낸 말인지 알 길없는 뜬금없는 중국말이나 일본말, 영어말까지 잔뜩 담아져 있다고 한다.

외국에서는 사전을 수 십, 수 백 년에 걸쳐 짓는다고 한다. 한꺼번에 다 완벽하게 만들 수 없으니 모은 말부터 찬찬히 만들어낸다고 한다. 거기에 덧붙이고 고치고 갈음하기를 반복하고, A~Z까지 순차적이지 않고 밝혀낸 데로 모아내고 끝없이 모아낸 뜻을 더해 나간다고 한다.
 
헌데 우리나라는 일본이나 서양의 그것을 따라 성급히 만들다보니 다양한 잘못이 드러나고 있지만 제대로 밝히지도 고치지도 않는 경우가 많다며 기존 국어사전의 한계와 오류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 <말 잘하고, 글 잘 쓰게 돕는 읽는 우리말 사전 1, 2>를 냈다.


 
@최종규씨는 2017년 올 한해만 5권의 책을 냈다. 2018년에는 8권의 책을 낼 예정이라고 한다. _사진제공_ 청산별곡/요일가게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말 뜻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도 못쓴다는 학생들이 허다하다며 놀라지만 정작 어른들도 제대로 우리말로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고, 학교를 다니며 삶과 동떨어진 어려운 지식을 외우는 것이 글 쓰는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셈이다. ‘가장 수수한 우리말을 우리 나름대로 생각해서 풀이하는 길이 글쓰기’라고 말하며 지식만 갖추고 겉치레와 겉멋을 부릴 뿐 제 뜻을 잘 나누는 글쓰기는 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또 제대로 된 번역서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 역시 우리말을 잘 몰라서 그렇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제대로 된 번역서를 골라달라고 참여자가 요청했으나 그는 없다고 단언한다. 모두 제대로 우리말을 새겨 쓰지 않은 탓이라고 한다.

삶에서 나온 말의 뜻을 제대로 모르고, 그 말들을 되새겨보지도 못하니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말을 좀 한다는 사람들도 글로 옮기는 것이 어려운 일이 된다.

 
“우리집 사전을 짓자!!”
 
이번 최종규씨의 이야기꽃(=강좌)은 이러한 생각으로 열 갈래(10회)에 걸쳐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가장 흔하게 쓰는 낱말부터 죽 모으고, 이 낱말을 사전에서 어떻게 쓰는지 보고, 나름의 뜻풀이를 쉽고 부드러우며 또렷하게 새로 적어보면 된다고 한다.
 
저마다 ‘내가 쓰는 흔한 말’을 내 나름대로 풀이해 보는 글이 바로 노래(=시)라고 하면서 삶과 함께하는 일상의 사전 짓기를 10개, 100개, 한 달에 한 개 씩이라도 해보자고 권유한다. 집집마다 그렇게 하면 그것들만 모아도 좋은 나랏말 사전이 되지 않겠냐 한다.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내일을 위한 우리말 사전을 지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올해 낸 책 중에 <겹말 꾸러미 사전 2>이 있다. 우리말을 새겨 지을때 비슷한 말을 비교해서 그 뜻을 또렷이 구분하는 연습을 그 시작으로 삼으면 좋다고 한다.

쉽고 편한 우리말, 수고로움을 놓지 않는 최종규씨의 노력이 새삼 놀랍니다. 다시 1학년 1학기 교과서를 펴듯이 그의 사전을 펴볼까 하는 마음이 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